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文정부서 예타면제 급증… 無자료 당일치기 통과도"
구체성 결여 불구 국무회의 의결
당일치기 2시간만에 면제확정도
감사원은 4일 "2018년부터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이 예타 실시사업 수를 넘어서는 등 2022년까지 5년간 예타 면제가 급증했다"며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예타 제도가 부실하게 운용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이 이날 공개한 '주요 재정관리제도 운영 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 2조7000억원 수준이었던 예타 면제 금액은 2017년 17조6000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예타는 대규모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의 정책·경제적 타당성을 사전 검증·평가하는 제도다. 전 정부는 물론 현 정부에서도 지역균형발전이나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 등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에는 예타를 면제하고 있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총사업비 500억원(국고 300억원) 이상의 사업은 예타 대상이지만, 2014년 법 개정으로 10개의 유형에 대해서는 일정한 절차를 거쳐 예타를 면제받을 수 있다.
감사원은 이 중 '국가 정책적 추진 사업'(10호)이 이유인 예타 면제가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감사 결과 기획재정부는 국가재정법이 개정된 2014년부터 2022년까지 10호 사유에 대해 부처로부터 면제 요청을 받은 사업 64개 중 63개(면제율 99%)를 면제했다.
반면 1~9호 사유의 경우 부처로부터 면제 요청된 326개 사업 중 175개(면제율 54%) 면제에 그쳤다.
10호 사업은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수립되고, 국무회의를 거쳐 확정된 사업이라는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면제의 필수 요건인 사업 계획의 구체성을 판단할 때 기재부는 사전 용역 실시 여부를 핵심 근거로 활용한다.
그러나 당시 기재부는 사전 용역조차 실시하지 않아 사업의 구체성 확보 여부가 확실하지 않았던 10호 면제 요청 사업 29개에 대해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기만 하면 사업의 구체성이 확보된 것"이라며 예타를 모두 면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재부는 2019년 7월 예타 면제 등에 대한 심의·조정 기구로 신설한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 충분한 검토 자료·시간을 제공하지 않은 채 심의하도록 한 사실도 이번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기재부는 사업계획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사업 평가 자료 등 예타 면제 심의에 필요한 구체적 자료를 위원회에 제공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또 반 페이지 분량의 기재부 검토안(면제 요건에 대한 기재부 자체 판단 자료)만 각 위원에게 이메일로 발송하고, 이에 대한 동의 여부를 당일 회신하도록 하는 등 위원회를 형식적으로 운영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실제 감사원이 사례로 제시한 건 중 '당일치기'로 예타 면제가 확정된 케이스도 있었다. 지난 2020년 6월 2일 오전 10시경 국토부 등 7개 부처는 '가정용 스마트전력 플랫폼' 등 8개 사업(4조3000억원)에 대해 기재부에 예타 면제를 요구했다. 기재부는 사전용역을 수행하지 않은 이 8개 사업을 2시간 만에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수립됐다"고 판단, 같은 날 12시 경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 사업계획의 구체성이 있는 것으로 안건을 송부해 같은달 18시경 예타 면제가 확정된 바 있다.
재정사업평가위는 신설 시점인 2019년 7월부터 2022년까지 예타 면제 찬성 521개, 반대 0개로 100% 찬성률을 보였다. 사실상 거수기 역할을 한 것이다.
감사원은 기재부에 국가 정책적 추진사업의 경우 예타 면제 요구에 앞서 '국가재정법'에 따라 사업의 목표, 규모, 추진체계, 소요예산, 운영주체, 운영계획 등 사업계획을 구체화하도록 하고, 요건을 면밀히 검토해 예타 면제사업을 선정할 것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또한 재정사업평가위원회가 예타 면제 조건인 '구체적인 사업 계획 수립' 여부 등에 대해 실질적으로 심의할 수 있도록 평가위원들에게 충분한 심의시간과 자료를 제공하는 등 위원회 운영 내실화 방안 마련을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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