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던 국제유가·과일값도 진정세”…금리인하 시간표 빨라지나

이희조 기자(love@mk.co.kr), 한상헌 기자(aries@mk.co.kr) 2024. 6. 4.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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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안정에 금리인하 청신호
물가 안정세 갈수록 뚜렷
국제유가 하락 추세로 전환
햇과일 출하로 과일값도 하락
최상목 “공공요금 인상 자제
LNG 관세 하반기까지 면제”
과일류 28종 할당관세 연장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물가 안정세가 하반기로 갈수록 강해질 것이란 전망이 유력해지면서 금리 인하론에 힘이 붙고 있다. 라울 아난드 국제통화기금(IMF) 한국 미션팀장은 4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개최된 ‘국제금융센터 창립 25주년 기념 국제콘퍼런스’에서 한국의 거시경제와 관련해 “중앙은행 입장에서 국내 물가 상황을 보고 통화정책의 기조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긴축적 통화정책을 오랫동안 유지해오며 물가 안정성에 집중해왔다”며 “한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금리에 집중하기보다 국내 상황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준이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한은은 물가 하향 추세를 감안해 금리 인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 교수는 또 “계속 긴축을 유지할 경우 내수와 투자에 악영향을 주고 중소기업 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째 2%대를 이어가며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였다. 최근 국제유가가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점과 생활물가 상승률이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고려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고금리로 내수가 부진한 상황을 계속 끌고갈 경우 경제 전반에 미칠 악영향이 큰 만큼 긴축 기조 완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도 “최근 들어 유가가 안정되고 있고 여름으로 접어들며 농산물도 출하가 늘어나며 가격도 안정되는 흐름”이라며 “하반기에는 유가와 달러당 원화값만 안정되면 조기 금리 인하에 들어가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유럽 중앙은행, 영국, 캐나다가 미국보다 먼저 금리 인하를 준비하고 있고, 스위스는 이미 인하에 들어간 상황”이라며 “한국도 물가가 6~7월 안정되는 추세가 나타나면 8~10월 인하를 검토해 내수를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5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 같은 달보다 2.7% 오른 데는 밥상물가와 국제유가 상승이 크게 기여했다. 농산물 물가가 19% 오르면서 전체 소비자물가를 0.69%포인트 끌어올렸다. 특히 지난해 집중호우와 탄저병으로 작황이 부진해 치솟게 된 사과 가격이 80.4% 상승하면서 지난 3월부터 3개월 연속 8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배는 126.3% 올랐는데, 이는 역대 최고 상승률이다. 신선과실 가격은 39.5%, 신선식품은 17.3% 각각 상승했다.

여기에 석유류 가격이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을 받아 3.1% 오르면서 전월(1.3%)보다 오름세가 커졌다. 이번 석유류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월(4.1%) 이후 1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석유류 물가 상승률은 6월부터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달에는 국제유가가 올랐던 것이 반영된 것”이라며 “지난달에 가격이 올랐다가 지금은 떨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사과와 배를 포함한 과일 가격도 올해 햇과일이 본격 출하에 들어가는 7~8월부터는 안정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소비자들이 자주 구매하는 144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이 3.1%로 전달(3.5%)보다 떨어졌다는 사실도 물가 안정화 신호로 꼽힌다.

정부는 물가 안정세를 보다 선명하게 하기 위해선 기업의 원가 절감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면서도 공공기관의 공공요금도 안정적으로 관리할 방침을 밝혔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고 불가피한 경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인상폭을 최소화하는 게 국민에 대한 책무”라며 “정부도 천연가스(LNG)에 대한 관세를 하반기까지 면제하는 등 원가 절감 노력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회의를 통해 이달 종료 예정인 바나나 등 과일류 28종에 대한 할당관세를 하반기까지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품목별로 세부적인 연장 시점은 추후 확정할 예정이다. 최근 가격이 급등한 오렌지·커피농축액·전지분유·버터밀크·코코아매스·버터·파우더 등 7종에는 할당관세를 새롭게 적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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