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체로 자전거 탄 관광객을 찾습니다”…주민들 분노한 사연[포착]

송현서 2024. 6. 4.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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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나우뉴스]

스페인 현지 매체 3일자 보도 캡처

스페인의 유명 관광지 중 한 곳인 란사로테 섬에서 옷을 전혀 입지 않은 채 자전거를 타고 해안도로를 달리는 관광객이 포착돼 논란이 일었다.

최근 페이스북에 올라온 영상은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6시경 란사로테 섬 북쪽의 과티사로 향하는 도로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 속 남성은 머리에 스카프를 두르고 운동화를 신은 채 허리에 작은 가방을 둘렀지만, 속옷도 착용하지 않은 맨몸이었다.

해당 영상이 공개된 뒤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SNS에는 “역겹고 무례한 관광객”, “아이들이 이런 모습을 볼까봐 두렵다”, “자신의 나라에서는 이런 모습으로 자전거를 타지 않을 것” 등 비판이 쏟아졌다. 일부 주민은 해당 관광객을 체포해 법적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나체 상태로 자전거 여행을 즐기는 관광객의 모습은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으로 몸살을 앓는 스페인의 카나리아 제도에서 항의 시위가 열린 지 불과 한달 여 만에 포착된 것이다.

‘관광의 나라’ 스페인, 과잉 관광으로 몸살

지난 4월 20일 스페인 국영 방송 보도에 따르면 이날 경찰 추산 2만여 명, 주최 측 추산 5만여 명의 시위대는 “카나리아 제도는 판매용이 아니다”, “관광 중단”, “내 고향을 존중해달라” 등의 글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지난 4월 20일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에서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에 반발하는 대규모 항의 시위가 열렸다. EPA 연합뉴스

시위 주최 측은 과잉 관광 탓에 무분별한 개발이 이뤄지면서 환경이 파괴됐으며, 이러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간다며 관광객 수를 제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관광객이 몰리면서 부동산 가격이 올라 거주민을 위한 주택 환경이 나빠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주에는 스페인 당국이 2020년 도입한 과잉 관광을 단속하는 법령의 수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수정안에 따르면 스페인을 대표하는 관광지인 발레아레스 제도 이비사와 마요르카섬의 주 관광지 거리에서 술을 마실 수 없다. 이를 위반할 경우 500~1500유로(약 73~221만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선상에서 주류를 판매하는 ‘파티 보트’ 금지 조항도 추가했다. 정부가 지정한 지역의 1해리(약 1.8㎞) 이내에 파티 보트의 진입이 불가하다.

마요르카, 이비사 등 네 개의 큰 섬과 부속 섬들로 이루어진 발레아레스 제도는 전 세계 젊은 여행자들이 몰리는 밤 문화의 중심지다. 그러나 섬을 찾는 관광객들의 과한 음주 소비와 그에 따른 비도덕적인 행동에 지속적인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스페인 당국은 2020년 이를 단속하는 법령을 발표했으나 과잉 관광으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자 수정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휴양도시 플라트하 다로의 전경. 코스타 브라바 관광청 제공

지난달 30일에는 역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스페인 코스타브라바의 플라트하 다로 마을은 성기를 묘사한 의상을 입고 공공장소를 활보하거나 ‘리얼돌’(사람을 본따 만든 성인용 인형)을 들고 다니는 사람에게 벌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플라트하 다로의 인구는 1만2500명에 불과하지만 여름 주말에는 하루에 약 15만 명의 방문객이 찾는 유명 관광지다. 그러나 일명 ‘불량 관광객’으로 지역 주민들의 피해 호소가 잇따르자 벌금안을 내놓았다.

지역 당국 대변인은 CNN에 “옷을 입지 않거나 속옷만 입고 거리나 공공장소를 걷거나 서 있거나, 인간의 성기를 나타내는 옷이나 액세서리를 착용하거나 성적인 성격의 인형을 들고 있는 경우 750유로(112만 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변에서 떨어진 도심 지역에서 상의를 탈의하거나 비키니만 입고 외출하는 것도 금지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조치는 6월 말 경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한편 스페인은 관광 산업이 지역 사회 국내총생산(GDP)의 45% 이상을 차지하는 나라다. 이에 당국은 오버투어리즘 해결에 앞장서면서도 관광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과잉 관광’이 아닌 ‘책임있는 관광’이라는 표현을 쓰기로 했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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