명품백 건넨 날…최재영 목사 “김 여사가 대통령실 선물 줬다”

김혜리·강연주 기자 2024. 6. 4.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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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견 후 작성한 ‘비망록’서 주장
법조계 “뇌물죄 간접증거 가능”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명품 가방과 고가의 화장품 등을 받은 다음 대통령실이 마련한 선물을 최재영 목사에게 줬다는 기록을 최 목사 비망록에서 확인했다. 김 여사가 최 목사로부터 받은 명품 선물에 대한 ‘보답’ 성격으로 이런 선물을 건넨 것이라면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경향신문은 최 목사가 2022년 9월13일 김 여사를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내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접견한 뒤 작성한 A4 용지 13쪽짜리 비망록을 확보했다. 이날은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300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건넨 날이다. 최 목사는 비망록에 김 여사가 대통령실 추석 선물과 일명 ‘대통령 시계’를 줬다고 적은 다음 “원래 대통령 시계는 공식적으로 대통령실에서 주관해서 공적으로 배포하는 것이지, 영부인이 사사로이 배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부연했다. 최 목사는 다음해에도 대통령실로부터 설과 추석 선물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최 목사가 김 여사로부터 시계 등 선물을 받은 것은 두 차례 명품 선물을 건넨 뒤다. 최 목사는 2022년 6월 김 여사를 만나 샤넬 화장품과 향수를, 같은 해 9월에 디올 가방을 건넸다고 주장한다. 같은 해 7월엔 윤 대통령 부부가 관저 입주 전 살던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건물을 방문해 양주와 자신의 저서를 김 여사에게 전달해 달라며 보안검색대 직원에게 맡긴 적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방영된 KBS와의 녹화 대담에서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에 관해 “(최 목사가) 자꾸 오겠다고 해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고 좀 아쉽지 않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여사가 최 목사에게 대통령실 선물을 직접 주거나 보낸 게 사실이라면 ‘최 목사가 일방적으로 선물 공세를 폈다’는 윤 대통령의 해명과 배치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대통령 부인이 손님에게 대통령실 차원의 명절 선물을 준 행위를 문제 삼긴 어렵지만, 김 여사가 최 목사의 ‘명품 공세’에 호응해 보답이나 감사의 표시로 보낸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취지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이 김 여사에게 뇌물수수죄를 적용한다면 뇌물을 받은 일련의 과정에 대한 간접증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목사 측 변호사도 “(최 목사의 선물에 대한) 보답 성격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혜리·강연주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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