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 건넨 날…최재영 목사 “김 여사가 대통령실 선물 줬다”
법조계 “뇌물죄 간접증거 가능”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명품 가방과 고가의 화장품 등을 받은 다음 대통령실이 마련한 선물을 최재영 목사에게 줬다는 기록을 최 목사 비망록에서 확인했다. 김 여사가 최 목사로부터 받은 명품 선물에 대한 ‘보답’ 성격으로 이런 선물을 건넨 것이라면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경향신문은 최 목사가 2022년 9월13일 김 여사를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내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접견한 뒤 작성한 A4 용지 13쪽짜리 비망록을 확보했다. 이날은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300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건넨 날이다. 최 목사는 비망록에 김 여사가 대통령실 추석 선물과 일명 ‘대통령 시계’를 줬다고 적은 다음 “원래 대통령 시계는 공식적으로 대통령실에서 주관해서 공적으로 배포하는 것이지, 영부인이 사사로이 배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부연했다. 최 목사는 다음해에도 대통령실로부터 설과 추석 선물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최 목사가 김 여사로부터 시계 등 선물을 받은 것은 두 차례 명품 선물을 건넨 뒤다. 최 목사는 2022년 6월 김 여사를 만나 샤넬 화장품과 향수를, 같은 해 9월에 디올 가방을 건넸다고 주장한다. 같은 해 7월엔 윤 대통령 부부가 관저 입주 전 살던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건물을 방문해 양주와 자신의 저서를 김 여사에게 전달해 달라며 보안검색대 직원에게 맡긴 적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방영된 KBS와의 녹화 대담에서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에 관해 “(최 목사가) 자꾸 오겠다고 해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고 좀 아쉽지 않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여사가 최 목사에게 대통령실 선물을 직접 주거나 보낸 게 사실이라면 ‘최 목사가 일방적으로 선물 공세를 폈다’는 윤 대통령의 해명과 배치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대통령 부인이 손님에게 대통령실 차원의 명절 선물을 준 행위를 문제 삼긴 어렵지만, 김 여사가 최 목사의 ‘명품 공세’에 호응해 보답이나 감사의 표시로 보낸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취지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이 김 여사에게 뇌물수수죄를 적용한다면 뇌물을 받은 일련의 과정에 대한 간접증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목사 측 변호사도 “(최 목사의 선물에 대한) 보답 성격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혜리·강연주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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