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가 쏘아올린 재벌 승계 '3개의 화살' [마켓톡톡]

한정연 기자 2024. 6. 4.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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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부와 재벌 1편 승계 과정
재벌 규제법으로 본 재벌 승계의 경로
‘법인 동일인’, 총수 개인회사 통제 불가
‘경영권 상속세 완화’, 승계 비용 낮춰줘
‘공익법인의 지분’, 일가 지분율 상승

윤석열 정부가 재벌 일가의 승계에 필수적인 법안을 손보기 시작했다. 이는 아베 신조 총리가 일본의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서 쏘아 올렸던 '3개의 화살'과 맞먹을 위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수십개 재벌 일가가 대기업집단을 거느린 나라이기 때문이다. 특정 가문이 대기업들의 집단을 경영하는 체제를 영미권에서도 'Chaebol(재벌)'이라는 고유명사로 부르는 이유다. 재벌 승계를 향한 3개의 화살을 알아봤다. 1편에서는 재벌 승계의 과정을 법률을 통해서 알아본다. 2편에서는 찬반론의 배경을 다룬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10일 민생토론회에서

재벌 일가는 그룹(대기업집단)의 지배지분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승계한다. 기본적으로 개인의 재산권 문제지만, 승계 과정에서 수많은 법을 신설해야 할 정도로 오랜 기간 사회·경제적 손실을 많이 끼쳤다. 총수 일가가 법이 막지 않는 선에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승계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올해 기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 88개의 평균 총수 지분율은 1.94%고, 총수의 친족 지분율은 1.56%에 불과하다. 재벌 승계 '3개의 화살'은 총수 일가의 지분은 늘리고, 비용은 축소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만한 것들이다.

■ 3개의 화살=세 개의 화살 중 하나는 이미 시위를 떠났다. 또 하나의 화살은 정치권이 연내 세법개정안에 포함하는 형식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하나는 이익단체들이 거세게 밀어붙이고 있다.

첫 번째 화살은 총수(동일인) 제도 예외조항 설치다. 국무회의에서 지난 5월 7일 독점거래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됐다. 재벌 총수는 대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인데, 시행령은 예외조항을 설치해 총수가 사람이 아닌 회사가 될 수 있게 바꿨다. 원칙적인 '불가'에서 예외적인 '허용'으로의 변화다.

총수가 동일인에서 빠지면 총수의 개인회사를 통제할 수 없다. 재벌 승계는 대부분 이 총수의 개인회사 가치를 최대한 올리는 것에서 시작한다. 아직 승계가 끝나지 않은 재벌 대기업집단의 예를 보면, 총수와 그 자녀가 20여년 전 15억원가량을 출자해 만든 A회사의 현재 시가총액은 7조원이 넘는다. 지금은 불법이 된 여러 방법을 동원해 기업가치를 5000배가량 띄웠다.

둘째, 경영권 상속의 과세 완화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난 5월 31일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5대 패키지를 제시했다. 이중 지역 균형 발전 패키지에는 '기회발전특구로 이전하는 중소기업 상속세 면제'가 포함됐다. 이 또한 불허에서 예외적으로든 아니든 허가로 방향을 튼다는 신호다.

여러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최대주주 경영권 할증 평가 개선 등 상속세제 개선을 추진 중이다. 기획재정부는 종합부동산세·상속세 등 개편안을 7월 중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3일 토론회에서는 "기업 상속인의 상속세율을 10%포인트 낮추자"는 구체적 주장이 나왔다.

대통령도 재벌의 승계와 상속세를 언급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10일 '민생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소액주주는 회사의 주식이 제대로 평가를 받아서 주가가 올라가야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데, 대주주 입장에선 주가가 너무 올라가면 상속세를 어마어마하게 물어야 한다. 할증세까지 있어서 재벌기업,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상장한 어지간한 기업들도 주가가 올라가면 가업 승계가 불가능해진다."

셋째, 대기업 소속 공익법인의 지분 보유 문제다. 한국경제인협회(옛 전경련)는 지난 5월 20일 '공익법인 활성화를 위한 상속세제 개선방안' 보고서를 내고 "대기업집단 계열사가 소속 공익법인에 지분을 발행주식총수의 10% 이상 초과해서 출연하면, 초과분에 상속·증여세를 과세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기업이 소속 공익법인에 현금이 아닌 지분을 넘기는 건 지분 확보에 쓰이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0년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설명하며 "공익법인이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고 밝혔다. 공익법인이 총수 일가의 편에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해도 효과가 있다.

