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영화 ‘미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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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한국영상자료원은 지난달 31일 '한국 영화 100선'을 10년 만에 발표했다.
'미망인'은 박 감독의 마지막 영화가 됐다.
□ '미망인'은 한국 영화사에서 오래도록 잊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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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지난달 31일 ‘한국 영화 100선’을 10년 만에 발표했다. 국내 영화인 240명이 참여한 결과였다. 2014년처럼 1위는 ‘하녀’(1960)였다. ‘살인의 추억’(2003)과 ‘기생충’(2019)이 10년 전 공동 1위였던 ‘오발탄’(1961)과 ‘바보들의 행진’(1975)을 밀어내고 2, 3위에 각각 올랐다. ‘미망인’(1955)이 명단에 처음 포함된 점이 특히 눈에 띈다. ‘미망인’은 국내 첫 여성 감독인 박남옥(1923~2017)이 연출한 장편 데뷔작이다.
□ 1950년대 여성들은 사회진출이 쉽지 않았다. 영화계라고 예외였을까. 박 감독은 한 살배기 딸을 업고 ‘미망인’ 촬영장에 나서야 했다. 매일 스태프 밥을 해 먹여야 할 정도로 제작비 부족에 시달렸다. 그는 ‘미망인’ 후반 작업을 위해 녹음실을 찾았다가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다. 녹음기사에게 “새해부터 여자와 일하면 재수 없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출산보다 더 힘들게 만든” 영화는 극장에 걸린 지 나흘 만에 상영이 중단됐다. ‘미망인’은 박 감독의 마지막 영화가 됐다.
□ ‘미망인’은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여인 신(이민자)을 스크린 중심에 둔다. 남편 친구 도움으로 딸을 키우며 살아가던 신은 한 남자와 재혼을 한다. 딸을 친정에 맡기고 다시 시작한 결혼 생활은 파국을 맞는다. 영화는 한 여인의 신산한 삶을 통해 전쟁 직후 한국 사회를 묘사한다. 여성 감독이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전후 풍경을 들여다본다. ‘미망인’은 남성 시각으로만 기록됐던 시대를 여성 시각으로 담아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깊은 작품이다.
□ ‘미망인’은 한국 영화사에서 오래도록 잊혔다. 1997년 제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되며 존재가 뒤늦게 알려져 재평가받게 됐다. ‘한국 영화 100선’ 포함은 때늦은 감이 있다. 20세기 한국 영화계에서 여성 감독은 희귀종이었으나 적어도 독립영화 진영에서는 지금 지배종이 돼 가고 있다. 2014년 100선에는 여성 감독 영화 1편만 들어갔으나 올해는 9편이 이름을 올렸다. 5편이 2010년대 이후 만들어진 영화다. 세상은 느리지만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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