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음악·거장'과 함께 17세기 네덜란드의 마을로 여행을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야경 등 네덜란드 걸작 35분간 영화처럼 상영
거대한 전시관에 들어서자 관람객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천장과 바닥, 벽이 순식간에 17세기 네덜란드 풍경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전시는 네덜란드의 한 도시에 배가 정박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관람객은 배를 타고 네덜란드의 작은 마을로 여행을 떠나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한적한 마을에 도착하면 마을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우유통을 들고 우유를 따르는 여인, 바느질 하는 아이,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은 마치 관람객에게 자신의 일상을 보여주며 말을 거는 듯하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한 쪽 귀가 잘린 고흐, 해바라기, 네덜란드의 상징인 풍차. 우리에게도 익숙한 17세기 네덜란드의 모습이다. 시끌벅적한 하루가 끝나고 나면 관람객들은 프랑스 남부의 밤하늘을 바라보게 된다. 전시관에 마련된 쿠션에 비스듬히 앉아 ‘별이 빛나는 밤’ 아래에서 몽환적인 시간을 보낸다.
지난 5월 24일 서울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빛의 시어터’에서 개막한 ‘베르메르부터 반 고흐까지, 네덜란드 거장들’ 전시가 열리고 있는 전시장의 관람 풍경이다. 이곳의 전시 모습은 여느 전시장과 다르다. 전시는 벽에 걸려있지 않고, 총 12개의 시퀀스로 나뉘어 35분간 영화처럼 상영된다. 문을 통해 입장한 관람객들은 위·아래, 혹은 양 옆을 쉴 새 없이 두리번거리며 작품 속으로 한발 한발 빠져 들어간다.
전시장 ‘빛의 시어터’는 빛과 음악을 통해 ‘몰입형 전시’라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IT 기업인 티모넷이 제주에 세운 ‘빛의 벙커’에 이은 두 번째 프로젝트 공간이다. 2022년 개관 당시 1953년 개관한 ‘워커힐 시어터’를 빛으로 재탄생 시켰다는 호평을 얻었다.
‘빛의 시어터’ 규모는 웅장하다. 면적 약 1000평, 높이 21미터의 커다란 방에 들어서면 빔 프로젝터와 스피커가 쉴 새 없이 음악과 빛을 쏘아 댄다. 거장들이 그린 작품의 화질은 실제에 가깝다. 원작은 그림같지만, 빛의 시어터에서 보는 작품은 3D 영화처럼 생생하다. 관람객들은 전시관 안에서 음악과 작품에 둘러싸여 마치 작품 안을 여행하는 듯한 독특한 예술적 경험을 할 수 있다.
지난 2022년 구스타프 클림트, 2023년 달리를 집중 조명한 빛의 시어터는 올해 네덜란드의 거장의 작품을 모아놓은 대형 전시를 마련했다. 총 12개의 시퀀스로 구성돼 35분간 상영되는 이 전시에는 빛의 대가인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우유 따르는 여인’, ‘레이스 뜨는 여인’과 렘브란트의 ‘야경’,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비롯해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방식으로 표현한 거장들의 작품이 광활한 무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빛의 시어터는 네덜란드 거장들의 작품을 감상하는 동시에 창작의 이면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하나의 연극 작품처럼 기획됐다. 전시를 기획한 비르지니 마르탱은 “이 전시는 베르메르가 가졌던 영화적인 시선에서 영감을 받아 약 1 년에 걸친 애니메이션 창작 작업을 통해 연출됐다”며 “관람객은 작품의 일부가 되며 그 안에서 조명의 변화, 구도의 다양성, 카메라 움직임 등을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세계 최고의 미술관에 걸린 300점 이상의 걸작을 만나볼 수 있다. 마르탱은 “네덜란드의 거장들은 아주 미세한 디테일까지 깊게 고민하고 질감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작품의 분위기를 만들었다”며 “빛은 네덜란드 거장들을 연결하는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빛의 시어터 전시는 35분간 상영되지만 최소 1시간 이상 여유를 두고 두어 번 반복해 관람하는 것도 좋다. 첫 번째 관람에서 정면의 벽을 집중적으로 감상했다면 두 번째 전시에서는 좌우에서 상영되는 작품을 살펴볼 수 있다. 클래식, 재즈, 록 등 장르에 따라 바뀌는 그림의 모습도 음미할 만하다. 전시장 곳곳에 마련된 의자와 쿠션에 미리 자리를 잡고 작품 속 한적한 마을에 있는 듯한 마음으로 전시를 관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시는 11월 24일까지.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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