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MDL 언제 터질지 모를 '화약고'로…완충구역 사라진 한반도
남북, 접경지서 군사활동 예상…국방부 "도발시 단호히 응징할 것"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군 당국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서북 도서와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포사격과 군사훈련을 정상적으로 시행한다고 결정함에 따라 북한도 상응 조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동안 큰 충돌이 없었던 서해 NLL과 MDL 일대에서 남북은 앞으로 정상적인 군사 활동에 나설 것으로 보여 이들 지역은 언제 터질지 모를 '화약고'로 재차 주목받게 됐다. 특히 MDL 일대에서는 총알 한발이 확전으로 번질 수 있는 위험성이 더 커지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해 NLL과 MDL 일대에 일정 구간의 완충지역을 설정해 군사합의서에 명문화한 것은 일상적으로 진행돼왔던 포사격과 군사훈련이 자칫 예기치 못한 충돌로 번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지상에서는 MDL로부터 5㎞ 안의 구역을 완충지대로 설정했는데 이 구역 내에서 포병 사격훈련과 연대급 이상 부대의 야외 기동훈련을 금지하도록 했다. 해상에서는 서해 남측 덕적도 이북에서 북측 남포 인근 초도 이남까지 135㎞를 적대행위 중단 수역으로 정했다.
지상 완충구역 설정으로 MDL 5㎞ 이내에 있던 경기 파주 스토리 사격장과 강원 양구 천미리 사격장, 고성 송지호 사격장(고성 사격장·강원 고성군) 등에서 사격훈련이 중지됐다.
군 관계자는 4일 이들 사격장이 "모두 관리되고 있는 상태이므로 언제든 사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NLL 이남 서북 도서에 주둔한 해병대는 해상 완충구역으로 포탄을 쏠 수 없어 K-9 자주포 등 화력장비를 육상으로 옮겨 사격훈련을 해왔다.
군사합의 효력 정지로 이제 무의미해진 해상 완충구역으로 K-9 사격훈련이 가능해졌고, 북한군도 이에 상응해 사격훈련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완충구역에서 금지됐던 해상 기동훈련도 시행되면 북한군은 맞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관계자는 "서해의 해병대를 후방으로 이동시켜서 하던 그런 절차 없이 정상적으로 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북한은 연평·백령도 북쪽에 '국경선'을 그어 군사적 대비 태세 강화를 다짐하고 있어 우리 해군의 초계 활동을 트집으로 자칫 NLL에서 충돌도 우려된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월 신형 대함미사일 검수사격 시험을 지도하는 자리에서 "적들이 구축함과 호위함, 쾌속정을 비롯한 전투함선들을 자주 침범시키는 연평도와 백령도 북쪽 국경선 수역에서의 군사적 대비 태세를 강화할 데 대한 중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북한이 주장한 자칭 국경선은 지난 2007년 서해 NLL과 서북 도서 중간에 교묘하게 그은 해상경비계선을 지칭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 1월 16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에서도 "우리 국가의 남쪽 국경선이 명백히 그어진 이상 불법 무법의 북방한계선을 비롯한 그 어떤 경계선도 허용될 수 없으며 대한민국이 우리의 영토·영공·영해를 0.001㎜라도 침범한다면 그것은 곧 전쟁 도발"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군사합의 효력 정지로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의 사격 절차도 무의미해졌다.
남북은 우발 충돌을 막고자 지상과 해상에서는 경고방송→2차 경고방송→경고사격→2차 경고사격→군사적 조치의 5개 단계로, 공중에서는 경고교신 및 신호→차단비행→경고사격→군사적 조치의 4개 단계의 절차를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경고방송(통신)→경고사격→격파사격 등 3단계 대응 조치에서 크게 완화된 것이었다.
앞으로는 3단계 대응 절차가 적용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유엔사의 교전규칙보다 강도가 센 2∼3배 응징도 예상된다.
유엔사 교전규칙은 '비례성의 대응'이 원칙인데, 군은 내부적으로 '충분성의 원칙'이 반영된 2∼3배로 응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북한은 작년 말 김정은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가 "두 교전국 관계"라고 선언한 뒤 육상을 단절하고 걸어 잠그는 여러 조처를 하고 있다.
북측의 군사합의 파기 선언과 남측의 효력 정지가 북한의 이런 조치들과 맞물리면 한반도 군사적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남북긴장이 고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북한은 9·19 합의가 있다고 도발하지 않은 게 아니고 9·19 이후에도 많은 위반과 도발을 해왔다"며 "9·19의 효력 정지를 통해서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대비 태세를 갖추면 그게 한반도 위기 고조를 예방하는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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