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가는 톈안먼 사태…中 35주년 맞아 철통 봉쇄
베이징 지하철역에서 가방 열어 액체 성분 검사도
포털 검색은 물론 SNS 프로필 사진 변경까지 금지
홍콩에서는 올해도 추모 촛불집회 개최 원천 봉쇄
1989년 6월 4일 중국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민주화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한 톈안먼 사태가 4일 35주년을 맞은 가운데 중국 당국은 올해도 온·오프라인을 철저히 봉쇄한채 '그날의 기억' 지우기에 나섰다.
톈안먼 광장 출입 예약 불가능한데 "예약 없이 출입 불가"
이날 오전 11시쯤 베이징 지하철 톈안먼동역에 내려 톈안먼 광장쪽 출구로 향하자 긴 줄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긴 줄 맨 앞에 설치된 검색대에서는 중국 공안들이 신분증을 검사하고 있었다. 시민들은 익숙한 풍경인듯 미리 꺼내둔 신분증을 검색대에 스캔한 뒤 출구로 빠져나갔다.
줄을 선 시민들에게 왜 줄을 서고 있냐고 물어보니 "여기서 천안문이 가깝기 때문이다", "국가중요 시설이 근처에 있다" 등의 대답이 돌아왔다. "이렇게 신분증을 검사하는 것이 오늘이 톈안먼 사태 35주년이기 때문이냐"는 질문을 던지자 시민들은 약속이나 한듯 "전혀 관련 없다", "신분증 검사는 매일 실시한다"는 대답을 내놨다. 그리고 톈안먼 사태가 언급된 이 질문 뒤부터 시민들은 입을 굳게 닫았다.
기자가 검색대 앞에서 여권을 제시하자 공안은 자세한 검사 없이 지나가라고 손짓했다. 이어 출구를 빠져 나가자 대로를 앞에 두고 저 멀리 톈안먼이 눈에 들어왔다. 지하철 출구 주변 곳곳에 공안이 배치돼 질서유지 활동을 벌이고 있었지만 톈안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등의 행동을 제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톈안먼 광장으로 향하는 길에 설치된 검색대 안으로는 사전에 미리 광장 출입을 예약한 인원만 들어갈 수 있었고, 이날도 관광객으로 보이는 이들이 예약증을 내보이고 검색대 안으로 들어갔다.
외신 기자의 경우 평소에도 톈안먼 광장은 출입이 금지돼 있는데 이날도 마찬가지로 광장 출입을 위해 사전에 예약 앱에 여권번호를 입력해도 '예약 실패'라는 문구만 떴다. 이에 검색대를 지키는 공안에게 예약 앱이 먹통이라 예약을 할 수 없었다며 출입 가능 여부를 문의하자 눈도 마주치지 않은채 "예약을 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른 공안들 역시 같은 대답을 반복했고, 결국 톈안먼 광장을 100m 앞두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35년 전 역사의 현장인 톈안먼 광장 뿐만 아니라 이날 베이징 곳곳에서 눈에 띄게 검문검색이 강화됐다. 이날 기자는 지하철역 입구에서 두번이나 가방을 열어보라는 요구를 받았다. 또 가방 속 생수병을 꺼내 검사장비에 대본 뒤 다시 돌려줬다. 집회나 시위에 사용할 수 있는 휘발성 물질인지 여부를 검사한 것으로 보인다. 평소에도 베이징 지하철 입구에서는 공항처럼 가방 검사를 실시하는데 가방을 열어보라고 요구하는 경우는 베이징 생활 1년 5개월 중 이날이 처음이었다.
SNS 프로필 변경도 막아…홍콩 추모 촛불집회는 올해도 불가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온라인 통제 역시 강화됐다. 중국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위챗과 소셜미디어(SNS) 웨이보, 더우인 등에서는 지난 1일쯤부터 프로필 사진 변경이 막혔다. 위쳇의 경우 프로필 사진 변경을 시도하자 다른 설명 없이 "시스템 유지보수 중입니다. 나중에 다시 시도하십시오"라는 안내 메시지만 떴다.
매년 6월 4일을 전후해 검색포털 바이두, 그리고 웨이보 등에서 '톈안먼 사태'나 '6·4'(톈안먼 사태 발생일) 검색을 막는 것은 이제 일상화됐지만 프로필 사진 변경까지 막은 것은 이례적인 조치라는 평가다. 그만큼 중국 당국의 톈안먼 사태 관련 통제가 날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톈안먼 시위 희생자 유가족 모임인 '톈안먼 어머니회'는 이날 SNS를 통해 "35년이 흘렀고 당국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그 비극적 사건이 1989년 학생 운동에 의해 야기됐다고 쓴 '중국 공산당의 축약사' 뿐이다. 사실을 무시하는 그러한 설명을 용인하거나 용납할 수 없다"고 한탄했다.
지난 1990년부터 2020년까지 31년간 매년 이날 저녁이면 톈안먼 사태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던 홍콩에서도 지난 2021년부터 더이상 집회가 열리지 않고 있다. 홍콩 경찰은 이날도 집회가 열렸던 빅토리아 파크 주변, 그리고 코즈웨이베이 등 번화가에 경찰력을 대거 배치해 집회 개최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
홍콩프리프레스에 따르면 전날 밤 9시 30분쯤에는 코즈웨이베이에서 행위 예술가 산무천이 허공에 대고 손가락으로 '8964'를 쓰자 이를 지켜보던 30여명의 경찰관이 곧바로 그를 연행해가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8964'는 톈안먼 사태가 발생한 1989년 6월 4일을 의미한다. 산무천은 지난해 같은날에도 게릴라 시위를 벌이다 홍콩 경찰에 체포된 바 있다.
홍콩 경찰은 지난달 28일 변호사 겸 민주 활동가 차우항퉁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는데 그는 톈안먼 추모 집회를 주도해온 단체 부의장 출신이다. 특히, 차우항퉁은 지난 2021년 9월부터 이미 수감중인 인물로 이미 수감중인 인물까지 다시 체포한다고 발표한 것은 톈안먼 사태 35주년에 앞서 추모 집회나 시위를 준비하고 있는 반정부 인사들에게 경고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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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CBS노컷뉴스 임진수 특파원 jsl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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