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읽기] 한반도 미래와 제22대 국회

2024. 6. 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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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경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서울=뉴스1) = 5월 30일 제22대 국회가 개원해 지난 4월 10일 총선에서 당선한 300명의 국회의원들이 4년 임기를 시작했다. 한국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22대 국회에 바라는 입법의제에 대한 요구가 한창 논쟁 중이다. 개원 전야 한반도에서는 북한 정찰위성 발사 및 실패, 대북 전단에 대항한 대남 풍선 투하,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가 있었다. 2023년 말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8기 9차 전원회의는 한반도에서 적대적인 두 국가의 병존을 부정할 수 없는 현실로 인정하고 '적대적 두 국가 관계, 전쟁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고착된 남북관계, 대적사업 전환에 따라 2024년 모든 대남 사업 조직과 기구 폐쇄가 이뤄졌다. 역대 한국 정부가 '민주든 보수든' 흡수통일, 체제통일 기조에 근본적 차이가 없었다며 대남 정책상 전환을 천명한 김정은 정권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가성을 주장하며 당의 존엄사수, 국위제고, 국익수호 원칙에 근거한 국가 대외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통일 문제는 전후 근대적 민족-국가 수립의 미해결 과제로서 한국의 국가적 목표로 헌법에 명시된 이래 현재진행형인 과제다. 그러나 헌법 제3조, 제4조가 명시한 한반도 통일의 과제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 기존의 민족주의적 동력이나 미래상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잃어버린 것처럼 보인다. 매년 통일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래세대인 청년층은 물론 전 세대에 걸쳐 통일 선호가 감소하는 한편 평화적 분단관리, 현상 유지에 대한 선호가 기존의 통일 선호를 대체하는 현상이 나타나며, 특히 청년세대에서 기존에 통일의 필요성 근거로 제시되었던 한민족 정체성 약화 등 변화된 흐름이 관찰된다. 북한이 두 국가관계를 선언하며 과거 통일담론·정책에서 탈피를 주장했다면, 한국 사회에서 역시 통일의 지향은 논쟁적인 주제, 무관심 혹은 피로도의 대상이 됐다.

한국 사회에서는 분단 79년에 이르는 남북관계의 부침 속에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대북정책 지지 기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게 대두됐다. 1980년대 말 민주화 이후의 변화에 따라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남북관계에서 국내 정치 지형의 변동을 반영, 대응하는 문제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미래 한반도 공간에서 한국 사회, 한반도 주민들이 선호하는 한반도 내 정치질서가 어떤 것인가를 두고 다양한 논쟁과 합의의 과정은 앞으로 더 필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글로벌 외교안보 환경의 역동적 변화는 남북관계가 기존의 문제의식, 방법론, 대응전략으로 접근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미중 전략적 경쟁의 심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에 따른 국제안보상황의 불안정, 최근 핵국가들의 독트린 변화에 따른 핵 위협 증대뿐 아니라 팬데믹 등 재난 재해, 기후 위기 심화에 따른 복합 안보적 위기 중첩의 현실은, 한반도 문제의 해법을 찾아내기 위한 더 광범하고 치열한 사회적 논의와 대안적 경쟁을 수반하게 될 것이다.

국내 사회적 균열, 논쟁을 대변하고 포괄하는 공론장이자 행정부가 구별되는 제도적 특징을 갖는 기관으로서 국회는 한반도 문제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것인가.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 미래지향적 공존을 국내 정치적으로 합의해 나가고 주변국을 포함한 국제정치적 지지와 협력을 얻어나가는 과정은 대내외 다양하고 중층적인 대화에 기반한 외교전략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전략의 구상에서 국회는 독자적인 외교적 역할을 넓혀갈 필요가 있다. 정부 외교의 대체재 혹은 보완으로서 국회의 역할을 사고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 헌법적 권한, 역량의 범위를 고려해, 한반도 의제 관련 입법, 주요 기본합의 체결 및 비준 동의, 정책 예결산 심의, 결의 채택, 주변국 의회 간, 시민사회-의회 간 협력 등에서 국회의 역할을 확장, 심화해야 한다. 국회는 기존에 행정부의 독점에 가까운 외교, 안보, 통일 의제에 대한 정책담론·실천에서 입법부의 관점에서 중장기 한반도 미래전략을 준비하고 이러한 중장기 시야에서 한반도 의제에 대한 입법부 이니셔티브를 정립해 나갈 수 있다.

