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허그회→김호중 억지 기부… 민희진도 지적한 ‘앨범깡’ 문화, 바뀔까[스경연예연구소]

김원희 기자 2024. 6. 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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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방탄소년단 진, 김호중, 민희진 어도어 대표. 각 소속사 제공



‘앨범깡’. K팝 팬덤 문화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랜덤 포토카드나 이벤트 응모를 위해 실물 음반을 대량으로 사고 버리는 것을 뜻한다. K팝 팬덤의 뜨거운 열기를 보여주는 한편, 그에 대한 부작용으로 꼽히는 현상 중 하나다.

‘앨범깡’ 가요계의 공공연한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은 아이돌 그룹이 성행하면서다. 1990년대 후반 가요계에서 ‘밀리언셀러’는 말 그대로 ‘대중가수’로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을 때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팬덤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이 생겨나며, 단순히 음악을 듣기 위한 목적이 아닌 자신의 ‘최애’ 아티스트의 음반 판매와 이에 연계된 성적을 높이기 위해 음반을 대량 구매하는 현상이 생겨났다.

즉 과거 ‘밀리언셀러’는 ‘백만 명에 가까운 사람이 음반을 샀다’는 의미였다면, 현재 음반 판매량은 팬덤 한 명당 얼마나 많은 음반을 샀는지 보여주는 용도가 된 것이다. 더불어 앨범 내부에 들어 있는 포토카드를 얻거나 추첨제로 진행되는 팬 이벤트 참석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용도까지 더해지면서, 팬덤의 무분별한 음반 구매는 도를 넘어서고 있다. 또 최근 이로 인한 부수적인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지난달 세븐틴의 앨범이 일본 시부야 공원에 버려진 모습이 SNS에 게재됐다.



지난달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K팝 아이돌 최초로 음반 판매량 500만 장을 넘겼던 세븐틴의 CD가 일본 시부야 공원에서 무더기로 버려진 사진이 공개되는가 하면, 지난 3일에는 김호중 팬덤의 100억여 원의 기부액 중 김호중 앨범을 기부한 환산금액이 75억여 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비난이 쏟아졌다. 이 가운데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 뮤직은 기존에 발매된 앨범을 재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멤버 진의 허그회 응모를 공지해 뭇매를 맞기도 했다.

논란이 되자 빅히트 뮤직은 응모 기준을 조정해 재공지했지만, 대형 기획사에서 ‘앨범깡’을 조장하는 행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세븐틴 역시 빅히트 뮤직과 같이 하이브의 산하 레이블 소속으로, 또 다른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는 하이브와의 갈등 속 개최했던 기자회견에서 이런 랜덤 포토카드 등 끼워팔기 전략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렇듯 ‘앨범깡’이 ‘문화’가 아닌 ‘병폐’로 인식되며 변화가 촉구되는 상황이다. 거대해진 K팝 시장 속 그 체계를 완전히 뒤엎을 더 거대한 변화는 이뤄질 수 있을까. 음반 퍼블리싱 회사를 운영 중인 관계자는 “‘팬심’이 있는 이상 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전했다.

그룹 에스파가 CD플레이어 형태로 발매된 정규 1집 ‘아마겟돈’ 앨범을 들고 있는 모습. 에스파 공식 SNS



해당 관계자는 “앨범, ‘굿즈’를 삼으로써 내가 지지하는 가수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는 한은 변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벤트 응모 형태를 바꾸더라도, 차트 등 순위에 대한 욕심은 어쩔 수가 없다. 소위 말하는 ‘스트리밍’도, 유형인지 무형인지의 차이지 똑같은 시스템이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최근 에스파, 뉴진스 등이 ‘실용성’ 있는 앨범을 제작하는 형태로 변화를 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 또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전체적인 시스템이 변하지 않는 한 개선은 어렵다. CD 제작비가 싸기 때문에 다른 형태로 앨범을 제작하기도 쉽지 않다. 또 멤버별 또는 콘셉트별 커버로 앨범을 2종 이상 만들거나 랜덤 포토카드를 내장하는 형태 등 팬덤을 위한 굿즈 형식이 반영된다면, 어떤 형태의 앨범이 개발돼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NFC, QR 코드를 실어 앨범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플랫폼 앨범’ 제작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실물 앨범과 그에 따르는 실물 굿즈를 원하는 팬들의 마음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전했다.

김원희 기자 kimw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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