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수 뻥튀기에 중복계정까지"…삼성전자 전삼노 비위 공개
DX 지부장 "근로 면제 늘리려 조합원 허위 가입" 주장
"전삼노에 민노총 관여"…복수계정 운영 의혹도 제기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조합원수를 뻥튀기 해서 얘기하는 것은 업계 관례이긴 해요."
"(조합 집행부) 계정이 몇 개인지는 상관 없잖아요?"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초기업노조 소속으로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노조를 이끄는 이송이 지부장이 삼성전자 파업을 예고한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의 위법성을 정면으로 지적하는 'DX지부에서 전삼노의 비위 행위를 알립니다'라는 글을 올려 주목된다.
이 지부장은 삼성전자 사내게시판에 구체적으로 전삼노 노조 지휘부 관계자들이 나눈 대화 녹취록까지 제시하며 전삼노의 비위 사실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지부장이 올린 게시글에 따르면 전삼노 이전 집행부는 조합원 숫자 부풀리기와 관련해 "조합원수를 뻥튀기해서 얘기하는 것은 업계 관례"라고 넘어가는가 하면, 집행부의 다중계정 사용에 대해서도 "계정이 몇 개인지는 상관 없잖아요?"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일부에선 전삼노가 오는 7일 조합원들의 연차 사용을 통해 파업을 독려하는 문제로 삼성전자 일부 직원들의 반발을 사는 상황에서 이번 비위 지적이 단순히 '노노 갈등' 차원에서 끝날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특히 이 지부장은 전삼노의 전임 집행부가 ▲조합원 숫자 부풀리기를 통한 근로시간 면제자 조작 ▲금속노조 간부의 전삼노 조합원 활동 ▲집행부의 다중계정 사용 문제에 연루됐다며 구체적인 녹취록까지 삼성전자 게시판에 공개했다. 이 지부장은 전삼노 출신으로 누구보다 전삼노 내부 실태를 잘 아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장이 소속된 삼성 초기업노조는 삼성전자 DX노조를 비롯해 삼성화재,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5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노조다.
이 지부장은 전삼노 전임 집행부가 2020년 노조 홈페이지를 개설하면서 조합원 수를 부풀리기 위해 비노조원인 일반 직원의 사내계정 정보를 도용해 허위로 조합원들을 더 많이 등록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전삼노가 이처럼 조합원수를 부풀린 이유는 근로시간 면제자 수를 늘리기 위한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현행법은 노조 간부가 노조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의 면제를 부여하는데, 이 같은 전임 노조원의 한도를 조합원 수에 비례해 운영하도록 정하고 있다.
삼성전자 사측은 노조와 2022년 체결한 첫 단체협약에서 조합원 수 4000여명을 근거로, 총 8명이 업무에 참여하지 않고 풀타임으로 근로시간을 면제 받을 수 있는, 1만5000시간 이상의 면제시간을 부여헀다. 이 경우 이 8명의 전임 노조원은 노조 활동만 하더라도 임금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 지부장은 당시 조합원 수 자체가 허위로 조작됐다며 전삼노 집행부가 근로면제시간 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한다. 현재 전삼노 노조위원장인 손 모씨와 부위원장인 이 모씨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는 게 이 지부장 측 주장이다.
이 지부장은 전삼노가 이미 2022년 공식 상급단체인 한국노총 외에 민주노총이 관여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지난 2022년부터 민주노총과 전삼노가 서로 연합해 있었다는 것으로 실제 당시 금속노조 전략조직국장이 전삼노 조합원으로 가입하고 있었다. 또 2023년 5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국제노동단체 행사에는 이 금속노조 전략조직국장과 전삼노 손 모 위원장, 이 모 부위원장 등이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달 29일 전삼노의 삼성전자 파업 선언 기자회견에도 금속노조 소속 간부들이 대거 참석해 연대 발언에 나선 바 있다.
초기업 노조는 당시 입장문을 통해 전삼노의 파업이 직원들의 근로조건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상급단체를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으로 갈아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전삼노 측은 이와 관련 이전 집행부 시절에 생긴 문제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전삼노는 현재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7일 연차 파업과 관련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다. 전삼노에 따르면 소속 조합원수는 이날 기준 2만8387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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