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법 앞에 성역 없다’는 이원석 총장, 김건희 불러 조사하라

2024. 6. 4.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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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3일 김건희 여사 조사 방식과 관련해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했다. 이 총장은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검장 정기 주례보고 때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를 배석시켜 수사 경과·계획을 직접 보고받았다고 한다. 수사 상황을 보고받은 이 총장이 기자들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빌려 김 여사를 검찰청으로 불러 조사해야 한다는 뜻을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KBS 특별대담에서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에 대해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며 별일 아니라는 투로 말했지만, 이 건은 ‘아쉽다’고 적당히 눙치고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디올백을 건넨 재미교포 최재영 목사와 김 여사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를 보면, 최 목사가 2022년 6월17일 샤넬 로고가 새겨진 종이가방 사진을 올리고 “그냥 평범한 만남 인사”라고 하자 김 여사는 “월요일 두시 정도 어떠세요. 티타임”이라고 했다. 그 다음주 월요일인 6월30일 김 여사를 처음 만나 샤넬 화장품과 향수 등 180만원 상당의 선물을 건넸다는 게 최 목사 주장이다. 김 여사는 김창준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을 포함한 ‘전직 미국 연방의원협회’가 방한한 다음날인 2022년 7월10일 최 목사가 메신저로 “여사님이 공식적으로 접견” “대통령 내외분이 함께 접견”을 하면 좋겠다고 하자 “긍정적으로 검토하라고 하겠다”고 했다. 김 여사가 고가의 선물을 사전에 알고 받았고, 대통령 직무와 관련한 청탁에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는 것이다. 선물의 대가성까지 의심할 만한 정황이다.

이 총장은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했지만, 현 정부 검찰이 이 원칙을 지켰다고 믿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2021년 대선 경선 때 당 관련 인사 등에게 10만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야당 대표 부인을 기소한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통해 23억원의 이득을 취한 의혹을 받는 김 여사 조사는 수년째 뭉개고 있다. 여기에 더해 디올백 수수 사건마저 서면 조사로 적당히 끝낸다면 공익의 대표자로서 검찰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최악의 자해적 조치가 될 것이다.

이 총장은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조속히 김 여사를 검찰청으로 불러 디올백 수수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도록 지휘해야 한다. 남은 임기 3개월 안에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는 공언을 수사 결과로 입증하는 것만이 검찰은 물론 이 총장 개인의 명예와 자존심을 그나마 지키는 길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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