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아프리카 배우자들 만나 "우정 다져 협력 이어 나가길"
김건희 여사가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방한한 아프리카 정상 배우자들과 만나 "한국과 아프리카가 이 자리를 통해 우정을 다지고 활발한 교류와 협력을 이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4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배우자 프로그램'을 주최했다. 행사에는 모리타니아, 에스와티니, 모잠비크, 코모로, 보츠와나, 시에라리온, 마다가스카르, 모리셔스, 세이셸, 상투메프린시페, 카보베르데, 케냐, 말라위 등 13개국 정상 배우자들이 참석했다.
김 여사는 인사말에서 "한국은 60여 년 전 전쟁의 폐허를 딛고 단기간에 기적적인 성장을 이뤄낸 경험이 있으며, 아프리카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대륙으로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며 "이렇게 많은 아프리카 정상들을 초청해 미래를 논의하는 것은 한국 역사상 최초"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과 아프리카는 문화적·정서적인 면에서도 공통점이 크다"며 "특히 전쟁과 식민 지배 등 역사적인 아픔을 극복하고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자녀를 위한 희생과 강인함 등 '어머니의 정서'를 공통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는 "아프리카의 원시미술은 표현주의 추상 미술을 비롯해 현대 예술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프리카가 현대 미술을 이끌어 온 것처럼 앞으로도 세계 경제와 문화 발전의 중심이 될 잠재력이 충분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정상 배우자들은 "김 여사의 초청에 감사하다"며 "한국의 발전 경험을 배우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또 "김 여사가 적극적으로 활동해 온 기후환경, 동물 보호, 아동 인권 등의 사회 활동에 깊은 관심이 있다"며 "김 여사의 활동에 아프리카는 물론 전 세계인들이 함께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날 상춘재 오찬장은 작은 백자와 한국·아프리카산 꽃으로 장식됐다. 각국 배우자들이 오찬장에 들어선 직후에는 동서양의 현악기가 조화를 이루는 '첼로가야금' 퓨전국악 연주가 10분가량 펼쳐졌다.
오찬 후에는 녹지원에서 춘양가 중 사랑가, 진도 아리랑 등 우리 판소리 대표 대목들이 본 공연으로 연주됐다. 또 수묵 퍼포먼스 '사이클'이 펼쳐졌는데, 사고로 팔을 잃은 아픔을 이겨낸 의수 화가 석창우 화백이 검정·빨강·초록·노랑·파랑의 범아프리카색을 이용해 여럿이 한 방향으로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크로키로 표현하며 '어울림'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오찬 메뉴로는 오이선을 시작으로 문어강회(채식 파강회)가 이어졌고, 이색밀전병과 수삼말이, 마 채소말이, 두부선과 섭산삼이 소량씩 한 접시에 모여 제공됐다. 기본 찬으로는 더덕나물과 궁중떡볶이, 백김치와 초당 옥수수죽이 놓였다.
또 메인 요리로 할랄 안심 너비아니 구이와 구운채소, 배추겉절이가 제공됐으며 생선 요리로는 제주옥돔구이가 준비됐다. 채식을 선호하는 배우자를 위해서는 두부구이와 구운 채소가 제공됐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미니 김밥과 더불어 쌈밥, 편수도 즐길 수 있었다. 후식으로는 떡, 한과, 우엉차, 과일이 제공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여사가 한국 전통문화를 영부인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공연 및 메뉴까지 수개월 동안 모두 섬세히 챙겼다"고 밝혔다.
김 여사는 이날 배우자 프로그램을 마친 후 경복궁에서 시에라리온 대통령 영부인인 파티마 마다 비오 여사와 차담을 나누기도 했다. 차담은 시에라리온 측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직접 차담 장소로 경복궁을 선정했다고 전했다.
차담 자리에서 비오 여사는 "영부인께서 평소 여성과 아동의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고, 이 활동에 진심으로 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여성과 아동의 인권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자 만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비오 여사는 "시에라리온의 여성 성폭력 및 조혼 피해자들에게 안전한 안식처가 될 수 있도록 공립 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7월2일 병원 개원식이 개최되는데 여타 국가 영부인들을 초청해 여성과 아동을 성폭력 및 조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캠페인도 추진한다"며 "영부인께서도 참석해서 함께 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 여사는 "시에라리온에서의 여성의 성폭력 문제, 조혼 문제, 인신매매 등의 심각성에 대해 깊게 공감한다"며 "비오 여사께서 직접 제안해 주셨는데 필요한 지원이 있다면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안이 있을지 적극 검토하겠다. 양국이 계속 교류하며 같이 협력해서 이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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