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과학계 여성과 평등

2024. 6. 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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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분야에서 경력을 쌓다가 과학외교 분야로 커리어를 전환했을 때, 여성으로서 과학 분야에서 경력을 쌓는 것과 가정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어려움이 커리어를 전환하는 결정에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곤 했다.

내가 경력을 전환하게 된 건 그런 고정관념의 영향을 받지 않고 과학계의 이익을 위해 내가 가진 기술을 활용하고자 하는 바람에 따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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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분야에서 경력을 쌓다가 과학외교 분야로 커리어를 전환했을 때, 여성으로서 과학 분야에서 경력을 쌓는 것과 가정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어려움이 커리어를 전환하는 결정에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곤 했다. 처음에는 내 관심사와 역량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 질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지금도 내가 가진 과학자로서의 배경 덕분에 연구자들의 관점을 이해하고 연구자들의 국제 협력을 잘 지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때 받았던 질문에 대한 중압감이 커져갔고, 특히 과학을 추구하는 건 남편에게 맡기고 삶에서 더 실질적인 것들을 챙겨야 하지 않겠냐는 주변의 말을 들을 땐 더욱 그랬다. 결국 부부 중 한 명(주로 여성)은 경력보다 가족을 우선시해야 되지 않겠냐는 말이었다.

내가 경력을 전환하게 된 건 그런 고정관념의 영향을 받지 않고 과학계의 이익을 위해 내가 가진 기술을 활용하고자 하는 바람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과학계의 성 평등 문제는 어느덧 나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가 되었다. 이 복잡한 주제는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평등에 대해 논할 땐 데이터를 분석해야 한다. 최근 이 주제에 대해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이 조지아공대에서 연사를 초청해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했다. 이 세미나는 과학계에서 여성의 과소 대표성부터 남성보다 덜 인용되는 여성 연구의 현황에 이르기까지 여러 격차를 조명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가족에 대한 책임이 여성 과학자에게 미치는 영향이었다. 많은 여성 과학자가 육아를 분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이 가장 높은 시간대에 일하는 것에 여러 제약을 받아야 했고, 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토론에서는 동료 심사 저널에서 여성과 남성의 주도로 출판된 논문 간의 인용 횟수 격차가 드러났다. 이를 통해 인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과 연구의 질을 정의하는 데 있어 인용 지표의 중요성, 그리고 어린 자녀를 둔 여성 과학자들이 학회와 네트워킹 기회를 통해 지명도를 확보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과학계에서 평등을 이뤄내려면 근본적인 접근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진정한 평등은 단순한 포용이 아니라 기존 규범을 파괴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남성에 의해, 남성에 맞춰 형성된 시스템에 여성에게 접근할 권한을 부여하는 것에서 벗어나는 것을 포함한다. 장기간의 휴직이 생산성과 경력 발전에 해롭게 여겨지는 상황에서 단순히 육아휴직과 같은 정책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이는 여성이 본질적으로 불리하고 끊임없이 따라잡아야 하는 시스템을 영속화할 뿐이다.

진정한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여성과 남성의 필연적인 차이를 인정하고 포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러한 차이를 장애물로 보지 않고 소중히 여기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 다양성을 장려하고 여성과 남성이 만들어내는 각각의 기여를 인정함으로써 과학계에서 보다 평등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알렉산드라 아피첼라 주한스위스대사관 과기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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