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 남북회담, 그 몽상적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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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진보파를 중심으로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그들의 주장은 빨리 북한과의 회담을 시작함으로써 한반도의 긴장을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북한 측은 '교류'를 사상적으로 해로운 것으로 여기지만, 이러한 교류에 대한 허용을 대북 지원과 양보를 잘 주는 한국 정부에 대한 보상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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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대북제재로 사실상 불가
진보파 회담 계속 주장하지만
북한 선물없는 대화 관심없고
인적·문화 교류 체제위협 여겨
최근에 진보파를 중심으로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그들의 주장은 빨리 북한과의 회담을 시작함으로써 한반도의 긴장을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얼핏 보면 이 제안은 매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늘날과 같은 상황에서 현실주의가 완전히 없는 몽상적인 아이디어다. 기본 이유는 북한 측은 한국 측과 회담을 해서 얻을 것이 없으므로 이 회담에 참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에 한국은 무엇일까? 1990년대 말부터 지원 제공자, 즉 버튼을 누르면 화폐가 나오는 'ATM 나라'다. 남북 관계 역사에서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이루어진 경제협력의 전례를 찾기 어렵고 남측이 북측을 후원했던 사례가 대부분이다. 개성공단 등의 남북 경협은, 대한민국의 예산에서 나온 후원금이 없었더라면 출발도 유지도 어려웠을 것이다.
북한 결정권자들에게 인적·문화 등 비경제적인 교류는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위험한 일이다. 남북 경제 격차가 너무 심해서 한국이 얼마나 잘사는지 알게 될 북한 주민들은 북한 체제에 대한 실망과 짜증이 많이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쇄국 정치는 북한 국가의 장기 생존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이 사실을 잘 아는 북한 엘리트 계층은 남북 축제, 음악회, 이산가족 상봉 등의 '교류'를 환영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북한 지도부는 '평화통일'에 대한 소박한 착각을 가진 한국 유권자 다수가 인적 교류를 의미 있게 생각하고, 이러한 행사를 잘하는 한국 정부의 지지율이 조금이라도 상승할 것임을 잘 안다. 그래서 북한 측은 '교류'를 사상적으로 해로운 것으로 여기지만, 이러한 교류에 대한 허용을 대북 지원과 양보를 잘 주는 한국 정부에 대한 보상으로 본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이야기다. 2010년대 말 유엔 대북 제재 때문에 한국의 ATM 기능은 고장 났다. 2017년 이후 많이 엄격해진 유엔 제재로 인해 남북 경협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서는 대북 지원 의지에 열심인 진보 정부가 다시 생겨도 국제법과 같은 안보리 결의를 감히 위반하지 못해서, 북한이 원하는 ATM의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비정치적 문화 교류나 인도주의 활동은 가능하다. 문제는 한국에서 인기 있는 이 활동이 북한 엘리트에게는 체제의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위험한 행위다. 우리는 2019~2021년 진보 정부의 행동을 보면서 이 사실을 잘 배웠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인적·문화 교류를 보름마다 제안했지만, 북한 측은 모든 제안에 무시로 답했다.
북한은 한국에서 지원을 얻을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 회담 제안을 받는다면 한국 측에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신호를 보내게 됨을 잘 알고 있다. 남북회담이 시작된다면 한국 정부는 국내에서 약간의 인기를 더 얻고, 국제적으로는 한반도의 위기감이 완화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북한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한국 괴뢰'들에게 선물을 주는 셈이다. 북한 측의 입장은 "북한이 시키는 대로 ATM 역할을 하지 않는 한국 괴뢰 집단은 남북 대화라는 선물을 받지 못하고 긴장감 속에서 살아야 한다"이다.
그렇다면 남북회담의 길을 열어줄 수 있는 변화는 가능할까? 이러한 시나리오도 있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재선될 경우 하노이식 타협을 통해 대북 제재를 완화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렇게 된다면 진보 정부하에 '대한민국'이라는 ATM이 다시 잘 작동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는 가능성도 그리 높지 않고 내일 아침에 생길 것도 아니다. 오늘날 상황에서 남북회담은 북한 입장에서 좋은 선택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 측이 제안한다고 해도 이뤄지지 못할 것이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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