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꽃 명자
꽃 명자
은결
그리움으로 칠한
속눈썹으로
13살의 붉은 뺨, 네가
나에게 왔다
책가방 내팽개치고
호오∼
불을 켜 두었던 동네 어귀에서
“명자야, 노올자”
사금파리조각처럼 반짝이던 유년의
황홀한 시간이
톡· 톡· 터· 진다.
반짝이던 유년의 시간
초등학교 친구처럼 임의론 친구는 없지 싶다. 몇 십 년 후에 만나더라도 너니 내니 할 수 있는 친구가 곧 초등학교 시절의 친구다. 시인은 명자가 보고 싶은 모양이다. 어린 날 한 동네에서 뛰놀던 명자 생각에 어쩌면 눈에는 눈물까지 번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학교에서 돌아오기가 무섭게 책가방을 내팽개치고 뛰놀던 저 골목길. 명자가 있었기에 반짝이던 하루. 해지는 게 아쉽기만 하던 저녁놀. 꿈에도 나타나던 명자는 다름 아닌 한 송이 ‘꽃’이었다. “명자야, 노올자.” 이보다 더 반가운 소리가 세상에 어디 있던가. 필자도 그랬다. 대문 밖에서 그 소리만 나면 뭘 하든 내팽개치고 뛰쳐나갔다. “저 저것 좀 보래. 친구라면 그저….” 어머니는 뛰어나가는 나의 등 뒤에서 혀를 차곤 하셨다. 그러시고는 해가 져도 들어오지 않는 자식을 위해 골목 어귀까지 나오셔서 헤매곤 하셨다. 친구란 그런 존재였다. 매일 만나도 싫증은커녕 좋기만 하던 얼굴들. 하루라도 못 보면 잠이 오지 않던 얼굴들. 그 얼굴들이 그립다. 시인의 이 동시를 읽으며 많은 이들이 사금파리처럼 반짝이던 시간을 떠올릴 것 같다. 세월이 흘러도 좀처럼 탈색되거나 지워지지 않고 오히려 새록새록 되살아나는 저 반짝이는 지난날을!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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