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협회 “분만 인프라 멸종단계…서울도 안전지대 아냐”
대학병원과 개원의 산부인과 의사들이 “현재 대한민국 분만 인프라는 붕괴를 넘어 멸종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긴급히 대처할 것을 촉구했다.
대한분만병의원협회는 4일 오후 서울 정동 성공회빌딩에서 ‘붕괴된 출산 인프라, 갈곳 잃은 임산부, 절규하는 분만 의사들’이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10년간 분만기관 수와 산부인과 전문의 배출 수는 급격히 감소했다”며 “지역 뿐만 아니라 서울과 수도권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고 했다.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분만을 받는 산부인과는 2013년 706곳에서 지난해 463곳으로 10년간 34.4% 줄었다. 신규 산부인과 전문의는 2008년 177명에서 지난해 103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시군구 250곳 가운데 산부인과가 없거나, 산부인과가 있어도 분만이 어려운 지역은 72곳에 달한다. 서울에서도 종로, 용산, 성동구 등 3개 지역에 산부인과 병원이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협회는 높은 의료 소송 비용과 낮은 수가로 인해 산부인과 병원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많은 병원들이 문을 닫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분만사고에 대한 소송 증가와 불합리한 판결로 인한 천문학적인 배상액으로 산과 병의원들은 지속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낮은 분만 수가의 현실과 저출산 환경 속에서 산과 병의원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폐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피해는 고스란히 임산부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불가항력 분만사고 보상법의 전면 개정 요구, 분만 수가의 현실화, 산과 의사와 관련 인력 양성 지원, 분만인프라의 재구축 등을 요구했다. 특히 보상 재원을 전액 국가가 부담하고, 현실적인 보상금 규모를 책정해야 한다고도 했다.
오수영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현 임상조교수가 모두 65세까지 근무한다 해도 2041년에는 교수 인원이 현재의 36%로 급감할 것”이라며 “산과 신규 교수가 양성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재 지방에 있는 주요 의과대학의 산과 교수 인원수는 전북대 2명, 전남대 2명 등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협회는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의 임산부와 신생아의 안전은 위협받고 있다”면서 “그들을 돌볼 의료진이 없다는 것은 모든 국민과 가정에 비참한 재앙”이라고 말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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