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尹 국정브리핑에 "산유국의 꿈" 10꼭지 대대적 보도

노지민 기자 2024. 6. 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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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가스 개발 낙관론 치우쳐… "국제 교역시장에서 막강한 경제적 위상 차지할 전망"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2024년 6월3일 KBS '뉴스9' 갈무리

“대한민국이 산유국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구체적인 조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예고에 없던 '국정 브리핑'을 열어 경북 포항 앞바다에 막대한 석유·가스가 매장돼있을 가능성을 발표한 날, 공영방송 KBS 메인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9' 앵커가 다소 고무된 설명으로 뉴스를 열었다. KBS는 이날 무려 10번째 순서까지 관련 보도를 이어갔는데, 보도량이 적은 타사 대비 기대감을 높이는 데 치중하고 종합적 분석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은 3일 국정 브리핑에서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 탐사 결과가 나왔다”며 “사전 준비 작업을 거쳐 금년 말에 첫 번째 시추공 작업에 들어가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올 것이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차분하게 시추 결과를 지켜봐 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오후 KBS '뉴스9'는 1~10번째 순서를 석유·가스 개발 가능성에 관한 내용으로 채웠다. 스포츠뉴스를 제외한 25개 꼭지 가운데 약 40%를 윤 대통령 국정 브리핑 관련 보도에 할애한 것이다. 다른 지상파 방송사 메인 뉴스의 경우 MBC 3건, SBS 4건 등의 보도로 관련 소식을 다뤘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4일 집계한 종편 메인 뉴스의 관련 보도는 TV조선 7건, JTBC 4건, 채널A 4건, MBN 3건 등이다.

▲2024년 6월3일 KBS '뉴스9'의 윤석열 대통령 국정브리핑 관련 보도들

이렇게 압도적인 KBS의 보도량은 분석의 깊이로 연결되지 않았다. 이날 KBS 뉴스9의 관련 보도는 윤 대통령의 국정 브리핑 내용 전달, 정부 관점에서의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 설명,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긍정적 관점에서의 전망,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인터뷰 등으로 이어졌다.

포항 영일만 현장을 다룬 KBS 리포트는 시추 장비가 들어설 거라며 인근 해수면을 보여주면서도 지역민 목소리는 담지 않았다. 1970년대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영일만에서 석유가 발견됐다”고 발표한 것이 시추 과정에서 투입한 경유로 드러난 일화를 전하면서, 박 대통령을 언급하지 않은 것도 타사와 대비되는 지점이다.

특히 박장범 앵커는 줄곧 긍정적 전망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 국정 브리핑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 첫 번째 리포트를 소개하면서 그는 “대한민국이 산유국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구체적인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고 했다. 이어진 '시추 성공률 20%' 정부 전망 관련 리포트를 전하면서는 “시추성공률 20%는 매우 높은 수치라고 전문가들은 밝혔는데, 시추 비용이 얼마나 들어가는지가 경제성을 판가름하는 최대 변수”라고 했다.

박 앵커는 또한 “최소 35억 배럴 최대 140억 배럴이라는 예상치”를 그대로 전하면서 “시추 비용이 얼마나 들어가는지가 경제성을 판가름하는 최대 변수”라고 짚었다. '140억 배럴'의 경제적 효과를 짚은 리포트를 소개할 때에는 “한국이 산유국이 된다면”을 전제로 “수입의 25%를 차지하는 에너지 수입을 대체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석유화학산업도 더 큰 경쟁력을 갖게 된다. 또 제조업 강국이면서 독자적 자원망을 갖게되면서 국제 교역시장에서 막강한 경제적 위상을 차지하게 될 전망”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했다.

▲2024년 6월3일 SBS '8뉴스'의 윤석열 대통령 국정 브리핑 관련 보도
▲2024년 6월3일 MBC '뉴스데스크'의 윤석열 대통령 국정 브리핑 관련 보도

이는 '시추 성공률 20%'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여러 변수를 전한 타사 보도와 대비된다. SBS '8뉴스'의 경우 <시추 한 번에 1000억… “전보다 기술 발달, 성공률 20%”> 보도에서 “5번 시추공을 뚫으면 1번 성공한다는 의미인데, 심해의 경우 통상 5% 이상이면 상업적으로 시추를 시도해 볼 만한 수준이고, 남미 가이아나 심해 광구도 성공률이 15% 정도로 나왔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라며 “정부는 1번 시추에 1천억 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글로벌 석유 회사가 시추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회사 이름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자칫 시추에 실패한다면 막대한 자금 낭비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라고 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삼성 시가총액의 5배”.. “낙관론은 금물..시추해 봐야”> 리포트에서 '성공률 20%'에 대해 “통상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고 있다”며 “실제 석유나 가스가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려면 시추 작업을 해봐야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정부가 발표한 추정 매장량은 최소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로 차이가 매우 크다”며 “실제 매장량과 채굴의 난이도 등이 나와야 수익을 추산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상업적인 성공 가능성을 예단하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라고 보도했다. MBC는 또한 포항 현장을 다룬 <“신빙성 있는 증거는 필요”.. “석유 나오면 좋겠죠”> 리포트에서 추가 조사 결과를 기다려보겠다는 포항 시민들의 의견을 전했다.

이 같은 KBS 보도는 윤석열 정부 들어 이른바 '땡윤뉴스'가 됐다는 비판을 높이고 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언론탄압 저지 야7당 공동대책위원회' 출범식 및 긴급 간담회에서 “국민의 자산인 KBS가 윤석열 대통령의 홍보 방송화한 모습을 우리는 또 목격했다. 80년대 '대한뉴스'와 다를 바가 없다”며 “21세기 한복판에 20세기의 언론 장악이 횡행하면 공영방송이 어떻게 망가지고 국민들이 어떤 정보를 접하게 되는지를 격렬하게 보여준 예라고 생각한다. 이런 낡은 레토릭과 낡은 개념에 기반한 방송 장악은 국민들이 분노를 넘어서서 이제 비웃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튜브 '윤석열' 채널 생중계 영상 갈무리

아래는 3일 지상파 3사의 윤 대통령 국정 브리핑 및 석유·가스 개발 관련 보도 제목들이다.

KBS '뉴스9' (1~10번째)
<윤 대통령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 석유와 가스 매장 가능성”>
<“140억 배럴 매장 가능성…시추 성공률 20%”>
<“2035년 상업 생산 기대”…남은 단계는?>
<동해 140억 배럴 석유·가스 매장…경제적 효과는>
<'석유 매장 가능성' 영일만을 가다>
<그 동안 탐사 과정은?>
<'석유·가스 매장' 포항 앞바다 지질학적 특성은?>
<이번엔 성공할까?…대한민국 유전 개발 도전 반세기>
<7광구 개발은 왜 지연?… “내년 6월 이후 협정 종료될 수도”>
<성공 가능성은? 왜 오늘 발표했나?…산업부 장관에게 듣는다>

MBC '뉴스데스크' (7~9번째)
<윤 대통령 직접 “동해 석유·가스 가능성”..전격적인 직접 발표, 왜?>
<“삼성 시가총액의 5배”.. “낙관론은 금물..시추해 봐야”>
<“신빙성 있는 증거는 필요”.. “석유 나오면 좋겠죠”>

SBS '8뉴스' (1~4번째)
<윤 대통령 “동해에 140억 배럴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
<동해 후보지 모두 한국 EEZ 내 위치…성공 시 기대효과>
<시추 한 번에 1000억… “전보다 기술 발달, 성공률 20%”>
<1976년 '석유 발견' 해프닝…포항 영일만, 이번엔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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