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톈안먼 35주년, 아무일 없었다는듯 평온한 베이징…광장은 막혀
소셜미디어 프로필 사진 변경 금지, 왜?…네티즌 "1989년 국무원 공보에 답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6·4 톈안먼(天安門) 사건 35주년을 맞은 4일 중국 베이징은 애초에 그런 일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평온한 초여름날이었다.
베이징의 상징이자 1989년 시위 현장인 톈안먼 광장은 이날 출입 예약과 진입이 통제됐고, 톈안먼 성루(城樓)는 이날 관람 예약이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띄웠다.
그러나 톈안먼 인근 거리는 남쪽으로 약 1㎞ 떨어진 번화가 첸먼(前門)부터 광장 바로 옆 국가박물관까지 사람들로 북적였다.
톈안먼과 톈안먼 광장 사이 도로 창안제(長安街)에는 차량과 자전거가 줄지어 달렸고, 작년 11월 고(故) 리커창 전 총리 영결식 날과 달리 베이징 지하철 1호선 톈안먼동·서역은 촘촘한 경계 속에도 모두 정상 운영됐다.
광장으로 가는 길에는 200∼300m마다 무장 경찰이 배치된 초소가 나와 행인들에 신분증을 요구하고, 사람들이 저마다 신분증을 보여준 뒤 갈 길을 가는 것도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다만 외국인이 톈안먼 광장 앞을 지나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중국 당국은 원래 외신기자의 톈안먼 광장 출입을 엄격히 금지하지만, 광장 앞 도로를 지나는 것까지 막지는 않았다.
이날 오전 톈안먼 광장에서 먼 초소 몇 곳은 기자의 여권을 본 뒤 통과를 허락했으나 광장 근처로 가자 한 경찰관이 영어로 예약 여부를 물은 뒤 "더는 갈 수 없다"며 막아섰다. 광장 앞을 지나가는 것도 안 되는지 재차 물어도 "뒤로 돌아가 시내버스를 타라"는 말만 되돌아왔다.
자전거를 탄 채 가본 맞은편 톈안먼 인근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톈안먼 광장 근처 초소 경찰관들은 수시로 무전을 주고받으며 행인을 유심히 살폈고, 가방을 열어 보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텔레비전 뉴스는 이날 오전 발표된 우주 탐사선 '창어(嫦娥·중국 신화에 나오는 달의 여신) 6호'의 세계 최초 달 뒷면 샘플 채취 성공 소식과 자국의 과학적 성과를 긍정적으로 부각하는 보도로 채워졌다.
겉보기엔 평온한 오프라인 세계와 달리 온라인 공간에선 이날이 무슨 날인지 비교적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중국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메신저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과 QQ, 웨이보(微博·중국판 엑스), 더우인(抖音·틱톡의 중국 버전) 등 소셜미디어들에서는 지난 1일께부터 프로필 사진을 변경할 수 없게 됐다.
위챗에서 프로필을 바꾸려고 시도하면 "시스템 수리 중. 다시 시도해보라"는 메시지만 뜰 뿐 작동하지 않았다.
원래도 웨이보나 포털 바이두(百度) 등에서 '톈안먼'이나 '6·4'(六四) 등 검색어로 톈안먼 시위 관련 정보를 찾는 건 불가능했지만, 대형 정치 행사 때나 간혹 있었던 소셜미디어 프로필 사진 교체 금지는 다소 이례적인 조치라는 평가도 나왔다.
한 웨이보 이용자는 프로필 사진 변경이 왜 안 되느냐는 질문에 중국 당국이 천안문 시위를 '동란', '반혁명 폭란(폭동)' 등으로 규정한 문건이 포함된 "'1989년 국무원 공보 제11호'에 답안이 있다"고 직설적으로 언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1989년 톈안먼 시위에 관한 중국 당국의 입장은 여전히 '정치 풍파'다.
2021년 중국공산당이 채택한 '제3차 역사결의'는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 소련이 해체되고 동유럽이 격변했다"며 "국제 사회 반(反)공산주의·반사회주의 적대 세력의 지지·선동으로 인해 국제적인 큰 기류와 국내의 작은 기류는 1989년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시기에 우리나라에 엄중한 정치 풍파를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풍파의 사전적 의미는 '심한 분쟁이나 분란'이다.
역사결의는 시위 진압에 대해선 "당과 정부는 인민을 의지해 동란에 선명하게 반대하는 것을 기치로 해서 사회주의 국가 정권과 인민의 근본 이익을 수호했다"고 평가했다. 그간의 역사결의처럼 이런 입장은 앞으로 중국의 '정답' 역할을 한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호주 외교장관 등이 톈안먼 사건 35주년을 맞아 중국에 언론 자유 제한 중단을 촉구했는데 이를 어떻게 보는가"라는 질문에 "지난 세기 80년대(1980년대) 말 발생한 그 정치 풍파에 대해, 중국 정부는 일찍이 명확한 결론을 내렸다"며 "우리는 누구든, 어떤 핑계로든 중국을 공격·먹칠하거나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것에 일관되게 반대해왔다"고 답했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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