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K웹툰 나스닥 상장
네이버가 2004년 웹툰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도 인터넷 만화는 있었다. 다만 만화책을 스캔해 인터넷에 띄우는 게 전부였다. 출판 만화가 외면받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네이버가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웹툰’을 선보였다. 웹툰은 화면을 아래에서 위로 밀어 올리는 스크롤 방식으로 감상한다. 이 단순한 변화가 만화를 떠난 독자를 다시 불러 모았다.
▶되살아난 웹툰은 2차 창작의 풍성한 샘이 됐다. ‘미생’ ‘킹덤’ 같은 인기 드라마,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신과 함께’가 모두 웹툰 원작이다. 글로벌 OTT의 등장은 한국 웹툰의 세계 진출을 도왔다. 웹툰 ‘이태원 클라쓰’는 드라마로 만들어진 것이 일본에 OTT로 소개돼 인기를 끌자 일본판인 ‘롯폰기 클라쓰’로 다시 제작됐다. 지금은 전 세계 150 나라에서 월간 1억7000만명이 즐기는 거대 비즈니스다. 네이버 웹툰의 올해 1분기 세계 매출만 3억2600만달러에 달한다.
▶특히 일본에서의 성공이 눈부시다. 단행본 ‘망가(만화)’에 익숙하던 일본 독자에게 일정 간격을 두고 드라마처럼 회차 단위로 쪼개 다음 이야기를 공개하고, 처음에는 유료로 제공했다가 시간이 지나면 무료로 푸는 마케팅으로 독자를 끌어들였다. 출판사가 한정된 지면을 극소수 작가에게 주는 폐쇄적 방식이 아니라 누구나 아이디어와 스토리만 있으면 무한대인 인터넷을 창작 공간으로 제공해 신인을 발굴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현지 법인은 일본 웹툰 시장 1위와 2위에 올라 있다.
▶네이버 웹툰이 지난주 미국 증권위원회에 증권 신고서를 제출하며 나스닥 상장에 나섰다. 한국 웹툰 수출을 넘어 외국 작가와 그들의 새로운 스토리를 찾아내고 이를 웹툰·웹소설·드라마로 제작하는 ‘글로벌 스토리 생태계’를 만든다는 목표다. 기업 가치가 최대 40억달러(약 5조5000억원)에 이를 거란 전망도 나온다. 성공하면 K드라마와 K팝에 이어 또 하나의 글로벌 대중문화 산업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그러나 만화 산업의 진검 승부처는 애니메이션이다. 시장 규모가 웹툰을 압도한다. 이 부문의 절대 강자는 여전히 일본이다. ‘반딧불이의 묘’ ‘이웃집 토토로’ ‘스즈메의 문단속’ 등 글로벌 히트작 대부분이 일본산이다. 다만 변화 조짐도 있다. 한국 웹툰 ‘나 혼자만 레벨 업’이 전 세계 149억뷰를 올리자 일본 제작사가 협업을 제안해 올 초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방송됐다. 한국 웹툰을 쳐다보지 않던 일본의 자세 전환이다. K팝이 J팝을 뒤쫓다가 추월했다. 한국 만화와 애니메이션에도 그런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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