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특검 꺼낸 巨野… 與 "이재명 재판막기 방탄용"

김세희 2024. 6. 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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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개원 엿새만에 5개 발의해
특검 대 특검 맞서는 '대치정국'
野, 김 여사 명예훼손 법적조치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국회에서 김정숙 여사 인도방문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엿새만에 여야가 발의한 특별검사법(특검법)만 벌써 다섯 개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각각 3개와 1개, 국민의힘이 1개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낸 특검법은 정부 여당 인사를, 국민의힘은 야권 인사를 겨냥하고 있다. '특검 대치정국'이다. 여야가 민생은 뒷전으로 한 채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번 국회에서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을 겨냥해 특검법 세 개를 발의했다.우선 국회 개원일인 지난 30일, 모든 의원이 동참한 당론 1호 법안으로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해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해병대원 순직 사건 은폐 의혹을 겨냥했다. 다음날인 31일에는 이성윤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 등을 수사할 특검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특검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2명을 추천해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임명하도록 했고, 국민의힘 추천은 배제했다. 최장 6개월 동안 100여명의 수사 인력을 투입해 수사하도록 한 내용도 담겼다.

3일에는 정치검찰 사건조작 특별대책단이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의혹' 관련 특검법을 발의했다. 이 법은 전 서울중앙지검장이자 대표적 반윤석열계(반윤계) 검사로 꼽혔던 이성윤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민형배 단장은 "검찰은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를 회유·압박해 당 대표인 이재명 전 경기지사를 끌어들이려고 했다"며 "정치검찰의 사건조작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를 겨냥한 특검법 발의로 맞불을 놓았다. 윤상현 의원이 발의한 이 법은 김 여사의 '외유성 인도 순방' 의혹을 비롯해 의상 구매에 특수 활동비가 쓰인 의혹, 단골 디자이너 딸이 부정 채용된 의혹, 경호처 직원에게 수영 강습을 받은 의혹 등도 포함됐다.

조국혁신당도 당론 1호 법안으로 국회개원일에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의 검사·장관 재직시 비위 의혹 및 자녀 논문대필 등 가족의 비위 의혹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한동훈 특검법)을 제출했다. 대표발의자는 박은정 의원이다. 특검법은 한 전 장관의 자녀 논문대필 등 가족 비위 의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설명 과정에서 피의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 등을 수사대상에 포함했다.

야당의 특검에 여당이 또 특검으로 맞서는 등 22대 국회에서도 파행 가능성이 커진 모습이다. 여야는 오는 7일까지 마쳐야 할 국회 원 구성 협상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서로를 향한 고소고발전과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은 명확한 근거도 없이 김 여사가 마치 호화로운 식사라도 한 것처럼 냄새를 풍기며 극악한 마타도어(흑색선전)를 하고 있다"며 "아무 근거도 없는 명백한 명예훼손"이라며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구체적인 고소 대상은 법적 검토를 통해 정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민주당의 대북송금 의혹 관련법 추진에 대해 "이 대표 사법리스크 뒤집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특검법안이 최종 통과된다면 지금까지 진행된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모두 중지되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판도 막대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오로지 이 대표에게 조여들어 오는 수사와 재판을 막기 위한 이재명 방탄 특검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은 22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발의했다"며 "쌍방울 대북 송금 특검법을 슬쩍 끼워 넣어서 이 대표 사법리스크 뒤집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난했다.새 국회에서도 민생법안 처리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연일 제기된다. 21대 국회에서도 여야가 이처럼 극한 대치를 벌이는 동안 법안만 1만6000여 건이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법안들에는 AI기본법과 고준위방사성처리 특별법, '모성보호 3법'(남녀고용평등법·고용보험법·근로기준법 개정안), '구하라법' 등이 포함됐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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