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감정 통할 때, 우리 마음은 어디로 갈까요”

송은아 2024. 6. 4. 20:0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원더랜드’서 호흡 맞춘 김태용·탕웨이 부부
죽은 엄마·식물인간 연인을 AI로 복원
‘가짜’와 영상통화로 교감하는 사람들
탕웨이와 ‘만추’ 이후 13년 만에 재회
수지·박보검·공유 등 호화 출연진 열연
그리움·사랑… 감정의 실제성에 대한 질문
“진짜 같은 가짜, AI가 관계 변화시켜”

탕웨이, 수지, 박보검, 공유, 정유미, 최우식. 5일 개봉하는 영화 ‘원더랜드’는 이 호화 출연진을 한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기대감을 높이는 작품이다. 원더랜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인공지능(AI)으로 복원해 영상통화를 하는 서비스다.

사랑하는 딸과 엄마를 두고 병으로 먼저 죽는 바이리(탕웨이), 남자친구 태주(박보검)가 사고로 혼수상태인 정인(수지), 부모님을 떠나보낸 원더랜드 직원 해리(정유미)는 각자 다른 이유로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계가 만든 허상에 불과한데도, 이들은 원더랜드에서 그리운 이들을 만나며 감정의 파고를 겪는다.
영화 ‘원더랜드’는 죽거나 이와 유사한 상태인 그리운 이들을 인공지능(AI)으로 구현해 영상통화로 만나는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김태용 감독이 연출한 ‘원더랜드’는 여러 인물의 사연을 조각보처럼 이어 붙여 전개한다. 바이리의 경우 어린 딸이 영상 속 엄마가 살아있다고 믿어서 문제가 된다. 반면 바이리의 어머니는 AI가 만든 딸을 거북해하며 거부한다. AI에 익숙해진 정인은 남자친구가 기적적으로 깨어나자 오히려 어색해진다. AI 남자친구는 좋은 면만 모아 구현했지만 실제 인간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들의 사연을 통해 AI도 감정과 의지를 가질 수 있을까, 현실 속 진짜보다 이상적인 가짜를 마주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같은 질문을 던진다.

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태용 감독은 “AI가 직업을 뺏는 걸 넘어 관계 자체를 변화시킬 것”이라며 “이를 긍정적으로 볼지, 부정적으로 볼지 함께 얘기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계와 감정 소통이 가능할 때, 진짜 같은 가짜가 우리를 혼동하게 만들 때 우리 마음은 어디로 가는 걸까 표현하려 했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가상세계 속 인간을 특별한 연출 없이 현실처럼 표현한다. 그러다 보니 죽거나 혼수상태인 이들과 영상통화하는 일상이 펼쳐지는 초반부는 다소 단조롭다. 관객이 영화를 계속 보도록 붙들어 맬 요소가 부족하다고 할까.

김 감독은 “상황과 감정으로 파편적으로 이뤄진 이야기이고 인과관계로 얽힌 얘기가 아니라서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있을 것”이라며 “행간들이 읽혀지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고 밝혔다.

옴니버스 형식이라 우려되는 점이 있지만 김 감독은 배우들의 호소력 있는 연기만큼은 장담했다. 김 감독과 그의 아내인 탕웨이는 ‘만추’(2011) 이후 13년 만에 한 영화에서 만났다. ‘만추’를 찍을 때는 감독과 배우였지만 이번에는 부부로서 함께했다. 그는 “탕웨이는 연기에 전념해서 노력하는 스타일이고 질문이 많은 배우”라며 “집에 가면 집안일 하기도 바쁜데 ‘이 대사는 무슨 뜻이야’ 하면서 제게 계속 질문하니 도움이 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더라”라고 말했다.
‘원더랜드’의 김태용 감독은 “이 영화의 2탄을 만든다면 바이리와 AI를 관리하는 AI인 성준의 감정을 발전시켜 보고 싶다”고 말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이날 같은 카페에서 따로 만난 탕웨이는 김 감독과 13년 만에 작업한 데 대해 “가장 큰 변화는 하나의 장면을 얘기할 때 예전에는 어느 단계까지 가는 데 시간이 걸렸다면 지금은 빨리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점”이라고 말했다. 탕웨이가 연기하는 바이리는 엄마이자 딸이다. 모성애는 물론 딸로서 갖는 애틋함을 모두 보여준다. 탕웨이는 “제 엄마와 저, 제 딸 모두 외동”이라며 “영화에서 바이리의 엄마가 딸과 통화를 끝내고 식은 음식을 먹을 때 흰머리가 뚝 떨어지는데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고 했다. “실제 엄마와 통화할 때 ‘잘 있어’ 하고 발랄하게 끊는데, 끊고 나서 어쩌면 엄마도 저렇게 쓸쓸한 느낌을 가질 수 있겠다 싶었다”고 한다.

‘원더랜드’는 겉으로는 기계적인 차가움이 없는 따뜻하고 감성적인 영화이지만, 이면에는 많은 과학적 고민이 녹아 있다. 김 감독은 AI 전문가인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에게서 몇 년간 조언을 구했다. 그는 “입자들로 구성된 데이터라는 콘셉트로 그래픽을 구현했다”며 “입자들의 세계를 표현하고, 입자가 뭉쳐서 사람도 나무도 되는 초현실적인 느낌을 내보려 했다”고 설명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