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없는 가자·우크라 고차방정식…"바이든 위기관리 승부수"
대선 5개월 앞둔 바이든 시험대…"최악 피하기 위한 외교적 셈법"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 가자지구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중대 전환점을 맞으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외교적 시험대에 선 모습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가자 전쟁의 경우 9개월차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새로운 휴전안이 나오며 전기 마련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제2 도시 하르키우가 러시아의 대대적인 공세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빠진 가운데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이 지원 무기의 러시아 본토 타격 허용 쪽으로 하나둘 선회하면서 새 국면으로 접어든 듯한 상황이다. 미 대선을 5개월 남짓 앞둔 시점에서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미국이 깊숙이 개입해온 두 전쟁을 매끄럽게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게 된 것이다.
여기에 이들 두 국가의 정상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간극을 느끼는 점은 바이든 대통령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가장 어려운 동맹국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제하 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일간 네타냐후 총리와 젤렌스키 대통령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NYT는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겪는 두 나라 지도자와의 대립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려는 세 지도자의 정치적 이해관계뿐 아니라, 국가적 이해관계가 얼마나 극명하게 엇갈리는지 명백해지는 중요한 전환점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새로운 휴전안을 고안했음에도 극우 정파와 함께 구성한 연립정부를 유지하기 위해 전쟁 종식의 조건으로 '하마스 궤멸'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풍전등화' 처지에 놓였는데도 여전히 '완전한 승리'를 이야기하며 러시아가 점령한 모든 우크라이나 영토 수복을 밀어붙이고 있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서방 무기로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해달라고 호소하는 중이다.
미국 입장에서 이들 두 지도자의 목소리는 점점 더 비현실적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러시아가 전쟁에서 다시 활력을 찾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데다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하겠다는 건 전쟁을 지속하겠다는 뜻이어서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0일과 31일 이틀에 걸쳐 이들 전쟁과 관련한 외교적 승부수를 던졌다.
우선 지난달 30일에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집중 공격을 받는 하르키우 방어를 위해 미국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게 제한을 완화했다.
2022년 2월 러시아 침공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후 미국과 러시아의 직접적인 핵무기 대치로 이어지는 '제3차 세계대전'을 우려해 러시아 본토 타격에 금지해온 미국산 무기 사용을 러시아 내에서 하르키우를 겨냥한 미사일 등이 발사된 지점을 타격하는 데 한해 허용한 것이다.
이와 관련,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를 타격하는 데 반대하는 미국의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튿날인 31일에는 백악관에서 긴급 회견을 열어 이스라엘이 내놓은 새로운 휴전안의 내용을 전격 공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국이긴 하지만 다른 나라가 제안한 휴전안을 발표하는 이례적인 선택을 한 건 녹록지 않은 정치적 현실이 반영됐다는 게 NYT의 분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전쟁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참상이 지속되면서 미국이 이스라엘의 모든 공격 무기를 차단해야 한다고 믿는 당내 가자전쟁 반대파로 인해 선거 유세와 공식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가 방해받을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주 후반부 이틀에 걸쳐 나온 바이든 대통령의 선택을 두고 NYT는 "이들 전쟁을 어떻게 끝낼지 뚜렷한 해법이 없는 바이든 대통령이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위기관리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min2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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