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다시 ‘차별금지법’을 외칩니다”

전지현 기자 2024. 6. 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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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 ‘차제연’ 공동집행위원장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들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2대 국회의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원칙과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법은 혐오에 최소한의 제동 장치
22대 국회도 외면하면 책임 방기
나의 일로 여기는 사람들 많아져
절박한 필요성 계속해서 알릴 것

몽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 공동집행위원장은 지난 4년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섰다. 2022년 초여름 미류·이종걸 차제연 활동가는 한 달 이상 단식농성을 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강도 높게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면서 4건의 차별금지법안과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국민청원이 일괄 폐기됐다. 그러나 몽 위원장은 ‘다시 시작’이라고 했다. 차제연은 4일 “22대 국회는 달라야 한다”며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향신문은 회견 뒤 몽 위원장을 따로 만나 소회와 각오를 들었다.

몽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이 4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또다시 원점인가 싶을 수 있지만 몽 위원장은 차별금지법 제정안이 17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이후 “사회적·정치적 논의에 진전이 있었다”고 자평했다. 20대 국회를 제외하곤 매번 차별금지법 제정안이 발의됐다. 몽 위원장은 “차제연 활동가들에게 21대 국회는 법 제정을 바라는 사람들이 제도 정치에 전력을 다해 요구하고 싸워본 시기”라고 했다. “‘사회적 합의·공론화’가 필요하다”며 회피하는 의원들에게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설득해온 4년이었다.

몽 위원장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인 정치권과 달리 시민들의 호응은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차별을 금지하는 법을 왜 정치권이 공개적으로 추진하지 못하는지 의문을 가진 사람들, ‘이 법이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졌다”고 했다.

새로 출범한 22대 국회에서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문턱이 낮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몽 위원장은 “22대 국회의 구성 등 여러 상황이 21대보다 쉽지 않은 지형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시·충남도가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해왔던 국가인권위원회가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제출하는 독립보고서에서 이 내용을 삭제하는 등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에서도 ‘인권’과 관련된 논의가 위축되고 있다.

몽 위원장은 혐오가 만연해진 2024년에 국회가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를 시작하지 않는다면 이는 곧 책임을 방기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10년대 초반부터 온라인상 혐오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권위 판단이 나왔었다”며 “그런데 지금껏 국가가 그에 대응해서 한 노력이 대체 무엇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그는 성별·장애·나이·인종·종교·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금지하고, 불합리한 차별로 인한 피해자의 구제 조치를 규정하는 차별금지법이 혐오에 최소한의 제동을 거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몽 위원장은 22대 국회의 입법을 기다리기만 하지 않고 올 하반기 동안 차제연 차원의 시민사회입법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어떤 사회가 될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시민들과 함께해나가면서 법에 대한 열망을 다시 지펴보려 한다”고 했다. 이어 “법안이 발의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지금 당장’이라는 오랜 구호처럼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들의 절박함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계속해서 알릴 것”이라고 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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