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홍 "2루수 준비할까요?"→"당연하지", 김경문호 한화 '파격 라인업'은 이렇게 완성됐다 [수원 현장]

수원=안호근 기자 2024. 6. 4.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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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수원=안호근 기자]
김경문 한화 이글스 신임 감독이 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를 앞두고 선수단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감독님, 2루수도 준비할까요?"

취임식을 치르고 원정 일정을 위해 수원으로 이동한 김경문(66) 한화 이글스 신임 감독이 고참들과 저녁 식사 자리에서 안치홍(34)에게 질문을 받았다. 평소 말수가 적은 선수의 질문에 귀를 쫑긋 세운 김 감독은 답했다.

"당연하지."

김경문 감독은 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서 한화 사령탑으로서 데뷔전을 치른다.

김경문 감독은 유로결(중견수)-김태연(1루수)-하주석(지명타자)-노시환(3루수)-안치홍(2루수)-채은성(우익수)-최재훈(포수)-이도윤(유격수)-장진혁(좌익수)으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포스트시즌을 방불케하는 수많은 취재진과 만난 김 감독은 "야구가 바뀌어져 있더라. 하루 전에 라인업을 정해야 한다고 해서 언제부터 그랬나 물었는데 저도 하루 전에 전달했다"며 "좋은 점 있고 안 좋은 점도 조금 있다. 잠을 어떻게 잤느냐에 따라서도 컨디션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추세가 선수들에게 그게 좋다고 하면 감독이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파격적인 라인업이지만 사실 어느 정도는 예상할 수 있었던 부분이다. 김 감독은 전날 취임 기자회견에서 '베테랑 중용'과 '뛰는 야구'를 강조했다. 김 감독은 "앞으로는 젊은 선수보다는 나이가 있는 선수들을 더 기용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고 "(도루 성공률) 꼴찌를 하고 있더라. 점수 내는 방법은 다양한데 어느 팀이나 빠른 선수들이 많다면 강해질 수 있다. 한화도 빠른 선수들, 도루할 수 있는 선수들을 더 찾아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화 이글스 안치홍이 올 시즌 첫 2루수로 출격한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이러한 생각이 온전히 반영된 라인업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안치홍과 채은성이 과거 많이 뛰었던 2루수와 우익수로 출전하는 것이다.

전날 식사 자리에서 어느 정도 윤곽이 그려졌다. 김 감독은 "(황)영묵이가 그동안 잘 치고 있었는데 안치홍 선수를 2루수를 내보낸다"며 "제가 생각하는 야구는 원정에 왔을 때는 우리가 먼저 선제 공격을 해서 점수를 내면서 가야 한다. 그래야 투수 로테이션이나 이런 걸 활용할 수 있지. 공격하러 와서 수비적으로 나설 수는 없다"고 말했다.

초공격부터 시작하는 원정경기이기에 수비보다는 공격적 라인업을 택했다는 것이다. 안치홍이 2루 수비에 과거와 같은 안정감을 보이기 어려울 수 있다는 걸 감안하면서도 택한 라인업이라는 것이다. 다소 모험수가 될 수도 있지만 원정경기 때는 그러한 모험을 걸어야 한다는 김 감독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안치홍은 올 시즌 처음으로 2루수로 출전한다.

이어 안치홍의 2루 출격 비화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김 감독은 "베테랑들과 어제 식사를 하는데 (안치홍) 본인이 '감독님, 2루 수비 준비해야 되느냐'고 먼저 묻더라. 그래서 '당연하지'라고 답했다"며 "또 라인업이 정해져서 경기를 하는 것도 좋지만 저는 안치홍 선수가 충분히 (2루 수비를) 커버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안치홍을 4+2년 총액 72억원에 데려왔다. 2루수로 골든글러브를 3차례나 수상한 선수지만 과거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김경문 한화 이글스 신임 감독이 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를 앞두고 선수단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2021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119경기에 나서며 110경기에서 2루 수비를 소화했지만 2022년엔 1루수로 40경기, 235이닝, 지난해에도 1루수로 34경기, 211이닝을 책임지며 전문 2루수의 이미지는 많이 사라졌다. 나이가 들며 자연스레 풋워크가 느려지고 공격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한화로 영입될 때는 사실상 1루 자원으로 분류됐다. 올 시즌엔 27경기에서 226이닝 수비를 책임졌는데 모두 1루수로만 나섰다. 1루를 책임지지 않을 때는 김태연 혹은 채은성에게 자리를 맡기고 지명타자로 나섰다. 그렇기에 이날 안치홍의 2루수 출격이 성공을 거둘지 관심을 키운다.

"저는 그래서 공격적으로 나가려고 하고 그리고 또 뒤에 기다리는 우리 젊은 선수들이 상당히 좋은 자질을 갖춘 눈여겨보는 선수들이 많다"는 김 감독은 "이렇게 쓰다가 점점 답을 찾아가려고 한다. 오늘은 이렇게 시작해봤다"고 말했다.

하주석을 3번, 유로결을 1번으로 기용한 것도 눈에 띈다. 김 감독은 "주석이도 한 번 3번에서 책임감을 가져보라고 내보낸다"며 "유로결은 제가 볼 때는 스타감이다. 그래서 오늘 불러서 용기를 줬다. 얼마나 긴장을 하지 않고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앞으로 스타가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주석은 올 시즌 타율 0.324로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었으나 부상으로 1군 엔트리를 떠나 있었다. 이날 1군에 복귀해 곧바로 3번 타자와 유격수 중책까지 맡았다.

한화 이글스 하주석이 부상에서 돌아와 김경문 감독의 한화 사령탑 데뷔전에 3번 타자 유격수로 나선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유로결의 톱타자 기용은 안치홍의 2루수 이상으로 파격적이다. 통산 1군 타율 0.147에 1군에서 6시즌 동안 162경기에 나선 것이 전부이고 한 번도 2할 이상 타율을 기록한 적이 없지만 김경문 감독은 그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더구나 팀 도루 9위(30개), 성공률 최하위(62.5%))빠른 발을 바탕으로 출루 후 상대 수비와 투수를 뒤흔들어 놓을 수 있는 타자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타격이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선 타율 0.306(111타수 34안타), 출루율 0.376을 기록했지만 지난 4월 콜업되서는 3타수 무안타로 부진한 뒤 다시 2군행을 통보받았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베이스가 커지고 다른 팀들은 도루가 엄청 늘고 있는데 우리는 제일 밑에 쪽에 있다"며 "이래서는 안 된다. 적어도 강팀들은 많이 뛰고 있다. 그런 부분부터 우리가 빠른 선수들을 하나씩 기회를 줘서 조금 못하더라도 가능성이 있다고 보면 더 기용을 하려고 한다. (유로결이) 제 눈에는 굉장히 멋있게 보인다"고 칭찬했다.

마찬가지로 올 시즌 팀 내 가장 많은 5도루를 기록한 장진혁도 이날 선발로 나선다. 9번 타자에서 출루해 빠른 발로 상위 타선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5개의 도루를 성공하는 동안 실패는 하나도 없었다.

다만 장진혁 또한 올 시즌 17경기에서 타율 0.214(42타수 9안타), 출루율 0.298로 타격과 출루 모두 아쉬움을 남겼던 선수이기에 김 감독의 용병술이 제대로 통할 수 있을지 기대감이 커진다.

올 시즌 1군에서 단 3경기에 나섰던 유로결이 김경문 감독 한화 데뷔전에서 1번 타자 중책을 맡았다. /사진=한화 이글스

수원=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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