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3대 걸친 메세나…"국내 미술 부흥에 한 몫"
임원들 반대 불구 재단 항구적 운영 위해 삼성전자 주식 기증
이건희 회장 "문화유산 보존, 시대적 의무"…"좋은 작품이라면 얼마가 들더라도"
이재용 회장, '이건희 컬렉션' 2.3만점 국립중앙박물관 등 기부
삼성전자 대주주 일가의 '메세나(Mecenat)'가 국내 미술문화 부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병철 창업회장부터 이건희 선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까지 3대에 걸친 메세나(문화예술·스포츠 등에 대한 원조와 공익사업 등에 지원하는 기업의 활동)으로 국민들에게 명작의 힘과 작품의 매력을 느끼게 해주며 국내 미술문화 부흥과 국민들의 '문화 향유권' 향상에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문화재단 유문형 대표이사는 4일 "1965년 설립된 삼성문화재단은 내년으로 설립 60주년을 맞고 호암미술관과 리움미술관은 완공된지 각각 40년, 20년이 지났다"며 "이 기간동안 재단은 한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재단 홀로 발전이 아니라 우리나라 문화계 전체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암미술관은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이 30여 년에 걸쳐 수집한 미술품을 기반으로 1982년 4월 22일 개관했다.
해외에 유출되고 산지사방으로 흩어져 소멸될 위기에 놓인 귀중한 민족문화의 유산들을 수집∙보호하기 위해 미술관 뿐만 아니라 문화전반에 걸친 교육과 향유의 장을 구상해야 한다는 이병철 창업회장의 의지가 씨앗이 됐다.
스스로 "수집벽이 있다"고 평가한 이 창업회장은 처음에는 골프와 시계를 모으는 취미가 있었지만 한학자 집안 출신답게 수집 대상이 고미술로 옮겨갔다고 한다.
국보인 '청자동채 연화문 표형 주자'를 보고 "그토록 사랑하고 그 옆에 서면 자랑이 저절로 나오고 만족감에 도취됐다"고 평가했던 이병철 회장은 국내에 고려불화가 없던 시절 일본에 있던 고려불화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민족 문화 유산 보존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1979년 이 창업회장은 개인소장품으로 있던 '아미타삼존도'와 '지장보살도'를 들여오고자 했지만 당시 이를 보유하고 있던 일본인 소장가가 '돈을 얼마를 주더라도 한국인이에는 두 작품을 팔지 않겠다'고 버텼고, 이에 이 창업회장은 미국 법인에 있는 외국인 임원을 일본으로 급파해 해당 작품을 구매하고 미국을 거쳐 한국으로 해당 작품을 들어오도록 했다.
이 창업회장은 "민족문화의 유산을 더 이상 해외에 유출, 산일시켜서는 아 되며 영구히 민족의 유산으로 보존해야 한다"고 했고, 이는 삼성문화재단을 설립하게 된 배경이 되었다.
이후 임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병철 창업회장은 재단에 주식을 기부하며 재단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기반 마련에 신경을 썼다고 삼성문화재단 관계자는 전했다.
이 창업회장은 자신이 모든 수집품을 대중에게 공개하기 위해 1982년 호암미술관을 설립했고, 개관전도 국내 미술계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신경을 썼다고 한다.
이 창업회장은 특히 개인적으로 모아 왔던 문화재 1,167점(국보·보물 10여점 포함)을 1978년 삼성문화재단에 기증했다.
삼성문화재단 관계자는 "호암미술관 개관전은 당시 영국 최고의 조각가였던 '헨리 무어' 조각 초대전이었다"며 "이병철 창업회장이 좋아한 작품은 한국의 고미술이었고, 호암미술관은 고미술 전시 등을 위해 설립된 미술관이었지만 '우리나라 미술계가 세계에 근접한 수준으로 올라왔지만 조각 작품은 아직 미흡하기 때문에 헨리 무어의 조각전이 배움의 장소로 이용되면 좋겠다'는 뜻이 반영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 창업회장의 이런 예술 사랑은 이건희 선대회장으로까지 이어졌다.
2004년 리움미술관 개관식에서 이 선대회장은 "비록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갈지라도 이는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으로서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명 '이건희 컬렉션'에는 국보급 문화재를 포함해 국내 유명 작가의 작품들이 대거 포함됐다.
이 선대회장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가 국내외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이를 모아 국립박물관의 위상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작품을 수집했던 창업회장과 달리 이 선대회장은 '명품주의'를 근간에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문화재단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은 정말 좋은 작품이면 큰 돈을 들여서 라도 사들여아 하고, 중요한 작품들은 환수해서 (일반인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명품주의가 강했다"고 전했다.
이재용 회장도 문화 예술에 각별한 애정을 보이고 있다.
한국과 일본, 중국 3개국의 불교 미술을 '여성'이라는 키워드로 본격 조명한 호암미술관의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은 한국과 일본, 미국, 유럽에 소재한 27개 컬렉션에서 불교미술 걸작품 92점(한국 48점, 중국 19점, 일본 25점)을 한 자리에 모았는데, 이재용 회장은 비즈니스 미팅 등을 위해 만난 주요 외빈들과 전시를 5번이나 관람했다.
이 회장은 이들에게 한국 전통 문화를 소개하고 국내 문화·예술 발전에 대한 삼성의 노력과 기여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 회장 등 유족들은 지난 2021년 이 선대회장이 문화유산 보존을 위해 평생 모은 개인 소장품 중 2만3천여점을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기증하기도 했다.
유족들은 '국립박물관의 위상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 선대회장의 말씀을 이행하는 것이 고인의 뜻을 기리는 진정한 의미의 상속이라는 데 뜻을 함께 했다.
삼성전자는 "'이건희 컬렉션'은 전국 미술관에 전시되며 미술에 대한 국민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국민들의 '문화 향유권'과 국내 미술관의 격과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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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영 기자 syk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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