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삶의 길이와 밀도

김제림 기자(jaelim@mk.co.kr) 2024. 6. 4. 17:2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보완 요구를 받았던 HLB의 간암 치료제는 생존기간이 22개월인 걸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다.

HLB 기사를 쓰며 백세 수명 시대에 22개월 연장이 대단한 건가 하는 무지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기대수명이 늘어난 시대 모두가 장수를 위한, 잘 관리된 삶은 살고 있지만 선배께선 삶의 길이 대신 밀도를 택하셨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보완 요구를 받았던 HLB의 간암 치료제는 생존기간이 22개월인 걸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다. HLB 기사를 쓰며 백세 수명 시대에 22개월 연장이 대단한 건가 하는 무지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며칠 후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회사 선배가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들으며 환자들에겐 삶을 한 달 연장시키는 것도 얼마나 큰 일인지 절감했다. 병으로 회사 일을 내려놓으신 9개월 전부터 선배께서 어떤 시간을 보내셨을지 생각할수록 마음이 먹먹해졌다. 기자로, 회사 임원으로 저녁 약속을 하루에 두 개씩 소화하실 정도로 많은 사람을 만나며 빡빡한 시간을 보내시던 선배가 혼자의 투병 시간을 어떻게 보내셨을까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의사로부터 남은 시간이 얼마일지 들으시며 마음의 준비를 하셨어야 했을 텐데 어떻게 받아들이셨을지 짐작하기도 어려웠다.

영결식 때 아드님이 전해준 선배의 말씀에 그저 고통만 가득한 시간을 보내시진 않았을 것 같아 위로가 조금은 됐다. 선배께선 암 초기 진단을 받을 때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치료에만 전념하진 않겠다고, 지나온 삶에 후회는 없다고 하셨다고 한다. 몇 년 전 회사 후배가 자식들에게 기자라는 직업을 권하겠냐고 물었을 때도 본인이 원하면 자신 있게 권하겠다고 하신 선배다. 근무 여건이나 직업의 미래에 대해 일종의 회의감을 토로한 질문을 받고도 선배께선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셨기 때문에 그러한 답을 하셨을 것이다.

기대수명이 늘어난 시대 모두가 장수를 위한, 잘 관리된 삶은 살고 있지만 선배께선 삶의 길이 대신 밀도를 택하셨다. 몇 년 더 오래 사시는 것보다 충실한 시간을 살았기 때문에 주변인들에겐 미안함과 후회스러운 마음을 남겼더라도 자신은 아쉬움이 없으셨을 것 같다. 의학 발달로 기대 여명이 길어지고 있지만 결국 생을 마감하는 마지막에 돌아보는 건 자신이 평균수명을 채웠느냐보다는 어떠한 밀도와 깊이를 가지고 삶을 살아왔느냐일 것이다.

[김제림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