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프리카 48개국 ‘핵심 광물 대화’ 출범으로 공급망 협력
아프리카 ODA 100억달러 확대
140억달러 수출금융도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아프리카로부터 핵심 광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한 상설 협의체인 ‘한·아프리카 핵심 광물 대화’가 출범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2030년까지 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를 100억달러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기업들의 원활한 아프리카 진출을 위해 약 140억달러 규모의 수출금융도 제공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4일 일산 킨텍스에서 개막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공동언론발표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는 한국이 역대 최초로 개최하는 아프리카 국가 대상 정상회의이며, 윤석열 정부 최대 규모의 다자 정상회의다. 이번에는 아프리카 48개국 정상 및 대표(33개국에서 정상 및 정상급 참석)가 참석했는데, 이는 아프리카연합(AU) 회원국 중 자격 정지된 6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참석한 것이다.
한·아프리카 양측은 동반성장, 지속가능성, 연대라는 3축을 중심으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동반성장 분야에선 상호 호혜적 경제협력 증진에 초점을 맞췄다. 윤 대통령은 경제협력 증진 방안과 관련해 “한국과 아프리카 국가들은 경제동반자협정(EPA)과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 체결을 통해 호혜적 교역과 투자 협력을 더욱 확대하여 ‘동반 성장’을 이루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아프리카 각국의 실질 수요에 따라, 보다 효율적인 유무상 원조 체제를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 2030년까지 100억달러 수준으로 ODA 규모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의 원활한 아프리카 진출을 도모하기 위해 약 140억달러 규모의 수출금융도 관련 기업들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번 회의를 통해 한국과 아프리카는 ‘핵심 광물 대화’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공급망의 안정을 꾀하면서, 전 세계 광물 자원의 지속 가능한 개발에도 기여하는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는 전 세계 광물자원의 30%를 보유하고 있는데, 크롬, 망간, 코발트 같은 미래 전략산업의 핵심 원자재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지속가능성 분야에선 글로벌 과제에 대한 공동 대응을 논의했다. 양측은 기후변화 위기 대응을 위해 아프리카의 기후대응 수요를 반영하는 기후금융구조를 구축하고, 식량안보 문제 대응을 위해 ‘K-라이스벨트’ 같은 식량 자급자족 역량강화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연대 분야에선 평화·안보 협력이 논의됐다. 윤 대통령은 안보 분야 협력 방안과 관련해서는 “한국은 2024년, 25년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수임을 계기로 국제무대에서 아프리카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참석자들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모든 일원이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국과 아프리카 국가들은 협력 사업 이행을 위해 한-아프리카 경제협력회의(KOAFEC), 농업장관회의 등 분야별 고위급 협력체를 적극 가동해나가기로 했다. 2026년에는 한·아프리카 외교장관회의를 열고 이번 정상회의 성과를 점검하고, 차기 정상회의 개최 방안도 협의하기로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개회사에서 “글로벌 중추 국가라는 비전을 갖고 아프리카와 처음 갖는 다자 정상회의를 통해 한-아프리카 협력이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연합(AU) 의장국인 모리타니아의 엘 가즈아니 대통령은 오전 세션을 공동 주재하면서 “아프리카 국가들은 한국에 대한 굳건한 신뢰와 감사를 표현으로 이번 회의에 참석했다. 양측은 협력과 응원의 관계이며, 앞으로 경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관계·교류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각국 정상·대표들은 개회식과 오전 세션을 마친 뒤 기념 촬영, 친교 오찬을 차례로 함께 했다. 윤 대통령은 오찬사에서 케냐 마사이 부족의 속담 ‘지혜는 불씨처럼 이웃에서 얻는다’를 인용하며 “그동안 아프리카와의 협력 방안을 여러 측면에서 모색해 왔는데 오늘 여러분이 주신 지혜 덕분에 많은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적도기니 대통령의 생일이 5일, 토고 대통령의 생일이 6일이라고 직접 소개하면서 “한국에서 맞는 생신이 특별한 추억으로 간직되시길 바란다”고 축하했다. 오찬에서는 한국과 아프리카의 식재료와 조리법이 조화된 음식들이 제공됐다.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아프리카 정상 중 13개국 정상급 배우자들과 청와대 상춘재에서 퓨전 한식으로 오찬을 함께 하고 판소리 공연, 수묵 크로키 퍼포먼스 등을 관람하는 친교 행사를 주재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여사는 한국 전통 문화를 영부인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공연 및 메뉴까지 수개월 동안 섬세히 챙겼다”고 말했다.김 여사는 이어 시에라리온 대통령 영부인 파티마 마다 비오 여사와 경북궁을 산책하며 차담을 나눴다. 바오 여사는 시에라리온에서의 여성 성폭력 및 조혼의 심각성을 언급하며 이들의 안식처가 될 수 있는 공립병원 개원식에 김 여사를 초청했다. 김 여사는 “필요한 지원이 있다면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안이 있을지 적극 검토하겠다”며 화답했다고 김수경 대변인이 전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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