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한화 감독, 파격 라인업으로 복귀 인사 "변해야 한다"
구단 요청에 라인업 전날 결정…"야구가 많이 바뀌어있더라"
(수원=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2018년 6월 3일 프로야구와 작별했던 김경문(65) 감독이 딱 6년 만에 KBO리그 현장에 복귀했다.
회색 독수리 유니폼을 입고 4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를 찾은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은 수십명의 취재진 앞에 선 뒤 "참 반갑다"며 "먼저 팀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입을 뗐다.
밝은 표정의 김경문 감독은 "고졸 신인 황준서는 오늘 경기(kt wiz전)에서 선발 등판한 뒤 열흘간 휴식을 주기로 했고, 외국인 선수 요나탄 페라자는 옆구리가 약간 불편하다고 해서 (선발 라인업에서) 뺐다. 대신 (부상으로 이탈했던) 하주석이 돌아왔다"고 쉼 없이 이야기했다.
6년 만에 야구장 잔디를 밟은 본인의 이야기보다 소속 팀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김경문 감독은 '복귀한 소감과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궁금하다'라는 취재진 질문을 받고서야 웃음을 터뜨리며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경기 전) 그라운드를 걸어보니 저를 불러준 한화를 위해 뭔가 보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우리 선수들의 훈련하는 모습을 직접 보니 눈길이 가는 선수가 많다. 한화의 장래가 밝다는 말씀을 자신 있게 드릴 수 있다"고 밝혔다.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 지체 없이 답변하는 모습은 6년 전과 다른 것이 없었다.
김경문 감독은 '긴장감이 들진 않나'라는 질문에 "당연히 긴장된다"고 답했지만, 환하게 웃는 얼굴에선 떨림의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다만 지난 6년 동안 달라진 프로야구 문화에는 생소한 느낌을 받는 듯했다.
김경문 감독은 "예전엔 취재진이 수첩에 직접 적었는데 지금은 휴대전화로 녹음한다"며 "이게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 정말 세상이 달라졌다"며 웃었다.
백전노장 김경문 감독은 '변화'를 신기해했지만, 두려워하진 않았다.
김 감독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했던 신념을 내려놓고 새로운 무대에 뛰어들었다.
선발 라인업 결정 시점도 바꿨다.
과거 김경문 감독은 선수들의 경기 전 훈련 모습을 꼼꼼히 살핀 뒤 선발 라인업을 짰고, 이 루틴은 감독 생활 내내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은 자신의 사령탑 복귀전 선발 라인업을 전날 오후에 결정했다.
김 감독은 "돌아와 보니 야구가 바뀌어있더라"라며 "요즘엔 (선수들이 준비할 수 있도록) 하루 전에 라인업을 짜야 한다고 해서 어제 줬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사실 선수들의 컨디션은 경기 전까지 바뀔 수가 있다고 생각해서 매일 경기 전에 라인업을 결정했다"며 "지금 추세가 그렇다면 내 생각도 바꿔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많이 변하신 것 같다'는 말엔 "변해야 한다. 노인이라는 소리 안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웃었다.
김 감독은 이날 라인업에 상당한 변화를 줬다.
올 시즌 1군 3경기 출전에 그친 외야수 유로결을 1번 타순에 배치했고, 부상에서 돌아온 하주석을 3번 지명타자로 내세웠다.
그동안 1루수 혹은 지명타자로 출전했던 안치홍은 전성기 시절 책임졌던 2루수로 배치했다.
안치홍이 2루수로 선발 출전하는 건 한화 이적 후 처음이다.
김경문 감독은 "원정 경기는 우리가 선공하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나가야 한다"며 "그래서 (하주석을 지명타자로 쓰기 위해) 안치홍을 2루수로 선택했다. 하주석은 책임감을 가지라는 의미에서 3번에 배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 베테랑 선수들과 저녁 식사를 했는데 안치홍이 먼저 2루 수비를 준비해야 하냐고 묻더라"라며 "당연하다고 했다. 안치홍은 충분히 2루 수비를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유로결은 스타가 될 선수"라며 "오늘 긴장할 수도 있지만, 앞으로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김경문 감독은 취임식 때 강조했던 도루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설파했다.
김 감독은 "한화의 팀 도루(30개·전체 9위)가 매우 적다"며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강팀이 되기 위해선 많이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력이 좋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좀 더 줄 생각"이라고 전했다.
앞으로 상대할 '인연 깊은' 타팀 감독들과 만남도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김경문 감독은 "연락을 많이 받았다"라며 "(대표팀에서 기용했던)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이나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 (NC 다이노스 등에서 코치로 기용했던) NC 강인권 감독 등 다들 잘하고 있지 않나. 다만 승부는 승부니 재밌는 경기를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2004년부터 프로야구 사령탑으로 활약한 김경문 감독은 2018년 NC 감독에서 사퇴한 뒤 미국으로 떠나 프로야구계와 잠시 거리를 뒀다.
최근 하위권으로 떨어진 한화는 팀의 중심을 잡을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베테랑 김경문 감독을 영입했다.
김경문 감독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선 베테랑 감독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데, 이런 점이 동기 부여가 됐나'라는 질문엔 "나보다 나이 드신 분들이 현장에서 활약하시더라"라며 "책임감을 갖고 잘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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