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듦새 좋아 15년 공연, 150주년도 기대"…뮤지컬 '영웅'의 자신감 [종합]

김수영/변성현 2024. 6. 4.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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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뮤지컬 '영웅' 프레스콜
안중근 역에 정성화·양준모·민우혁
정성화 "15년간 똑같이 할 생각한 적 없다"
'연극 대모' 박정자, 조 마리아 역 합류
"멋진 아들 셋 맞이해 행복"
"에너지 200% '올인', 감동 전해지길"


뮤지컬 '영웅'이 15주년을 맞아 더 웅장하고 깊이 있는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영웅'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현장에는 윤홍선 프로듀서, 한아름 작가를 비롯해 배우 정성화, 양준모, 민우혁, 박정자, 왕시명, 노지마 나오토 등이 참석했다.

뮤지컬 '영웅'은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가 1909년 중국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사형 판결을 받아 순국하기까지 1년을 그린다.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2009년 10월 26일 초연된 이후, 국내 대극장 창작 뮤지컬 중 '명성황후'에 이어 두 번째로 누적 관객 수 100만명을 돌파한 대한민국 대표 스테디셀러 작품이다.

이번 15주년 기념 공연에는 62명의 배우와 22명의 오케스트라가 참여했다. 이는 역대 '영웅' 중 최대 규모다. 윤홍선 프로듀서는 "더 깊이감 있는 뮤지컬 '영웅'을 만들고 싶었다. 15년이라는 시간 동안 함께해 온 배우, 새로 합류한 배우, 22명의 오케스트라와 감정의 깊이를 더 잘 표현하고 몰입감 있게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밝혔다.

한아름 작가는 "15년 동안 작품을 하면서 매 시즌 항상 회의를 한다. 전 시즌에서 노트에 적은 걸 조금씩 바꿔나가면서도 코어, 중요한 뼈대를 건드는 건 위험할 때가 있어서 신중하게 접근한다. 15년간 머리를 맞대고 조심스럽게 혹은 과감하게 바꾸면서 작품의 결이 많아진 것 같다"면서 "지금껏 그랬듯 최선을 다해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전할 테니 관객분들도 그에 상응하는 감동을 받고 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중근 역은 정성화, 양준모, 민우혁이 맡았다. 정성화는 초연부터 모든 시즌을 함께한 배우로, 뮤지컬을 원작으로 개봉한 동명 영화에서도 활약한 '영웅'의 정체성 그 자체다.

"만듦새가 좋지 않은 공연은 15년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뗀 그는 "거기에 승선해서 같이 순항할 수 있었던 건 배우로서 영광"이라고 고백했다.

정성화는 15년 전 첫 공연과 미국 링컨센터에서 공연했던 때를 떠올리며 "15년 동안 매번 똑같이 할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도 새로운 마음으로 했다"면서 "발성은 어떻게 해야 더 효과적으로 웅장하게 보내드릴 수 있을지, 안중근 의사의 감정을 어떻게 더 세밀하게 담아낼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준비했다. 15년 동안 매번 본 관객분일지라도 이번 공연은 또 새로울 것"이라고 자신했다.

양준모는 "'영웅'으로 묘사되긴 했지만, 영웅이 되기 위해 겪은 수많은 아픔과 고통, 나약한 인간의 모습, 어머니 앞에서는 한없이 아기 같은 아들의 모습들을 많이 표현하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홉 번째 시즌 이후 다시 돌아온 민우혁은 "뮤지컬배우를 꿈꿀 시기에 정성화, 양준모 선배님의 '영웅'을 봤다. '내가 저 무대에 설 수 있을까'라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배우로서 선배들의 마음이 얼마나 무거울까 생각하면서 봤는데 그 작품을 내가 하게 돼 영광이지만 한편으로는 이 무게감을 내가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처음 이 작품에 함께할 당시 선배님들이 만들어왔던 것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표현해보자는 마음으로 공연했다. 그때 느낀 것들을 토대로 더욱 풍성하고 명확한 표현을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안중근 의사의 신념과 인품에 감명받아 그를 평생 기린 인물인 교도관 치바 역은 실제 일본 배우 노지마 나오토가 맡았다. 그는 영화 '영웅'에서도 같은 역을 맡았던 바다.

노지마 나오토는 "역사 공부를 많이 했다"면서 진심을 담아 매 무대에 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성화는 "노지마 나오토가 치바 사당과 안중근 의사를 모신 사당을 직접 가기도 했다. 영화에 이어 공연에도 참여하고 싶어서 직접 윤호진 에이콤인터내셔날 대표와 윤홍선 프로듀서를 만났다. 본인의 의지가 많이 들어간 캐스팅"이라고 거들었다.


'연극계 대모' 박정자가 안중근 의사의 모친 조 마리아 역으로 '영웅'에 처음 합류한 점도 눈에 띈다. 박정자는 "15년 동안 '영웅', 조 마리아를 기다렸다"면서 "조 마리아라는 어머니가 있었기 때문에 안중근이라는 아드님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무엇보다 내가 가장 부자인 것 같다. 이렇게 자랑스럽고, 멋지고, 훌륭한 안중근 아들을 셋이나 맞이하지 않았느냐. 배우 아니면 이런 축복과 행운을 가질 시간도 자격도 없을 거다. 무척 행복하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조 마리아를 떠올리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화교 배우 왕시명은 안중근의 중국인 친구 왕웨이 역을 소화한다. 그는 "증조할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손잡고 피난을 와서 한국에 터전을 잡았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자랐다. 어려운 시절에 우리 집이 진짜 중국집을 하고 있다. 꽤 오래된 중국집인데 배고프고 힘든 분들이 우리 집에 와서 요리도 배우고 같이 살았던 기억이 있다. 이런 걸 왕웨이의 역할에 많이 묻히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안중근과 대립하는 조선 통감 이토 히로부미 역은 김도형, 서영주, 이정열, 최민철이 맡았고, 명성황후의 마지막 궁녀이자 뜨거운 조국애를 가진 인물 설희 역은 유리아와 정재은, 걸그룹 EXID의 솔지가 연기한다.


끝으로 정성화는 "언젠가 150주년이 될 날이 오지 않겠냐"는 기대감을 내비쳤고, 양준모는 "해가 거듭될수록 작품을 보는 연령층이 낮아지고 있다. 그들에게 좋은 영향이 될 수 있도록,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마음과 뮤지컬이 무엇인지를 '영웅'을 통해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정자는 "무대를 완성하는 건 관객들"이라며 "중학교 1학년생이 된 손주에게 이 공연은 적어도 세 번은 봐야 한다고 했다. 100%, 200% 모든 에너지를 쏟을 때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정말 올인이다. 관객분들에게도 그 감동이 전해지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영웅'은 지난달 2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했으며, 오는 8월 11일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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