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지지율 전광판 의식?”…尹, ‘석유 로또’ 카드 꺼낸 속내는
당정, 尹 취임 후 ‘최저 지지율’에 위기감…“1% 올리려면 뭐라도”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총선 참패' 후 8주 가까이 지지율에서 고전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돌연 첫 국정 브리핑을 통해 '동해 석유 매장' 가능성을 전격 발표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반응도 분분한 모양새다. 여권에선 "상당히 좋은 소식"이라며 기대감이 표출된 반면 야권에선 "지지율 전환을 위한 꼼수"라며 의구심을 표출했다. 일각에선 과거처럼 정부가 석유 시추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놓고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면 오히려 역풍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동해에 석유·가스 매장"…尹, 긴급 브리핑으로 호재 전달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임 후 첫 국정 브리핑을 열고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140억 배럴에 달하는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며 "1990년대 후반에 발견된 동해 가스전의 300배가 넘는 규모이고,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라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내년 상반기쯤 윤곽이 나올 산업통상자원부의 탐사 시추 계획을 승인했다.
해당 소식에 여권에선 '호재'라며 기대감을 드러내는 분위기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4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윤 대통령의 발표 내용에 대해 "확률이나 가능성에 관해선 아직 정확히 얘기하기 어렵지만 상당히 기대를 갖고 볼 수 있는 좋은 소식"이라고 첫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전문 기관이 앞으로 순차적으로 여러 과정들을 진행할 것이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반면 야권은 '지지율 전환용'이라며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석유·가스 매장량이나 사업성을 확인하기도 전에 대통령이 매장 추정치를 발표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조국혁신당의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윤 대통령은 보고를 듣자마자 바닥 수준인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호재로 보였나"라고 비꼬았다. 개혁신당의 허은아 대표도 페이스북에서 "돋보일 만한 대목에만 대통령이 비겁하게 나선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4·10 총선 이후 지금까지 '20~30% 초반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는 한국갤럽이 지난 5월10일 발표한 '취임 2주년' 지지율에서도 24%를 기록해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 중 '최저치'라는 오명을 쓴 바 있다. 당시 국민의힘의 윤상현 의원 등도 5월7일 진행된 '정부 2주년 평가' 세미나를 통해 "'선수는 전광판을 보지 않는다'는 기조를 대통령이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 남은 3년이 달렸다"고 일침을 날리기도 했다.
특히 가장 최근 발표된 대통령 지지율 성적은 더 참담했다. 한국갤럽이 5월31일 발표한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치인 21%를 기록했다. 관련해 대통령실은 물론 여당 내부의 위기감도 상당하다는 전언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국갤럽의 21% 지지율이 1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자체 진단과 우려도 나왔다"며 "지지율을 1%포인트라도 올릴 수 있는 것이라면 다 해야 한다는 위기감과 함께, 전통적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동해 석유' 카드는 국민 여론을 반전시킬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오는 6~7일 공휴일 관계로 한국갤럽과 NBS(전국지표조사) 등 주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용산에선 지지율을 만회할 '천금' 같은 시간을 마련했다는 반응도 나온다. 관련해 여권의 다른 핵심 관계자는 "유승민 전 의원의 말대로 용산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지면 당까지 같이 타격을 입게 된다. 당정 모두 한숨을 돌린 셈"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박정희 시즌2' 되면 오히려 지지율에 마이너스?
하지만 일각에선 '석유 매장' 기대감이 단순 헤프닝에 그칠 경우 오히려 더 큰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통상 석유의 실제 매장량을 알기 위해선 최소 5개(한 개당 1000억원 소요)의 시추공을 뚫어봐야 한다. 이처럼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놓고 결과물이 없다면 국민 반감이 더 커질 수 있는 셈이다. 앞서 박정희 전 대통령도 1976년 1월 기자회견에서 "포항에서 석유가 난다"고 발표했으나 결국 원유가 아닌 정제된 경유로 드러났던 사례가 있다.
관련해 박지원 의원도 이날 시사인 유튜브 《김은지의 뉴스인》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이 포항에서 석유가 발견됐다고 해서 발칵 뒤집혔다. 그런데 사실이 아니었다"며 "윤 대통령이 말한 대로 유전과 가스가 매장된 게 사실로 나오면 얼마나 좋겠나. '박정희 시즌2'가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역대 어떤 대통령도 집권 2년 만에 이렇게 바닥을 친 적은 없다"며 "오죽 급했으면 포항에 유전 가능성을 (윤 대통령이) 얘기 했겠나"라고 말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한국갤럽 조사들은 모두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5월10일 발표 조사(5월7∼9일 전국 유권자 1000명 대상)의 응답률은 11.2%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였다. 5월31일 발표 조사(5월28~30일 전국 유권자 1001명 대상)의 응답률은 11.1%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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