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분계선 5㎞ 내 포사격 제한 풀어… 확성기 언제든 재개
확성기 재개 구체 시점은 안 밝혀
국방부 “작전수행상 공개 부적절”
尹 “오물풍선 비상식적 도발” 비판
당정, 풍선 살포 피해자 先보상 후
민방위법 개정 법적근거 마련키로
정부가 4일 오후 3시부터 남북 적대 행위를 금지하는 9·19 군사합의 효력을 남북 간의 상호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정지했다. 국방부는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며 군사분계선(MDL) 인근 군사활동 정상화를 예고했다. 북한의 도발 움직임에 맞설 옵션을 늘려 억제력을 키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방부는 이날 입장 자료를 통해 “정부는 군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군사활동에 제약을 받지 않도록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국방부는 “북한의 반복적인 합의 위반과 도발에도 지금껏 인내하며 군사합의 조항을 준수해왔다”며 “북한은 지난달 27일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 이후 GPS(위성항법장치) 교란, 미사일 발사, 대규모 오물풍선 살포 등 국민의 안전을 중대하게 위협하고 재산 피해까지 발생시켰다”며 북한 추가도발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군은 우선 MDL 이남 5㎞ 이내 지역에서의 사격 및 연대급 이상 부대훈련을 정상화할 방침이다. MDL 이남 5㎞ 내 지역에는 일반전초(GOP) 부대 외에도 전방지역 작전을 맡은 부대들이 있는데, 이들 부대에 대한 연대급 훈련 제약이 사라진다. 서북도서 해병부대의 K-9 자주포 사격도 재개될 전망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사합의로) 전방 포병사격 때 사격지역을 바꿔 시행하는 제한사항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정상 표적에 사격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일선 부대 여건과 훈련 계획, 준비 기간 등을 감안해 순차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오물풍선 살포에 맞선 카드로 주목받았던 대북 확성기 방송은 재개 가능성을 열어놓았지만, 구체적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언제든 시행할 준비가 됐지만, 어떤 상황에서 재개한다고 밝히는 것은 작전 수행상 적절치 않다”면서도 선제 방송 가능성에 대해선 “상황에 따라 다르다”며 여운을 남겼다. 재개 준비는 갖추되 사용하지 않았을 때 억제력을 더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북 확성기는 최전방 24곳에 고정식으로 설치됐고 이동식 장비는 16대가 있다.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에 따라 고정형은 창고에 보관 중이고 이동식 장비인 차량도 인근 부대에 주차돼 있다. 군 관계자는 “(고정형도) 재설치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지시가 있으면 바로 이행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정부와 군은 북한의 움직임을 분석·평가하면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여부와 시점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앞서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군사합의 효력을 전부 정지하는 안건을 상정·심의·의결했다.
한 총리는 국무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충분한 억지력을 확보하려면 필요한 훈련·정찰 등을 해야 하는데, 9·19 합의가 상당한 족쇄로 작용하고 있었다”며 “북한이 설정한 조건에 우리 안보를 의존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은 우리 국방의 확고한 기본 철학이고, 북한의 여러 도발 과정을 봤을 때 남북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9·19 합의는 전면 정지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박수찬·조병욱·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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