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영칼럼] 도종환의 사림(士林)

김대영 기자(kdy@mk.co.kr) 2024. 6. 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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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선을 끝으로 정계를 떠나면서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사림(士林)'이라는 시를 통해 한국 정치보복의 악순환을 풍자적으로 표현했다.

12년간 지켜본 한국 정치권의 모습을 "선명성의 칼날로 서로를 베고 다투니 분열을 거듭하며 무리를 지어 원수가 되고 사림이 정치를 하였는데 어찌하여 나라는 가장 참혹하였는지"라는 시구를 빗대 비판했다.

이제는 소모적이고 국민을 피폐시키는 한국 정치의 구태를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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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12년 국회생활 마무리
남긴 말은 증오·보복 경계
정서적 내전 만든 정치 비판
국회의원 글로벌 안목 부족
향후 22대 의원 평가 때는
국제화 기여도 꼭 따지자

도종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선을 끝으로 정계를 떠나면서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사림(士林)'이라는 시를 통해 한국 정치보복의 악순환을 풍자적으로 표현했다. 지금 한국의 상황이 당파로 나뉘어 권력투쟁만 일삼았던 조선 중기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묘사했다.

12년간 지켜본 한국 정치권의 모습을 "선명성의 칼날로 서로를 베고 다투니… 분열을 거듭하며 무리를 지어 원수가 되고… 사림이 정치를 하였는데 어찌하여 나라는 가장 참혹하였는지…"라는 시구를 빗대 비판했다. 물론 문재인 정권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 때 동행해 논란을 빚고 있는 그를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 정치인의 행태가 당시 사림과 매우 흡사한 것은 분명하다. 수많은 국회의원 지망생들이 나라를 바꾸겠다고 정치에 뛰어들지만 여의도에 들어가는 순간 세력을 모아 분열하고, 상대방을 공격하는 사람들로 돌변한다.

한국 사회의 가장 큰 약점은 지도층 인사들의 글로벌 안목이 부족하고 국제 감각이 없다는 점이다. 법조계 출신들이 많아 사법시험에는 합격했지만, 과거 사건을 판단하는 데 집중한 나머지 미래를 계획하거나 새로운 일을 시도해본 경험이 적다. 지도층이 세계 속에서 한국의 위치를 깨닫고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본 적도 거의 없다 보니, 한국 사회가 우물 안 개구리처럼 변하고 있다. 지도층의 협소한 시각이 국민들에게도 그대로 반영되어 한국 사회는 정서적인 내전이 갈수록 격화되는 양상이다. 대통령과 장관을 탄핵하고 끌어내리는 데에만 집중하고, 한 발짝도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부추긴 분노가 사회 전체로 확산됐다. '너 죽고 나 죽자'는 심리가 만연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증오가 계속된다면, 대한민국은 정치적 입장에 따라 나라를 쪼개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22대 국회는 이런 복수의 사슬을 과감히 끊어내야 한다. 300명의 새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는 세계 속에서 한국의 위치를 깨닫고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것이다. 경쟁 대상을 바꾸고,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경쟁 상대는 상대방 정치인이 아니라 조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총리, 시진핑 주석이다. 누가 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하고 있는지 놓고 글로벌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한국 사회 내부의 국제화를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새롭게 국회에 입성한 의원들에게 "한국 사회 내부의 국제화에 얼마나 기여했나?"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의원들은 자발적으로 스터디모임을 만들어서 미·중·일 의원외교에 대한 전문지식과 간접경험을 늘려야 한다. 아울러 KDI를 비롯한 연구기관의 전문가들을 불러서 경제·산업 동향, 글로벌 경제안보 등에 대한 심도 있는 공부를 해주길 주문한다.

나는 국민들의 시선을 세계로, 미래로 향하게 하는 국제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 의원에게 투표하고, 복수를 부추기는 의원에 대해서는 낙선 운동을 전개하고 싶다. 22대 의원의 평가지표엔 한국 사회 내부의 국제화와 글로벌화에 얼마나 기여했는지가 꼭 반영됐으면 한다. 이제는 소모적이고 국민을 피폐시키는 한국 정치의 구태를 끝내야 한다. 우리 정치가 보복에서 벗어나 세계를 향해 나아갈 때 북한을 비롯해 어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나라가 될 것이다. 22대 국회는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

[김대영 국차장 겸 컨슈머마켓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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