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년 만의 ‘백제의 미소’… ‘한국의 메디치’ 삼성家의 예술 사랑 [이동수는 이동중]
4일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이하 연꽃처럼)에서 만난 백제 금동관음보살입상(이하 백제관음상)의 모습이다. 일명 ‘백제의 미소’. 한반도 고대 불상 가운데 반가사유상과 더불어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백제관음상이 고국 땅을 밟은 것은 79년 만이다. 1907년 충남 부여 규암리 밭에서 한 농부가 솥에 담긴 상태로 발견한 뒤 1922년 일본인 이치다 지로에게 팔렸다. 이후 1929년 대구에서 전시된 뒤 이치다가 해방 직후 일본으로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백제관음상은 기획 초부터 핵심 작품으로 선정돼 소재 파악이 중요했다. 1970년대 이치다가 사망한 뒤 행방이 묘연했다. 소유자가 아닌 대행자와 겨우 연락이 닿아 대여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삼성문화재단은 포기하지 않고 대행자를 통해 소유자에게 한 번만 더 얘기해달라고 부탁했다. 조 실장은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전시회 개막 두 달 전쯤 갑자기 연락이 왔다. 그것도 전시회 기간 내내 흔쾌히 빌려주겠다고 하더라”라며 “해방 이후 최초로 국내에서 일반인에게 백제관음상을 소개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호암미술관이 설립된 것도 해외에 유출되고 산지사방으로 흩어져 소멸할 위기에 놓인 귀중한 민족문화 유산들을 수집·보호하고자 하는 이 창업회장의 의지의 발현이다. 그는 30여년에 걸쳐 수집한 미술품을 기반으로 1982년 호암미술관을 개관했다.
이 창업회장의 유지는 이건희 선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으로 이어졌다.
김상근 연세대 신학대 교수는 이를 두고 “이 선대회장은 이탈리아 피렌체의 르네상스를 이끈 메디치 가문에 필적할 만한 업적을 남긴 한국의 시대 정신”이라 평가했다. 그만큼 삼성이 국내 미술문화 부흥과 국민의 ‘문화 향유권’ 향상에 기여한 바가 크다는 뜻이다.
호암미술관 관계자는 “한국, 중국, 일본 모두 나전 경함을 만들었지만 당시 고려 나전을 최고로 칠만큼 국제적으로 명성이 있었다”며 “수만 개의 자개 조각 하나하나에 담긴 무지개, 찬란한 빛이야말로 고려가 도달했던 ‘고려의 빛’”이라고 말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3개월 시한부' 암투병 고백한 오은영의 대장암...원인과 예방법은? [건강+]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속도위반 1만9651번+신호위반 1236번… ‘과태료 전국 1위’는 얼마 낼까 [수민이가 궁금해요]
- '발열·오한·근육통' 감기 아니었네… 일주일만에 459명 당한 '이 병' 확산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
- 예비신랑과 성관계 2번 만에 성병 감염…“지금도 손이 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