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마초 나라’의 첫 여성 대통령
마초(macho)는 ‘남자다움’ ‘남성우월주의’를 뜻하는 스페인어 마치즈모(machismo)에서 나왔다. 멕시코는 대표적인 ‘마초 나라’로 통한다. 높은 마약갱단 범죄율, 여성 대상 폭력 등 고질적 문제가 연상된다.
그 멕시코에서 여성 대통령이 나왔다. 지난 2일 대선에서 좌파 집권여당 국가재생운동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1)이 60%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됐다. 1824년 멕시코연방 수립 후 처음이다. 셰인바움은 당선 후 “나 혼자 해낸 일이 아니다. 우리 모국을 있게 한 여성 영웅들과 우리 어머니, 딸, 손녀들과 함께 이뤄낸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 보도엔 부러워하는 기류가 엿보인다. 멕시코에서 여성 참정권은 미국보다 30년가량 늦은 1953년 부여됐지만 미국보다 먼저 여성 대통령을 배출한 것이다. 이번 대선에선 1·2위 후보가 모두 여성으로 두 남성이 경쟁하는 미국과 대비된다.
멕시코의 성평등은 생각보다 훨씬 양호하다. 남녀 임금격차는 13.15%로 OECD 국가 중 매우 낮은 편이다. 한국의 남녀 임금격차는 31.2%이다. 멕시코는 1980~1990년대 민주화 과정에 여성할당제 논의가 활발했다. 여성 정치인·활동가·학자들이 각 정당에 여성할당을 강하게 요구했다. 현 대통령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가 멕시코시장이던 2000년 시 각료에 여성을 절반 임명했다. 셰인바움도 그중 한 명이다. 결국 2019년 헌법에 모든 선출직, 행정부·사법부 고위직에 여성 50%가 명시됐다.
사실 멕시코가 남성우위 사회가 된 건 비교적 최근 일이다. 그것은 녹색평론이 2018~2020년 연재한 독일 인류학자 베로니카 벤홀트-톰젠의 ‘후치탄, 여자들의 나라’를 보면 알 수 있다. 멕시코 남부 산악지대 후치탄에서 관찰한 여성들은 오랫동안 주부이자 수공업자, 상인으로 자급적 생산을 주도하며 모계제 사회를 꾸렸다. 중앙집중적이고 계급화된 남성중심 사회는 최근 현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높은 범죄율과 불평등이 남성위주 사회와 시기가 겹친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멕시코 민주주의가 되살린 “어머니, 딸, 손녀들”의 시대가 고질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손제민 논설위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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