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망쳐놓고 … 오답노트 못 쓰는 與

박자경 기자(park.jakyung@mk.co.kr), 이유섭 기자(leeyusup@mk.co.kr) 2024. 6. 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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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총선백서 특위
백서 발표할 시점조차 못정해
전대 이후 주장하는 지도부에
조정훈 위원장도 한발 물러서
한동훈 면담 놓고도 티격태격
당권주자 대부분 선대위원장
전당대회 앞두고 이해 엇갈려

국민의힘이 4·10 총선에서 참패한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모색하겠다며 출범한 '총선백서특별위원회'가 표류하고 있다. 총선이 끝난 지 50일이 넘도록 총선백서를 발표할 시점조차 정하지 못하면서 백서특위 활동이 '용두사미'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백서특위의 갈지자 행보의 원인으로는 총선을 진두지휘했고 지금은 유력한 차기 당권주자로 떠오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작용하고 있다.

백서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정훈 의원은 이날 국회 본관에서 열린 총선 출마자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나는 백서의 작가이자 편집자이고, 비대위는 출판사"라며 "출판 시기는 출판사에서 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조 의원은 백서를 두 번에 나눠 발표하자는 제안을 했다가 지도부 반대에 부닥친 바 있다. 복수의 비대위 참석자에 따르면 조 의원은 "이달 중 향후 대책에 대한 방향성을 먼저 내놓고, 추후 총선 패배의 원인 분석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여야 간 원 구성 협상 등이 진행되고 있는데 당 내부 이슈가 불거지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시점에 대해 문제를 지적했다. 지도부 인사들은 또 "전당대회 경선을 위한 후보 등록이 이뤄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처방을 먼저 발표하고 원인 분석이 나중에 이뤄지는 것은 순서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지도부의 대체적 의견은 오는 7월 25일로 잠정 결정된 전당대회 이후에 총선백서를 발표하는 쪽으로 모이고 있다. 김용태 비대위원은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잘 준비해 한 번에 발표하는 게 낫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총선백서 발표 시점이 예민한 이슈가 된 이유는 잠재적 당권주자들과 총선 선거대책위원장이 대부분 일치하기 때문이다. 한 전 위원장을 비롯해 나경원 의원, 안철수 의원 그리고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모두 총선 때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특히 한 전 위원장은 당대표에 나설 경우 당선이 유력한 상황이다.

당권주자 중 한 명인 윤상현 의원은 하루라도 빨리 총선백서를 발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 의원은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우리가 왜 총선에 실패했는지에 대한 반성과 처절한 몸부림이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총선백서를 바탕으로 혁신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도 "총선백서는 원칙적으로 전당대회 전에 나와야 한다"며 "또한 당대표를 뽑는 데 교훈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표 시점뿐만 아니라 총선백서 작성을 위한 면담 대상을 두고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핵심은 면담 대상에 한 전 위원장을 넣을지다.

조 의원은 한 전 위원장을 만나야 하고, 면담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조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대통령실 면담은 진행 중이고, 한 전 위원장은 아직 연락이 없다"며 "(면담이 불발되면) '요청은 했으나,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수준에서 기술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당권주자들은 조 의원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윤 의원은 "(한 전 위원장 면담 등) 그런 걸 담는 게 총선백서"라며 "그냥 형식적으로 할 거면 안 하는 게 낫지 않냐"고 꼬집었다. 안 의원도 "한 전 위원장이 총선 전체를 지휘했으니, 백서를 쓴다고 한다면 참여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앞서 나 의원도 "너무 특정인 책임을 묻는 총선백서도 문제겠지만, 특정인은 무조건 책임이 없다고 하는 총선백서도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총선 때 사무총장이었던 장동혁 의원은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난 당대표를 면담하고 대통령실 참모를 면담하겠다니 백서팀이 특검은 아니지 않나. 개인적으로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박자경 기자 /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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