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R&D 예타제도 폐지를 환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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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바이오파운드리 인프라 및 활용 기반 구축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했다.
예산 낭비 방지는 필수적이나 첨단 기술 패권경쟁이 치열한 오늘날 R&D 예타 제도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따라서 국가 R&D는 비용 대비 편익이 부족하여 민간이 나서기 어려운 분야에 과감히 투자할 필요가 있으나, 비용·편익 분석을 기반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예타 제도에 다소 모순적인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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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바이오파운드리 인프라 및 활용 기반 구축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했다. 드디어 우리나라도 바이오 제조와 합성생물학 필수 인프라가 구축된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하지만 예타 과정을 돌아보면 아쉬움이 많다. 2020년부터 중요성이 대두된 바이오파운드리는 2021년 사업 기획 당시 7000억원 규모로 시작했으나, 최종 1263억원으로 예타를 통과하였다. 전 세계가 바이오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본 사업이 신속히 착수됐다면 우리나라가 지금보다 더 앞서가지 않았을까.
예타 제도는 대규모 국가사업 시행에 앞서 타당성과 적정성을 조사하고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1999년 도입되었다. 초기에는 대규모 건설공사 등 사회간접자본(SOC) 성격의 사업 중심으로 운영되었으나, 2008년부터 연구개발(R&D)로 대상이 확대되었다. 2018년부터는 R&D 분야에 한정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수행하면서, 유형에 따른 항목별 가중치 조정, 신속조사트랙 도입 등 다양한 제도 개선을 시도해왔다.
예산 낭비 방지는 필수적이나 첨단 기술 패권경쟁이 치열한 오늘날 R&D 예타 제도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예타는 대상 선정부터 최종 통과까지 최소 1년은 필요하며, 한 번에 통과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고 사전 기획과 예산 반영 기간까지 감안하면 4년 이상이 소요되기도 한다. 추진이 시급한 사업에도 예외가 없고, 완벽히 추진 전략이 마련되지 못한 사업은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미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신규 사업 선정이 당락 중심이 아닌 기획 보완 중심으로 운용되는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과학기술적 성과는 단순히 시간과 노력의 정량적 공식으로 산출되지 않는다. 노력해도 실패할 수 있고, 우연히 신기술이 개발될 수도 있다. 알렉산더 플레밍이 의도치 않게 곰팡이에 오염된 박테리아 배양접시에서 페니실린을 발견하고 수많은 생명을 살렸듯,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 또 기업과 달리 정부는 '공익'을 위해 예산을 투자한다. 따라서 국가 R&D는 비용 대비 편익이 부족하여 민간이 나서기 어려운 분야에 과감히 투자할 필요가 있으나, 비용·편익 분석을 기반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예타 제도에 다소 모순적인 측면이 있다.
얼마 전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통해 결정된 'R&D 예타 제도의 폐지'는 R&D의 신속성 확보뿐만 아니라, 제도적 모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측면에서 연구자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앞으로는 첨단 분야에 신속하게 예산이 투자되고 다양한 기술 분야에서 R&D 기회가 열릴 것이다.
그럼에도 예산 낭비 방지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이번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발표된 세부 방안을 살펴보면, 대규모 사업은 기획 보완 중심의 사전 검토 과정을 마련해 균형을 갖추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또 사업 관리 난도가 높은 대형 연구시설 구축은 불확실성 최소화와 내실 있는 사업 추진을 통해 그간 빈번했던 사업 지연, 비용 증가 등의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주기적 평가를 통해 문제 사업은 과감히 중단하는, 소위 '입학은 쉽지만 졸업은 어려운' 형태의 관리 시스템도 바람직하다. 잘 만들어진 계획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정부는 현장 연구자와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제도의 완성도를 높이고 충실히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상엽 KAIST 특훈교수(연구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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