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공의 사직 수리’로 출구 연 정부, 대화로 대치 풀어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4일 전공의와 수련병원에 내려진 업무개시명령과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전공의 복귀 시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하고, 전문의 시험에 차질 없이 응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열악한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도 적극 검토를 약속했다. 전공의가 의료 현장을 이탈하면서 내걸었던 7가지 요구 사항 중 ‘의대 증원 철회’만 제외하고 사실상 모두 수용할 뜻을 밝힌 것이다.
정부의 새 지침은 병원 이탈 전공의에 대해 “선처도, 구제도 없다”며 엄정한 법집행에 나서겠다던 애초의 입장에서 크게 물러선 것이다. 정부는 미복귀자에 대해서도 비상진료 체계 상황과 국민 여론 등을 감안해 추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며, 면허 정지 처분 등을 곧바로 강행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2020년에도 그랬듯이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또다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상황은 유감이다. 다만 정부의 성급한 추진으로 의료개혁이 시작부터 꼬이고 대화도 끊긴 뒤라서, 의료공백을 타개하기 위한 출구전략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조 장관도 “현장에 남은 의료진의 피로와 중증 질환자 고통이 커지는 상황에서 비판을 각오하고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공은 의사들에게 넘어갔다. 그러나 강경파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 철회 없는 사직서 수리는 갈라치기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부터 7일까지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 중이고,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총파업 안건으로 긴급 총회를 연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가 전공의에 대한 행정조치를 강행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마당에 더 이상의 집단행동은 명분이 없다. 지금 대치 상황은 어느 한쪽의 완전한 굴복을 고집해서는 영원히 풀리지 않는다. 의사로서의 직업적 책임감이 남아 있다면, 환자 곁으로 돌아와야 할 때다.
이번 유화책에도 상당수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진료 공백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더욱 철저한 비상진료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대규모 증원·전공의 이탈·의대생 유급 사태로 올해와 내년에 의대 교육·수련 현장에서 빚어질 혼란도 선제적 대책을 꼼꼼히 세워야 한다. 결국 이 갈등의 불씨와 혼선은 대화로 풀 수밖에 없다. 정부와 의료계는 의료현장을 정상화하고 실효적인 의료개혁 그림을 짤 의·정 협의체를 조기에 가동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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