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품질인증 문제, 잘나가던 토요타 발목? "낡은 제도 탓" 비판도
일본 자동차 기업 토요타가 또 다시 차량 인증 비리에 휩싸이면서 브랜드 신뢰도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70년 묵은 구식 규제가 일본 자동차 산업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직접 생산은 하청업체에 맡기는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생산된 차량은 공장 출고 시 완성 검사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미국 로펌 호건로벨스에 따르면 이는 일본에서만 요구하는 검증 절차다. 이 때문에 해외 OEM 방식으로 생산된 차량을 수입하는 업체들이 항구에 완성 검사증 발급을 위한 창고를 따로 짓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OEM 생산차량에 발급되는 검사증에는 일정 요건을 갖춘 제조사 측 직원이 서명을 해야 한다. 2017년 닛산자동차 인증 비리는 이 규정을 위반한 결과다. 닛산은 30년 넘게 이 인증서 서명 작업을 자격 미달인 직원에게 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닛산은 2014~2017년 사이 제조된 121만 대를 리콜했다. 이에 닛산이 일본 자동차 산업 신뢰를 깎아내렸다는 비판에 직면했으나, 일부 전문가들은 규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이 문제삼은 대목은 국토교통성의 닛산 차량 출하 정지 조치에도 수출용 차량은 계속 출하됐는 것. 완성 검사증 제도가 일본만 시행하는 갈라파고스형 규제인 탓에 나타난 현상이라는 취지다.
이번 토요타 인증 비리 사건과 관련해서도 규제가 비리로 이어졌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아사히신문 기자 출신 이노우에 히사오 작가는 "인증 제도의 기본이 되는 법률은 1951년에 생긴 것으로, 재검토가 행해지고 있다고는 하나 시대에 맞지 않은 부분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인증 제도가 출고 승인을 받기 위한 요식행위로 전락했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낡고 복잡한 제도 때문에 신규 사업자들이 자동차 제조업에 진입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평했다. 형식 지정과 완성 검사증 발급 등 서류 업무가 기존 제조사들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장벽 역할을 했다는 취지다.
자동차 평론가 구니사와 미쓰히로는 TV아사히에서 "일본은 인증에 길면 1년 정도 걸려 해외 기업과의 경쟁에 불리하다"면서 업체들의 속내는 인증 제도 재검토라고 말했다.
이번에 토요타 인증 테스트 항목들 중 정부의 기준과 달라 문제가 것 중에는 정부 기준보다 까다롭게 설정한 부분도 있어 이에 대한 불만도 들린다.
FT는 "배기가스 배출 테스트와 충돌 안전 테스트 중 자동차 제조기업의 평판에 더 나쁜 것은 무엇이겠느냐"며 "전세계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에서 토요타가 위기에 빠졌다"고 했다. 국토교통성 조사에 따르면 토요타는 코롤라 등 차종 보행자, 탑승자 보호 시험에서 허위 데이터를 제출하고 크라운 차종 에어백 테스트에서 데이터를 조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공교롭게도 토요타는 추돌위험감지, 주행보조 시스템 등 운전자와 탑승자 보호를 앞세워 영업하고 있다"며 4일부터 국토교통성 관계자들이 현장조사에 나서 문제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토요타는 2023회계연도 영업이익 5조3529억 엔을 달성, 일본기업 최초로 영업이익 5조 엔을 넘겼다. 그러나 철강전문업체 스틸워치는 지난 4월 게재한 기사에서 일본이 전기차(EV) 시장에서는 부진하다면서 "일본 자동차 제조업차들이 1990년대 있었던 전자산업 실패를 반복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청정 자동차 산업을 위한 비정부기구(NGO) 리드더차지가 지난 2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7월 기준 토요타 EV 판매량은 4만6821대로, 전체(411만1313대) 중 1%에 불과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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