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3대째 `문화보국`… 불교미술展 6만명 발길

장우진 2024. 6. 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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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의 정교함과 세밀함에 감탄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많은 분들에게 귀한 유물을 보여드리게 돼 기쁘다."

4일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달 16일까지 열리는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시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 같이 말했다고 귀띔했다.

삼성문화재단은 이날 호암미술관에서 국내 미디어를 대상으로 이번 전시를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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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미술관 '연꽃처럼'
궁중숭불도 등 92점 전시
이재용회장, 5번이나 방문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 전통정원 희원 내 황금연꽃. 장우진 기자
4일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기획전에서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장우진 기자
1982년 4월 호암미술관 개관식에서 개관사를 하고 있는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 삼성전자 제공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기획전에서 '디지털 돋보기'를 시연하고 있는 관람객들. 해당 기술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방문했을 당시 높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제공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기획전 백자 불상 전경. 장우진 기자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기획전에 전시 중인 백제 '금동 관음보살 입상'. 장우진 기자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 전통정원 '희원'. 장우진 기자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 장우진 기자
1982년 4월 호암미술관 개관식에 참석한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 삼성전자 제공

"한국 미술의 정교함과 세밀함에 감탄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많은 분들에게 귀한 유물을 보여드리게 돼 기쁘다." 4일 경기도 용인 삼성 에버랜드 안에 있는 호암미술관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달 16일까지 열리는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시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 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삼성문화재단은 이날 호암미술관에서 국내 미디어를 대상으로 이번 전시를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현장에는 국내 미디어뿐 아니라 초등학생부터 어르신들까지 일반일 관람객들도 아침부터 방문해 이번 전시회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삼성문화재단은 지난 3월27일 개막 후 지난달 말까지 총 6만명이 관람했다며, 폐막을 10여일 앞두고 관람객의 발걸음은 더욱 잦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전시는 한국과 일본, 중국 3개국의 불교미술을 '여성'이라는 키워드로 조명한 세계 최초의 전시다. 전시 작품은 이건희 선대회장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불설대보부모은중경', '궁중숭불도', '자수 아미타여래도' 등을 비롯해 총 92점이다.

또 해외 개인 소장가로부터 대여해 온 '백제의 미소'로 불리는 '금동 관음보살 입상'은 국내에서 일반인에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이며, 고려시대 국보급 작품 '나전 국당초문 경함'은 전 세계에 단 6점만 남아있는 명품도 전시됐다.

삼성문화재단은 이번 전시를 위해 팬데믹 이전부터 5년간 준비했다고 전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엿볼 수 있었다. 삼성문화재단은 특히 팬데믹 기간 호암미술관과 리움미술관을 리노베이션(개·보수) 작업을 진행하고 소프트웨어 분야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는데, 이날 이러한 점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재용 회장은 이번 전시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5회나 방문했다는 설명을 들었다. 특히 2층에 전시된 '감지금니 묘법연화경'은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작품을 확대해 세밀하게 보거나, 각 부분에 대한 설명을 한국어 또는 영어로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이재용 회장은 이러한 '디지털 돋보기'를 시연하면서 "이게 뭐에요"라고 묻는 등 높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암미술관은 이병철 창업회장의 문화예술 의지에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일반적인 수집가들처럼 작품을 모으는 자체에 관심을 가졌지만, 이후 민족의 문화유산을 보존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발전해갔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1979년 한 일본인이 개인 소장하던 고려불화 작품을 구매하려 했지만 '한국인에게는 안판다'는 얘기를 듣고, 해외서 근무하는 외국인 임원을 통해 우회적으로 해당 작품을 구매하면서 이런 사명감이 커졌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1982년 호암미술관 개관에 앞서 수차례 공사현장을 둘러보고 직접 브리핑을 받았다는 얘기도 잘 알려져 있다.

이병철 창업회장은 자서전 '호암자전'에 "개인의 소장품이지만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이라며 "이것을 영구히 보존해 국민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게 전시하는 방법으로는 미술관을 세워 문화재단의 사업으로 공영화하는 것이 최상책"이라고 밝힌바 있다.

이후 이건희 선대회장은 2004년 리움미술관을 개관했고, 이재용 회장과 유가족들은 2021년 이건희 선대회장이 수십년간 모아 온 작품 2만3000여점을 국가에 기증해 이러한 문화 애국 정신을 이어받았다.

1984~1993년 기간엔 용인 서리에서 민간 차원에서 고려백자요지 발굴을 진행했고, 1989년에는 수집한 작품을 보존처리하기 위한 호암미술관 보존과학연구실을 개설했다. 모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사업이지만, 문화유산을 지키고 보호하고자 하는 조부인 창업회장, 부친인 선대회장의 뜻을 이재용 회장이 계승해 나가는 모습이다.

전시장 투어 후에는 호암미술관의 정원인 '희원'(熙園) 전경을 둘러봤다.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과 하나가 되는 조경과 산책로 등이 인상적이었다.

정원 곳곳에는 조각상들이 놓여 있었고, 돌담은 인위적으로 깍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거대한 돌을 벽처럼 쌓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봄에는 벚꽃, 가을에는 단풍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연인간 데이트나 가족 단위의 피크닉으로 방문하기에 좋아보였다. 인근엔 용인에버랜드도 위치해 있다.

글·사진=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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