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십억 급여 직접 정한 남양유업 회장…법원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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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주총에서 승인한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등에 대한 보수 한도 결의가 최대주주인 홍 전 회장 등의 찬성표에 의해 승인된 '셀프 보수' 책정이므로 취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남양유업 지분 51.68%(2022년 말 기준)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던 홍 전 회장은 주총 투표에서 자신을 포함한 이사들의 급여를 최대 50억까지로 정한 이사 보수 한도안에 '셀프 찬성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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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전 회장, 이사 보수 한도안에 ‘셀프 찬성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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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상장사의 회장(등기이사) 겸 지배주주가 자신의 급여와 퇴직금 등 보수를 직접 결정한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국내 대부분 상장 기업에 사실상 관행으로 굳어진 지배주주의 ‘셀프 보수’ 책정에 사법부가 제동을 건 셈이어서, 판례가 축적될 경우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4일 한겨레가 입수한 ‘남양유업 주주총회 결의 취소 소송’의 판결문을 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재판장 이승원)는 “지난해 3월 남양유업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뤄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결의를 취소하라”고 선고했다.
이 소송은 남양유업 지분 3%를 보유한 사모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선임한 심혜섭 남양유업 감사가 직접 제기했다. 지난해 3월 주총에서 승인한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등에 대한 보수 한도 결의가 최대주주인 홍 전 회장 등의 찬성표에 의해 승인된 ‘셀프 보수’ 책정이므로 취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남양유업 지분 51.68%(2022년 말 기준)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던 홍 전 회장은 주총 투표에서 자신을 포함한 이사들의 급여를 최대 50억까지로 정한 이사 보수 한도안에 ‘셀프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현행 상법 368조 3항은 ‘총회 결의에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직접 회사로부터 보수를 받는 이사가, 지배주주로서 보수 한도 결의에 찬성표를 던진 ‘이해충돌’이 생긴 셈이다. 이에 심 감사는 “홍 전 회장은 이사 보수 한도 승인 결의에 특별한 이해관계를 가진 자이므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주총 결의 취소 소송을 냈다.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이같은 셀프 보수 결의가 상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상법의 ‘특별한 이해관계’는 특정한 주주가 주주의 입장을 떠나서 개인적으로 이해관계를 가지는 경우를 의미한다”며 “남양유업 이사인 홍 전 회장은 이사의 보수 한도액을 정하는 결의가 이뤄지면 그 한도 내에서 보수를 지급받을 수 있게 되므로, 이 결의에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는 특별 이해관계인에 해당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주총에서 결정된 이사의 보수 한도액은 향후 개별 이사의 구체적인 보수액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 “홍 전 회장은 이사의 보수 한도액 승인에 관한 안건에 특별한 이해관계를 가진 주주로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이런 논리에 따라, 홍 전 회장의 의결권을 제한할 경우 당시 주총의 찬성 의결은 반대로 뒤바뀐다. 이사 보수 한도 안건은 주총 ‘보통 결의’ 사항으로, 주총에 출석한 주주의 주식 수 과반수와 전체 발행주식 수의 4분의 1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난해 3월 남양유업 주총에서 특별 이해관계자인 홍 전 회장의 주식 수를 제외하면, 이사 보수 한도 찬성 표(약 6만5천주)가 반대 표(약 9만1천주)보다 적었다.
이수정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특별 이해관계자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주요 판례가 쌓이고 주주들의 이해도도 높아져 앞으로 이런 사례가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주총 결과 공시에도 이같은 안건의 표결 결과를 바로 공시하는 등 주주들을 위한 정보 공개를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경제개혁연구소가 국내 자산 1조원 이상 상장사 332개의 2020∼2023년 주총 722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사 보수 한도 안건 표결에서 특별 이해관계자인 지배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한 사례는 3건(0.4%)에 불과했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특별 이해관계자의 의결권 제한을 넘어, 개별 이사들에게 이미 지급한 보수의 적정성을 따져보고 향후 지급액 등을 주총에서 결정하도록 상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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