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15주년, 150년 이어졌으면"..업그레이드 된 무대+이야기로 컴백 [종합]

세종문화회관=최혜진 기자 2024. 6. 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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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세종문화회관=최혜진 기자]
민우혁, 김진수 등 출연배우들이 4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진행된 뮤지컬 '영웅' 15주년 공연 프레스콜에서 열연하고 있다. /2024.06.04 /사진=이동훈
뮤지컬 '영웅'이 15주년을 맞았다. 한층 커진 스케일, 풍성해진 이야기로 관객들에게 더욱 울림을 줄 '영웅'이다.

4일 서울시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뮤지컬 '영웅' 15주년 기념 공연의 프레스콜이 개최됐다. 간담회에는 윤홍선 프로듀서, 한아름 작가, 배우 정성화, 양준모, 민우혁, 박정자, 왕시명, 노지마 나오토 등이 참석했다.

'영웅'은 1909년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던 안중근 의사의 서거 직전 마지막 1년을 그린 작품으로 독립투사들의 꺾이지 않는 의지와 안중근 의사의 숭고한 정신을 담았다.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2009년 10월 26일 초연된 이후, 올해 15주년 기념 공연으로 관객을 맞고 있다.

이날 정성화는 '영웅' 15주년 공연을 맞아 작품의 인기 요인을 밝혔다. 그는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만듦새가 좋지 않은 공연은 15년을 할 수 없다. 그만큼 완성도가 좋아서 15년간 사랑을 받았던 거 같다. 거기에 승선해서 순항할 수 있던 건 배우로서 가장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정성화는 '영웅'에서 가장 많이 출연한 배우다. 그는 '영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회상하기도 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15년 전 첫 공연이다. 그때 '누가 죄인인가' 끝나고 나서 관객들이 함성을 질렀다. 당시 머리가 멍해질 정도로 큰 함성이었다. 이 작품을 하고 있다는 게 실감이 안 나던 순간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또 미국에서 공연했던 순간도 기억이 난다. 리허설 시간이 부족해서 체력적으로 지쳤다. 그런데 백발이 성성한 분들의 기립박수까지 끌어냈다. 신선한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배우 민우혁 등이 4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진행된 뮤지컬 '영웅' 15주년 공연 프레스콜에서 열연하고 있다. /2024.06.04 /사진=이동훈
윤호진 예술감독은 VCR 영상을 통해 이번 '영웅' 무대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을 밝혔다.

그는 "우선 일본을 미화하지 않으려 했다. 또 이 작품은 많은 기운이 감싼다. 무대 장치도 어렵다. 무대에 기차가 올라와야 되고, 그 기차가 부상해야 된다. 그래서 '매직쇼처럼 생각하자' 싶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영웅'의 무대 미술이다. 아직도 관객이 영상인지 실제인지 헷갈려한다. 트릭이 잘 숨겨져 있다. 한국 공연사에서 못 봤던 무대들이 잘 구현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아름 작가는 작품 속 다뤄진 역사적 사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모두 다 흥미로웠다. 또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치를 때 그 옆에 함께 이를 함께 준비한 어린 독립군, 또 독립운동가를 후원해 줬던 사람들도 있었다"며 "그 이후로 역사극을 많이 썼는데 역사극 주인공들 옆에 있던 사람들을 기억하고 싶었다. 관객들이 안중근을 보지만, 이름 없이 역사 속에서 사라져간 독립군의 이야기도 보셨으면 좋겠다. 그들의 이야기를 하는 게 제일 흥미롭고도 어려운 일이었다. 어깨에 무게감이 있었다"고 전했다.

'영웅'에는 가상의 인인 궁녀였던 설희, 중국인 왕웨이, 일본인 치바 등이 등장한다. 한아름 작가는 이러한 가상의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 이유도 밝혔다.

한아름 작가는 "설희가 필요했던 이유는 음악적 균형이 맞아야 됐다"며 "또 설희를 대표해 여성운동 독립가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한아름 작가는 "안중근 의사가 '동양평화론'을 썼는데 거기에 부합하고 싶었다. 치바의 (안중근에 대한) 존경심으로 일본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중국의 우정은 거사 끝까지 우정을 가지고 가는 왕웨이를 통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안중군의 '동양평화론'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배우 정성화가 4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진행된 뮤지컬 '영웅' 15주년 공연 프레스콜에서 열연하고 있다. /2024.06.04 /사진=이동훈

이번 공연은 지난 시즌에 안중근 역을 맡은 정성화, 양준모, 민우혁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유리아, EXID 솔지, 위키미키 최유정 등이 새로 합류했으며, 2022년 개봉한 영화 '영웅'에서 치바를 연기했던 일본인 배우 노지마 나오토도 이번 뮤지컬 '영웅'의 치바 역으로 출연한다.

