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전쟁 골든타임' 놓칠라…R&D 규제 완화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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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폐지를 비롯해 R&D(연구개발)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배경에는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주요국이 첨단분야에서 각축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자칫 예타에 발목 잡혀 R&D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기술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그동안 과학기술계에선 예타를 통과하는 데 길게는 수년이 걸리다 보니 R&D 예타가 글로벌 기술경쟁의 걸림돌이란 지적이 제기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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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폐지를 비롯해 R&D(연구개발)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배경에는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주요국이 첨단분야에서 각축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자칫 예타에 발목 잡혀 R&D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기술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일 제8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에서 '대형 국가연구개발사업 투자·관리 시스템 혁신방안'을 의결했다.
500억원 이상 R&D 사업에 적용했던 예타를 폐지하는 대신 1000억원 이상 규모 사업에만 '사전 전문검토'와 '맞춤형 심사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 주재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R&D 예타를 전면 폐지키로 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예타란 일정 기준 이상의 예산과 국비가 투입되는 도로·철도·공항 등 SOC(사회간접자본) 건설과 R&D 분야 신규 사업이 추진될 필요가 있는지 사전에 경제성을 검토하는 제도다. 정부 등이 선심성 사업을 벌여 예산을 낭비하는 것을 막기 위해 1999년 도입됐다.
현행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신규 사업은 예산 편성 전 예타를 실시해야 한다.
그동안 과학기술계에선 예타를 통과하는 데 길게는 수년이 걸리다 보니 R&D 예타가 글로벌 기술경쟁의 걸림돌이란 지적이 제기돼왔다. R&D 예타가 무분별한 혈세낭비를 막는 순기능을 하는 건 사실이지만 시대 변화에 따른 사업별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적잖았다.
인공지능(AI), 반도체, 2차전지 등 4차산업 관련 기술이 대표적이다. 과학계는 민간부문만으로는 투자하기 힘든 4차산업 R&D 사업의 경우 6개월 이상의 예타 심사를 거치면 빠르게 변하는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도 여러 차례에 걸쳐 R&D 예타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민간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적시성을 높이기 위한 예타 간소화를 언급했고 지난 4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영수회담에서도 R&D 예타 면제 방향성을 언급했다.
'추격형 R&D'에서 '선도형 R&D'로 체제를 전환하기 위해서는 연구 기획부터 착수까지 시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윤 대통령의 생각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정부 R&D 사업에 참여하는 민간기업이 기술 실시권을 대가로 관련 수익 일부를 납부하는 '정부 납부 기술료' 요율도 절반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중소기업은 5%에서 2.5%로, 대기업은 20%에서 10%로 각각 낮춘다.
아울러 정부는 올해 삭감했던 R&D 예산을 내년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선 대폭 증액할 방침이다.
한편 일각에선 예타 규제 완화로 인한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타당성이 입증되지 않은 사업이 무분별하게 쏟아질 수 있고 여기에 투입하는 혈세가 예상치를 상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후 검증 프로세스 등 보완책 마련을 통해 재정건전성 훼손에 대한 우려를 줄여야 한단 지적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2024년을 '선도형 R&D로의 대전환 원년'으로 삼고 R&D 재정투자 시스템을 과감히 개편하겠다"며 "R&D 예타를 폐지해 골든타임을 확보하고 보완 절차를 마련해 재정낭비와 사업 부실화를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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