한반도, 동아시아 평화와 안보, 번영에 대한 입법부의 관심은 전임 국회들의 다양한 결의안, 공청회 등에서 표출됐다. 그러나 글로벌 탈냉전기 '교차승인'이 이뤄지지 않은 '비대칭적 탈냉전' 상황에서 여전히 화해 협력 시도와 적대적 군비 증강을 오가는 남북관계 및 주변국 정세는 한반도 의제를 둘러싼 극명한 양극화된 국내 정치와 맞물려 교착을 반복해온 것이 현실이다. 현재 한반도 문제는 국내 정치, 남북관계 및 주변국 국제 정치를 어느 층위를 고려하든 공존과 평화보다는 그 반대항에 가깝다.

문제는 우리가 현재를 후대에 지속하고자 하는 미래로 원하는가, 그런 미래를 선호하는가 하는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핵전쟁 연습을 포함하는 한미일 안보협력 제도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전술핵 사용 위협 및 미사일방위체계를 둘러싼 미러, 미중 간 군비경쟁은 동아시아,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먼 공상이 아니라 대비해야 할 '가능미래'의 하나로 진지하게 고려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가능미래가 모두가 관심을 갖는 '회피미래'라면, 한국 사회에서 중장기 미래전망 및 미래 선호를 탐색하고 가능미래와 선호미래 사이의 격차,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국회 내외 논쟁을 통해 사회적 방향성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은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모두의 일상과 인권을 위해서 평화 구축을 지향하는 중장기 전략을 예비하는 것은 시민들의 의지를 대변하는 대의제 기관으로서 국회가 초당적 관점에서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현재의 정치적 양극화, 대립을 당장 피하는 것이 어렵다면, 지금으로부터 20년의 미래전망과 미래 선호를 시민들과 대화하는 미래대화의 과정을 허용하는 것으로부터, 선호미래 혹은 회피미래를 실현하고 대응하는 전략적 접근, 우선순위를 세우는 의도에서 우리 사회의 좌우, 여야를 넘어서는 논쟁을 활성화하는 것으로부터 국회발 한반도 미래전략을 준비할 수 있다. 이 과정은 과거 남북관계, 국내정치, 주변국 및 국제관계 관련 주요 변곡점, 존재했던 가능성들과 잃어버린 기회를 비판적으로 회고하는 한편 반성에 기반해 다양한 영역, 이슈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정책적 실험을 위한 상상력을 이끌어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또한 기존의 전략, 정책에서 귀담아듣지 않았던 집단, 개인들의 요구와 문제의식에 귀 기울이고 20~30년 미래에 출현가능한 새로운 현상, 동인을 고려하면서 어떤 의사결정이 더 많은 이들에게 더 나은 선택일 것인지 탐색하는 과정이기도 할 것이다. 한반도 해방과 분단 100년인 2045년의 미래가 긴장 고조, 적대적 반목보다 차이의 인정과 이해, 협력의 한반도 사회에 가까워질 것인가, 더 큰 위험을 마주하게 될 것인가는 중장기 미래전략 수립과 정책적 실천에 달려있다. 이러한 중장기 한반도 비전 만들기에 대한 22대 국회의 폭넓고 진지한 관심을 기대한다.

/김태경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미래읽기 칼럼의 내용은 국회미래연구원 원고로 작성됐으며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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