양준모, 민우혁은 안중근 역으로 '영웅' 무대에 다시 오른 소감을 밝혔다. 양준모는 "배우로서 역사적 인물을 연기한다는 게 영광이다. 연기를 하면서도 아직까지도, '백 년여 전으로 돌아가면 나도 그럴 수 있었을까' 싶다"고 했다.

또한 양준모는 "(안중근이) 영웅으로 묘사되긴 했지만 그의 슬픔, 아픔과 나약함, 또 아들의 모습 등 인간적인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민우혁은 양준모, 정성화와 나란히 안중근 역으로 활약한 심경을 전했다. 그는 "뮤지컬 배우를 꿈꿀 때, 그 시기에 양준모, 정성화 선배의 '영웅'을 봤다. 그땐 '내가 저 무대를 설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못했다. 그냥 '무대에 선 선배들의 마음이 얼마나 무거울까' 생각을 했다"고 털어퇐다.

이어 "그런 작품을 할 수 있어 영광이었지만 '이 무게감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처음에 무대를 했을 당시에 선배들이 만들어왔던 것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공연을 했다"고 덧붙였다.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 역에는 박정자가 활약한다. 박정자는 "15년동안 작품을 기다렸다. 조마리아가 있어 안중근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 공연에 참여하면서 내가 가장 부자인 거 같다. 이렇게 자랑스럽고 훌륭한 아들 안중근 셋을 뒀다. 배우가 아니면 이런 축복을 가질 수 없었을 거다. 매우 고맙다"는 벅찬 심경을 전했다.

이어 박정자는 "작품을 준비하며 여순, 하얼빈을 투어했다. 내 아들(안중근)이 사형 선고를 받았던 재판장에서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조마리아 여사는 현장에 올 수 없었다. 나는 배우로서 100년 후에 거기로 갈 수 있었다. 배우는 정말 멋진 직업이라고 생각한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배우 양준모, 노지마 나오토가 4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진행된 뮤지컬 '영웅' 15주년 공연 프레스콜에서 열연하고 있다. /2024.06.04 /사진=이동훈
15주년을 맞은 '영웅'은 더욱 풍성해졌다.

윤홍선 프로듀서는 역대급 스케일 공연을 예고했다. 그는 "매 시즌마다 대규모였는데 이번 시즌이 역대급 대규모 시즌이 될 거 같다. 15주년 기념 공연은 깊이감 있는 '영웅'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15년간 함께한 배우들, 새로 합류한 배우들과 함께 역사적 깊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윤홍선 프로듀서는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예고하기도 했다. 그는 "22인조 오케스트라 연주로 관객들이 몰입감 있게 무대를 즐길 수 있을 거 같다"고 귀띔했다.

한아름 작가는 "대규모 프로덕션이 꾸려졌지만, 초연과 같은 마음으로 임했다. 더 무겁거나, 막중한 마음에 시달리지 않았다. 늘 해왔던 것처럼 올해도 다치는 사람 없이 관객들에게 최선을 다해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관객들도 그에 상응하는 감정을 받고 갔으면 좋겠다. 6월의 호국의 날이니 가족들 많이 오셔서 15주년 된 '영웅', 성장한 '영웅'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성화는 "15주년 됐지만 150주년이 됐으면 좋곘다"며 앞으로도 계속될 '영웅'의 행보에 기대를 당부했다. 양준모는 "해가 거듭될수록 작품을 보는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객석에 어린 친구들이 많이 앉아 있는 걸 본다. 그 친구들에게 좋은 영향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민우혁은 "배우로도 사랑했지만, 관객으로도 '영웅'을 사랑했던 이유는 내가 힘들었을 때 보며 큰 힘을 얻었다. 우리 작품을 보시며 긍정적인 영향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영웅'은 오는 8월 1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세종문화회관=최혜진 기자 hj_6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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