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주만 잘하는게 아냐" 실내악·지휘 콩쿠르도 접수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4. 6. 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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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음악영토 넓히는 클래식
3대 대회 말코 우승 이승원
2030 연주자들이 결성한
아레테 콰르텟은 리옹 1위
모두 한국인 첫 우승 쾌거
동양인이 쉽게 장악 못한
교향악 리더·실내악서 두각
세계적 권위의 말코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거머쥔 이승원. 말코 콩쿠르

올해 상반기에도 국제무대에서 한국 클래식계의 낭보가 잇따랐다. 특히 개인의 음악성과 노력으로 주목받던 솔로 기악·성악을 넘어 여러 구성원과 합을 맞추는 지휘와 실내악 부문으로 저변을 넓히며 이목을 끌었다. 먼저 세계 3대 지휘 경연 대회로 꼽히는 말코 국제 콩쿠르에서 젊은 지휘자 이승원(34)이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곧이어 20·30대 멤버들로 구성된 현악사중주단 아레테 콰르텟이 프랑스 리옹 실내악 콩쿠르 우승 소식을 알렸다. 아레테 콰르텟은 한국인 최초 1등에 더해 청중상 등 특별상을 휩쓸어 6관왕에 올랐다. 이들의 성과는 열악한 기반을 뚫고 이뤄냈다는 점에서 더욱더 고무적이다. 이승원은 콩쿠르 직후 매일경제에 "좋은 오케스트라의 수는 한정적이고 지휘자 수는 모래알같이 많다"며 "젊은 지휘자가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아레테 콰르텟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이들은 앞서 2021년 프라하 봄 국제 음악 콩쿠르 1위, 지난해 모차르트 국제콩쿠르 1위 등 실력을 인정받아온 팀이지만, 언론 인터뷰에서 "(독주회나 관현악단에 비해) 무대는 아직도 적다. 콩쿠르에 계속 나가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밝혔다. 황장원 음악평론가는 "이런 여건에서도 음악가들이 성과를 내는 점은 좋은 현상"이라면서도 "일부 콩쿠르 성과에만 관심을 집중하는 것보다는 국내 음악계의 토대를 가꾸고 연주자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신경 써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이미 한국 연주자들의 실력이 전반적으로 올라가고 외국에서도 인정받고 있지만 무대 연주 기회를 얻거나 잘 지도해주는 스승을 만나기는 어려운 환경"이라고 짚었다.

한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관계자도 "국제 콩쿠르는 공연 실황이 영상물로 남고 전 세계 관계자들이 주목하기 때문에 다음 공연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며 "스포츠 기록을 재듯 성공 혹은 실패로 바라보는 잣대는 지양했으면 한다"고 했다.

리옹 국제 실내악 콩쿠르 현악사중주 부문에서 1위 등 6관왕을 차지한 아레테 콰르텟. 목프로덕션

예를 들어 지난 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발표된 2024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은 우리나라에선 '입상 불발'이 더 주목받았다. 올해 대회 12명의 결선 진출자는 미국 6명에 이어 한국인이 최송하(24)·유다윤(23)·임도경(27·Anna Im) 등 3명이었고, 우크라이나·일본·카자흐스탄이 각 1명이었다. 세계 3대 클래식 경연대회라는 권위에다 2014년 소프라노 황수미, 2015년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2022년 첼리스트 최하영, 2023년 바리톤 김태한 등에 이은 차기 한국인 우승자 배출 여부에 이목이 쏠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올린 대회에서 최종 12인에 든 것도 대단한 경험"이라고 입을 모았다. 쟁쟁했던 실력 탓에 심사 결과를 놓고 온라인상 갑론을박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번 대회 1위는 우크라이나 출신 드미트로 우도비첸코(25), 2위는 미국의 조슈아 브라운(25), 3위는 한국계 미국인 엘리 최(23) 등이 차지했는데, 우도비첸코가 우승자 발표 후 심사위원인 러시아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의 악수를 거부하면서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여기에 더해 대회 공식 소셜미디어엔 중국계 미국인 바이올리니스트 케빈 주나 최송하 등이 보여준 기량을 언급하며 "당신이 최고였다" "톱3에 오르지 못했다니 충격이다"라는 댓글도 달렸다.

다만 우도비첸코는 지난해 최송하·이수빈이 2·3위에 오른 몬트리올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1위를, 2022년 양인모가 우승했던 장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3위에 오르는 등 꾸준히 두각을 나타낸 연주자다. 류태형 음악평론가는 "콩쿠르는 진공 상태에서 연주를 평가하는 대회가 아니라 음악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반영하는 대회"라며 "심사위원의 성향과 국제 정세, 연주자가 대회 단계별로 보여준 모습 등 다각적으로 고려된다"고 설명했다.

자기 음악을 들려주기 위한 연주자들의 고군분투는 계속된다.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WFIMC) 등에 따르면 이달부터 연말까지 40여 개의 국제대회가 줄줄이 열린다. 당장 스위스 취리히를 배경으로 하는 게자 안다 콩쿠르가 8일까지 진행된다. 한국인으로는 피아니스트 박진형(28)이 12명의 2라운드 진출자에 포함됐다. 이 중 6명이 준결선에 진출하고, 결선에서 3명의 순위를 결정짓는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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