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암학회 ASCO 달군 국내 임상연구는?
대한항암요법연구회(회장 장대영)는 4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올해 미국임상암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24)에서 연구회 회원이 제1 저자로 참여한 연구가 58건 발표됐으며, 이 중 7건이 구연 발표였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내 연구자들이 참여한 구연 및 포스터 발표는 174건에 달했으며,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연구과제로 수행된 연구는 7건이었다.
장대영 회장은 "연구개발 비용의 증가와 규제 환경의 변화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의 임상연구 수가 감소세를 보이는 와중에도, 올해 ASCO에서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연구과제로 채택된 연구와 한국인이 주 연구자로 참여한 연구는 작년보다 늘어났다는 점을 통해 한국의 임상연구 역량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대한항암요법연구회가 연구과제로 채택한 연구가 구연 발표 및 포스터 세션에 다수 공개됐다"며 "그간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던 희귀암 치료 시장과 바이오마커를 통한 최적의 치료법을 찾는 논의의 장에 유의미한 화두를 던졌다"고 강조했다.
국내 진행성 요막관암 환자 대상 최초 다기관 연구 발표
수술이 불가능한 진행성 요막관암 치료에는 전신항암요법이 사용되나, 낮은 발병률로 전향적 임상연구가 시행되지 않아 확립된 치료법이 없었다. 이재련 교수(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는 진행성 요막관암 환자의 1차 치료에 'mFOLFIRINOX 요법'을 사용한 2상 ULTIMA 임상연구 결과를 구두 발표 세션(Rapid Oral Abstract)에서 발표했다.
그 결과, 61.9%의 객관적 반응률(ORR)과 9.3개월의 무진행 생존기간(PFS)을 보였다. 여기에 예방적 치료로 장기 지속형 백혈구 조혈인자(G-CSF)를 사용할 경우, 발열성 호중구 감소증이 발생하지 않는 등 복약 순응도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본 연구는 국내 요막관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최초의 다기관 연구로, mFOLFIRINOX 요법이 매우 희귀하고 공격적인 진행성 요막관암 환자의 1차 치료법으로 고려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비강·부비동 편평상피세포암, '도세탁셀' 3제 요법 효과 검증
비강 또는 부비동 편평상피세포암은 두경부 편평상피세포암의 3~5%로 매우 드물게 발병하는데, 주로 진행 병기에서 진단될 뿐만 아니라 안구나 뇌 기저부에 인접해 있어 수술이 어렵고 예후가 불량하다. 안호정 교수(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종양내과)는 절제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비강 또는 부비동 편평상피세포암 환자를 대상으로 도세탁셀, 시스플라틴 및 5-FU 선행화학요법의 효과를 검증한 2상 임상연구 결과를 구두 발표 세션에서 발표했다.
선행화학요법 후 수술 혹은 항암방사선 동시요법(CCRT)을 진행한 결과, 1차 평가변수인 ORR은 72%로 나타났다. 평균 21.5개월의 추적 관찰 기간 2년 PFS와 안구 보존율은 각각 64%, 100%였다. 안 교수는 "본 연구는 그동안 전향적 연구가 거의 없었던 절제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비강 또는 부비동 편평상피세포암 환자에서 선행화학요법의 효과를 검증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진행성 고형암, 정밀의학 임상 프로젝트 'KOSMOS-II' 발표
KOSMOS-II 연구는 국내 암 환자의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맞춤형 치료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유전자 변이 맞춤형 치료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진행되고 있다. 김선영 교수(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는 국내 32개 의료기관에서 진행 중인 KOSMOS-II 연구 현황과 시사점을 포스터 세션에서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등록 환자의 59.5%가 유전체 기반 맞춤 치료를 추천받았으며, 이중 약 25%는 인간표피 성장인자 수용체2(HER2) 표적 치료를, 13% 가량이 면역항암 치료를 추천받았다. 이후 치료 효과를 평가할 수 있었던 환자의 34.5%에서 16주 이상 종양 진행이 억제되는 효과를 보였다.
김 교수는 "연구를 통해 NGS 검사가 치료 대안이 없는 난치암 환자의 치료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본 연구로 형성된 전국 의료기관 간 네트워크와 '분자종양보드' 플랫폼을 활용해, 지리적 장벽을 넘어 난치암 환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정밀의료를 실현할 방법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이성 유방암, 아시아 최대 규모 '팔보시클립' 리얼월드 공개
CDK4/6 억제제 팔보시클립(Palbociclib)이 호르몬 수용체(HR) 양성 전이성 유방암의 표준요법으로 도입된 후 PFS와 전체 생존기간(OS)이 비약적으로 향상됐으나, 관련 데이터는 서양 환자에 기반한 경우가 많았다. 이지은 교수(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는 1000명 이상의 국내 HR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팔보시클립 및 레트로졸 병용요법의 리얼월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포스터 세션에서 공개했다.
연구 결과, 팔보시클립 병용군의 PFS 및 OS 중앙값은 각각 28개월, 61.6개월로, 허가 임상인 PALOMA-2 연구에서 확인된 것과 유사했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데이터는 현재까지 아시아에서 보고된 팔보시클립 관련 리얼월드 데이터 중 가장 큰 규모"라며 "앞으로 해당 데이터를 기반으로 후속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진행성 고형암 대상 '테포티닙' 바이오마커 'ctDNA' 역할 확인
양예원 교수(충북대병원 혈액종양내과)는 MET 엑손(exon) 14 결손 변이 또는 증폭이 확인된 진행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테포티닙의 2상 KM-08 임상연구에서, 바이오마커로서 순환종양 DNA(ctDNA)의 역할을 확인한 연구 결과를 포스터로 공개했다.
연구 결과, 기준선에서 ctDNA가 검출된 환자 중 MET 양성인 환자에게 테포티닙을 사용했을 때의 ORR은 81.2%로, MET 음성 환자의 30.0%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반면 PFS나 OS는 MET 음성 환자보다 더 짧은 경향을 보였다. 양 교수는 "분자학적 반응(MR)을 보인 환자군의 치료 반응은 영상학적으로 확인된 치료 반응과 유사했으며, 비반응자에 비해 우월했다"고 설명했다.
진행성 고형암, '네라티닙/트라스트주맙' 바이오시밀러 병용 발표
네라티닙은 HER 변이에 비가역적이고 포괄적으로 작용하는 표적 치료제다. 박인혜 교수와 이경민 교수(고려대학교 구로병원 혈액종양내과)는 HER2 변이 진행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네라티닙과 트라스투주맙 바이오시밀러 병용요법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한 2상 임상연구 결과를 포스터로 공개했다.
연구 결과, 네라티닙 병용요법의 반응지속기간(DoR) 중앙값은 11.18개월이었으며, 일부 환자에서 종양 크기가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관찰됐다. 내약성은 대부분의 환자에서 양호했으며, 관리 가능한 수준의 이상반응을 보였다.
제1저자인 이경민 교수는 "네라티닙과 트라스투주맙 병용요법의 이번 연구를 통해 다양한 HER2 변이 고형암 환자에게 잠재적인 치료 효과를 제시했다"며 "특히 표준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종혁 기자 (every83@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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