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다시 ‘차별금지법’을 외칩니다”

법은 혐오에 최소한의 제동 장치
22대 국회도 외면하면 책임 방기
나의 일로 여기는 사람들 많아져
절박한 필요성 계속해서 알릴 것
몽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 공동집행위원장은 지난 4년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섰다. 2022년 초여름 미류·이종걸 차제연 활동가는 한 달 이상 단식농성을 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강도 높게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면서 4건의 차별금지법안과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국민청원이 일괄 폐기됐다. 그러나 몽 위원장은 ‘다시 시작’이라고 했다. 차제연은 4일 “22대 국회는 달라야 한다”며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향신문은 회견 뒤 몽 위원장을 따로 만나 소회와 각오를 들었다.

또다시 원점인가 싶을 수 있지만 몽 위원장은 차별금지법 제정안이 17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이후 “사회적·정치적 논의에 진전이 있었다”고 자평했다. 20대 국회를 제외하곤 매번 차별금지법 제정안이 발의됐다. 몽 위원장은 “차제연 활동가들에게 21대 국회는 법 제정을 바라는 사람들이 제도 정치에 전력을 다해 요구하고 싸워본 시기”라고 했다. “‘사회적 합의·공론화’가 필요하다”며 회피하는 의원들에게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설득해온 4년이었다.
몽 위원장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인 정치권과 달리 시민들의 호응은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차별을 금지하는 법을 왜 정치권이 공개적으로 추진하지 못하는지 의문을 가진 사람들, ‘이 법이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졌다”고 했다.
새로 출범한 22대 국회에서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문턱이 낮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몽 위원장은 “22대 국회의 구성 등 여러 상황이 21대보다 쉽지 않은 지형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시·충남도가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해왔던 국가인권위원회가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제출하는 독립보고서에서 이 내용을 삭제하는 등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에서도 ‘인권’과 관련된 논의가 위축되고 있다.
몽 위원장은 혐오가 만연해진 2024년에 국회가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를 시작하지 않는다면 이는 곧 책임을 방기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10년대 초반부터 온라인상 혐오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권위 판단이 나왔었다”며 “그런데 지금껏 국가가 그에 대응해서 한 노력이 대체 무엇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그는 성별·장애·나이·인종·종교·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금지하고, 불합리한 차별로 인한 피해자의 구제 조치를 규정하는 차별금지법이 혐오에 최소한의 제동을 거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몽 위원장은 22대 국회의 입법을 기다리기만 하지 않고 올 하반기 동안 차제연 차원의 시민사회입법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어떤 사회가 될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시민들과 함께해나가면서 법에 대한 열망을 다시 지펴보려 한다”고 했다. 이어 “법안이 발의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지금 당장’이라는 오랜 구호처럼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들의 절박함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계속해서 알릴 것”이라고 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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