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볼트 만드는 회사인데 '탄소국경세'(CBAM) 대비해야 하나요?"
중기부, 中企 CBAM 대응 인프라구축 지원사업 실시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 정부로부터 'CBAM 대응을 어떻게 하고 계시냐'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곧바로 'CBAM이 무엇이냐'고 반문했죠. 일종의 '탄소국경세'라는 설명에도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유럽으로 철강이나 알루미늄을 수출하는 큰 기업이 대상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우리 회사도 CBAM 적용 대상이었나요?
지난해 10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시범 시행되면서 중소기업들이 제도 대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시범 시행이라고는 하나 벌써부터 일부 대상기업들은 분기별로 CBAM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인데요. 2026년 본격시행을 앞두고 CBAM을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현장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CBAM은 탄소 집약적 제품을 유럽연합(EU) 국가로 수출할 때, 생산과정에서 배출한 탄소량에 상응하는 인증서 구매를 의무화하는 제도입니다. 2023년 10월부터 시범 시행됐으며 올해부터 내년까지 2년간의 전환기간을 거쳐 2026년 본격 시행될 예정이죠.
대상 기업은 CBAM 대상 6개 품목(철강, 알루미늄, 비료, 수소, 시멘트, 전력)을 EU로 직‧간접 수출하는 중소기업인데요. 이들은 2025년까지인 전환기간에 분기별 CBAM 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합니다. 보고서를 내지 않거나 불완전한 보고서를 낼 경우 과징금도 내야 하죠.
그럼 중소기업들이 생소한 제도인 CBAM에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궁금한 점들을 'CBAM 전문가' 신서린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국가청정생산지원센터 선임연구원과 질문과 답을 나누는 형식으로 알려드릴게요.
-CBAM은 왜 도입됐나요? ▶탄소국경제도 도입 배경은 크게 △지구 온난화(기후 이상)와 △경기 침체 위기 두가지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이상 현상 때문에 주요국들에서 탄소 중립 목표를 수립하기 시작했고 배출 저감을 위한 정책들을 도입하게 됐죠. 이런 정책들이 글로벌 경제 위기와 결합하면서 주요 선진국들은 자국 보호무역 정책을 내놓기 시작했고요. 즉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의도와 자국 보호무역 정책이 결합된 제도가 탄소국경제도, CBAM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탄소 발생을 줄이는 한편 자국 내로 들어오는 상품에 관세를 부과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게 되는 효과가 있죠.
-탄소 중립에 대응하는 각국의 방식이 다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가장 먼저 CBAM을 도입한 것은 유럽연합(EU)입니다. EU는 2023년 10월부터 전환 기간(시범운영)을 시작해 2026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CBAM에 따른 관세를 도입하게 됩니다. 영국은 전환기간 없이 2027년 1월부터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할 예정이고요. 미국은 올해 1월 철강, 시멘트, 수소 등 22개 품목에 대해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량 산정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마지막으로 캐나다에서는 2021년에 관련 계획을 발표했었는데 아직까지 추가적인 동향은 없는 상황이고요.
-그렇다면 당장은 시행 중인 EU CBAM을 기준으로 대비를 해야겠네요. 본격 시행 전인 2026년 전까지는 손을 놓고 있어도 될까요? ▶아닙니다. 전환 기간에도 철강, 알루미늄, 비료, 시멘트, 수소, 전기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고 그 결과를 '분기별 보고서' 형태로 제출해야 합니다. 분기 종료 후 1개월 이내 고유 내재배출량, 분기 수입량, 기지불 탄소 가격 등을 써내야 하죠. 확정기간인 2026년부터는 연 1회 CBAM 보고서를 신고해야 합니다. 제출 기한은 이듬해인 2027년 5월 31일까지이며 CBAM 인증서 외에도 연 1회 현장 검증을 받고 검증보고서를 내야 합니다. 제출하지 않으면 전환기간의 2~10배에 달하는 과징금이 부과됩니다.
-CBAM 대상인지는 어떻게 알 수 있죠? ▶일단은 CBAM 대상 품목을 취급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EU CBAM 대상 품목은 철강, 알루미늄, 비료, 시멘트, 수소 그리고 전기입니다. 여기에 전기가 포함돼 있어서 헷갈리는 분들이 많은데요. 여기서 전기는 EU 국가에 송전망을 통해 직접 전기를 수출하는 형태를 말합니다. 제품을 생산할 때 전기를 사용하는 경우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위 '6가지 품목을 제조하거나 가공하는 업종'인 경우에만 CBAM 적용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CBAM 상품을 이용하는 업종도 대상이 되죠. 가령 CBAM 대상 품목인 철강을 활용해 가전제품을 만드는 회사나 자동차 부품업을 하는 회사의 경우도 포함됩니다. CBAM 대상 품목을 무역하는 업종도 제도 적용 대상이고요.
-우리 회사가 CBAM 대상이라면, 바로 CBAM 보고서를 준비해서 내면 될까요? ▶아닙니다. 대상기업이라 하더라도 EU에 제품 등을 판매하는 방법에 따라 다시 세가지 타입(type)으로 나뉘는데요. 타입에 따라 보고서 제출 여부나 대응방식이 달라집니다. 타입 1은 'EU 내 법인이 수입업자 역할을 담당하거나 세관 대리인을 통해 직접 EU 역내 수입을 담당하는 기업'을 의미하는데요. 이 경우 CBMA 보고서를 내야 하고 지정 양식도 있습니다. 타입 2는 'EU의 수입업자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에 해당하는데 이들은 고객사(수입기업)로부터 요청받은 배출량 데이터 통지서를 보고 신고인에게 제출만 하면 됩니다. 타입 3의 경우 CU로 수출하는 국내 기업, 즉 타입 1과 2에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을 말하는데요. 이들은 구매 기업에 고유 내재배출량 정보나 사업장 정보 등의 정보만 구매 기업에 제출하면 됩니다.
-그렇다면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은 어떻게 하면 될까요? ▶결국 핵심은 '고유 내재배출량'을 산정하는 것인데요. 결국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얼마나 배출했는지를 산정해 구하면 됩니다. 고유 내재배출량은 다시 직접과 간접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직접 고유 내재배출량은 직접 기여배출량과 전구물질(부품 등 제반 물품)의 직접 내재배출량을 상품 생산량으로 나눠 구합니다.
다만 시멘트나 비료, 철강 등 활용하는 원료에 따라 산정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에 주의하셔야 합니다. 철강과 알루미늄, 수소, 전기는 직접배출만 계산해 보고하면 됩니다. 그외 시멘트 비료는 직접과 간접 배출량을 모두 보고해야 합니다.
-설명을 들어도 어렵네요. 외부 기관에서 도움을 받을 방법은 없나요? ▶정부에서 중소기업의 CBAM 대응을 돕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먼저 올해 5차에 걸친 정부 합동설명회가 예정돼 있는데요. 내달 충청권에서 3차가 개최되며 10월에는 호남권 11월에는 수도권에서 열립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에서는 EU CBAM 전환기간 이행 가이드라인과 법률번역서 등을 발행하고 있고 한국환경공단에서는 배출량 산정 해설서를 배포하고 있죠. EU CBAM 헬프데스크를 통하면 온라인 상담이나 방문 상담도 받을 수 있어요. 중소기업이라면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 하는 '중소기업 CBAM 대응 인프라구축 사업'에 지원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110개사에 제품별 탄소배출량 산정 및 감축 컨설팅을 제공하고 검증하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중기부나 중소벤처24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minj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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