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문화예술' 철학 집약체 호암미술관…'연꽃처럼' 전시로 6만명 홀렸다

권용삼 2024. 6. 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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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불교미술 '여성' 키워드로 본격 조명…"세계 최초 사례"
이재용 회장, 주요 외빈과 5차례 관람…3대에 걸친 '노블리스 오블리주' 재조명

[아이뉴스24 권용삼 기자] 동아시아 불교미술을 조망하는 호암미술관의 대규모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이 관람객 6만명을 돌파하며 일반 관객은 물론 전 세계 전문가들의 관심과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선대에 이어 '문화 예술' 철학을 강조해 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비즈니스 미팅 등을 위해 만난 주요 외빈들과 5번이나 관람하며, 직접 한국 전통 문화를 소개하고 국내 문화·예술 발전에 대한 삼성의 노력과 기여를 설명하는 등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 더욱 관심이 쏠린다.

호암미술관 전경. [사진=권용삼 기자]

4일 호암미술관에 따르면 이번 기획전은 오는 16일 폐막을 앞두고 '다시 보기 힘든 기획전'이라는 평가 속에 미술 전문가는 물론 일반 관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27일 개막 후 지난달 말까지 총 6만 명이 관람했는데, 이는 하루 평균 관람객 수가 1000명에 이르는 수치다.

이번 전시는 호암미술관이 지난해 리노베이션을 진행한 후 열리는 첫 고미술 기획전이다. 한국과 일본, 중국 3개국의 불교미술을 '여성'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조명했다. 이를 위해 해외 개인 소장가로부터 대여해 온 '금동 관음보살 입상'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국내에서 최초 공개됐으며, 고려시대 국보급 작품인 '나전 국당초문 경함'도 전시됐다.

특히 故(고) 이건희 선대회장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불설대보부모은중경을 비롯해 △궁중숭불도 △자수 아미타여래도 등의 작품이 함께 소개돼 의미를 더했다. 또 △감지금니 묘법연화경 권1-7 △아미타여래삼존도 △아미타여래도 △석가여래설법도 등 삼성문화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4점의 작품도 이번 전시를 통해 일반에 최초 공개됐다.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기획전에 전시 중인 '백제의 미소' <백제 금동 관음보살 입상> 모습. [사진=권용삼 기자]

◇삼성家 3대째 이어오고 있는 문화예술 사랑

이병철 창업회장, 이건희 선대회장, 이재용 회장으로 이어지는 3대에 걸친 남다른 미술 사랑과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국내 미술문화 부흥과 국민들의 '문화 향유권'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이 창업회장은 해외에 유출되고 산지사방으로 흩어져 소멸될 위기에 놓인 귀중한 민족 문화의 유산들을 수집∙보호하기 위해 30여 년에 걸쳐 수집한 미술품을 기반으로 지난 1982년 4월 22일 호암미술관을 설립했다. 이 창업회장은 개인적으로 모아 삼성문화재단에 기증한 문화재는 국보과 보물 10여점을 포함해 1167점에 이른다.

이 창업회장은 미술관 개관식에서 "그동안 따뜻한 애정을 갖고 문화재를 모으는 데 정성을 기울인 것은 그것이 민족문화의 유산을 지키고 민족의 자긍심을 높이는 데 일조가 되리라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 문화재들을 영구히 보존하면서 감상과 연구에 활용되기 위한 문화의 공기(公器)로서 미술관을 개관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희(가운데) 삼성 선대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왼쪽 두번째)이 2004년 10월 리움 미술관 개관식에서 개관을 알리는 점등 버튼을 누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부친의 의지를 이어 명품 문화재들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이어간 이건희 선대회장은 사업경영과 마찬가지로 미술품 관련해서도 '명품제일주의'와 '초특급'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다. 앞서 이 선대회장은 지난 2004년 리움미술관 개관식에서 "비록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갈지라도 이는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으로서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특히 이 선대회장은 국민소득이 올라가면 문화시설도 따라가야 한다는 생각에 시민들이 마음 놓고 갈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들어보겠다는 의지로 '리움미술관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다. 아울러 이 선대회장은 재능있는 예술 인재를 선발해 해외 연수를 지원하고 △백남준 △이우환 △백건우 등 한국 예술인들의 해외 활동을 후원하기도 했다.

이재용 회장 역시 지난 2021년 선대회장이 수십년간 모아 온 작품을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기증하기로 가족들과 함께 결정하면서 창업회장과 선대회장의 철학을 계승하고 있다. 이 회장과 가족들은 기증한 작품 수는 2만3000여점에 달한다.

특히 당시 이 회장과 가족들은 '국립박물관의 위상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 선대회장의 말씀을 이행하는 것이 고인의 뜻을 기리는 진정한 의미의 상속이라는 데 뜻을 함께 했다. 이후 '이건희 컬렉션'은 전국 미술관에 전시되며 국민들의 '문화 향유권'과 국내 미술관의 격과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호암미술관 내 전통정원 희원 '황금연꽃' 전경. [사진=삼성전자]

한편, 호암미술관은 개관 당시 최고를 지향하는 삼성의 '최고지향' 정신을 담아 지상2층~지하1층 총 연면적 1200평에 달하는 당시 국내 최대 규모로 설계됐다. 내부는 국내에서 가장 앞선 최신의 습도 조절장치와 조명·방화·방범·냉난방 시설을 갖췄다.

아울러 호암미술관은 본관 건물과 더불어 약 6만6000㎡ 규모의 한국식 전통정원 '희원(熙園)'을 가지고 있다. '희원'의 설계에는 한국의 1세대 조경가이자 '최초의 여성 국토개발 기술사'로 불리는 정영선 씨가 참여했으며, 전통정원 조형미의 근원이자 자연 풍경의 본 모습을 경관의 재료로 활용하는 '차경(借景)의 원리'를 토대로 조성됐다.

/권용삼 기자(dragonbu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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