그런데 의결권이 없이 보유해도 총수 일가의 지분율은 높아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총수의 지주회사 지분율이 45.0%인데 공익법인이 지분 10.0%를 확보한다면, 의결권 가능한 주식의 수를 줄여서 총수의 지분율을 50%로 만들어준다. 한경협의 보고서는 총수 등이 공익법인에 지분을 10% 이상으로 줄 때 부여하는 증여세를 없애달라는 내용이고, 이는 총수 일가의 의결권 확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총수가 지주회사 전체 지분의 45%를 가지고 있다면 의결권이 절반에 못미쳐 5%의 지분을 더 사야 한다. 하지만 지주회사 소속의 공익법인이 지분 10%를 확보하면 총수는 추가 지분을 살 필요가 없다. 공익법인이 보유한 주식은 의결권이 없어지므로 이 10%의 주식은 소멸된다(의결권이 없어짐). 전체 의결권 보유 지분으로 보면 총수의 45% 지분은 50%의 의결권을 갖게 되는 셈이다.

■ 법으로 보는 재벌 승계의 경로=재벌 승계가 이뤄졌던 과정을 일반화하려면 재벌 규제가 법제화한 내용을 보면 된다. 법에서 언급한 내용으로 재벌 승계 과정을 먼저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재벌 그룹 계열사가 전환사채·대여금·부동산·인력파견 등으로 총수 일가 구성원에게 특혜를 줘 개인회사를 차리게 한다. 재벌 총수의 지시로 그 일가의 개인회사가 계열사로부터 특혜를 받고, 계열사의 사업 기회를 빼앗아 기업가치를 크게 높인다. 총수 일가의 개인회사 가치가 충분히 오르면, 이를 계열사와 합병시킨다. 일감을 몰아주고, 통행세를 부과하는 등 이 합병 계열사의 가치는 높이고, 주가는 배당을 안 하는 등 인위적으로 낮춰 그룹 내 회사들을 불공정한 비율로 합병한다. 총수 일가 지분이 높은 회사를 분할·합병·상장해 지주회사 혹은 지배회사 지분을 극대화한다. 총수의 자녀는 이렇게 형성된 지배회사의 최소 지분만 상속받는다. 총수 일가는 상속세도 경영권 평균 프리미엄의 평균가보다 10%포인트 낮은 할증을 받아 납부한다. 자사주 등으로 총수 일가의 의결권을 더 늘린다."

이 내용을 담은 법 조항은 이렇다. 1998년 신설한 상법 401조의 2 '업무집행지시자'가 있다. 업무집행지시자는 회사의 사장(등기이사)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얘기고, 이는 재벌 총수(동일인)를 뜻한다. 1996년 신설한 공정거래법 제23조 1항은 회사가 공정한 거래를 저해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고, 계열사나 다른 회사를 통해서 불공정 행위를 하지 못하게 했다. 제23조 1항의 7조에 따르면 총수 일가 개인회사는 그룹사로부터 인력, 부동산, 유가증권, 무체재산권을 제공하는 부당 지원을 못 받게 돼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주요 5대 재벌 계열사 및 업종 현황 발표 및 재벌 개혁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998년 신설된 법인세법 제52조는 총수 일가 개인회사의 세금을 줄여주는 것을 금하고, '정상적인 가격'을 지키게 했다. 2012년 신설된 상법 제397조의 2는 회사의 사업 기회를 제3의 이익을 위해서 이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일감 몰아주기로 총수 일가 개인회사의 이익을 챙겨주면 그만큼 증여세를 내도록 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의 3도 2012년 신설됐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재벌·독점기업을 형성한다며 금지됐던 지주회사가 우리나라에서 가능해진 것은 1999년 개정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8조 덕분이다. 우리 정부가 지주회사를 허용한 건 IMF 사태 이후 대기업 계열사 일부를 매각하기 편하도록 순환출자를 먼저 해소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금까지도 지주회사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를 얘기하지 않는다.

상장사가 자사주를 보유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건 1994년 증권거래법 제189조의 2를 신설하면서다. 그룹 상장 계열사의 합병가격을 최근 1개월간 평균 종가로 정해 합병가격을 단순화한 것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6조의 5다.

금융위원회는 재벌 승계 과정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 배정을 제한하고, 자사주 보유 비중이 발행주식 총수의 5% 이상이면 그 목적과 처리계획을 사업보고서에 반영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 증권의 발행 및 공시 규정 개정안을 3일 입법예고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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