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게 지으면 남산 조망 해쳐" 이촌동 한강맨션 68층 '제동'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자문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한강맨션 아파트(사진)의 초고층 재건축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남산 조망과 주변 경관을 감안했을 때 조합이 추진하는 최고 68층 높이는 과도하다고 자문했기 때문이다.

4일 서울시는 최근 도시계획위원회에서 한강맨션 아파트를 최고 68층 높이로 계획하는 건 과도하다는 취지로 자문했다고 밝혔다. 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문안을 조합 측에도 전달했다. 도시계획위원회는 서울의 재건축·재개발 계획을 심의하는 기관이다. 서울시 공무원과 도시계획·부동산 전문가 28명으로 이뤄져 있다.

심의를 맡고 있는 도시계획위원들이 68층 높이가 과도하다고 자문한 만큼 계획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앞서 한강맨션은 서울시가 지난해 아파트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하는 이른바 '35층 룰'을 폐지하자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해왔다. 한강변에 인접한 입지적 장점을 살려 동부이촌동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게 취지였다.

하지만 도시계획위원들은 68층 높이가 남산 조망을 가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남산은 서울의 대표 경관으로 지킬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대상지가 제3종 일반주거지역이란 점도 고려했다.

한 도시계획위원은 "대상지 주변의 (제3종보다 높은) 준주거지역도 높이가 50층 안팎"이라며 "인접한 지역과의 스카이라인도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중심지 체계상으로도 초고층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1971년 지어져 53년 동안 자리한 한강맨션은 5층 높이, 23개 동, 660가구로 이뤄져 있다. 저층인 데다 용적률도 155%에 불과하다. 용산국제업무지구가 인접해 있고 여의도 접근성이 좋아 알짜 정비사업지로 꼽히곤 했다. 조합이 이전 계획대로 최고 35층 높이, 1450가구 규모로 재건축 방향을 돌릴지, 아니면 50층 수준까지 올리는 안에 새로 도전할지 주목된다.

[이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